트럼프 관세, 印 중요성 키우고 美는 동맹 사이에서 고립시켜...印 '반사이익'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도 높은 관세 압박에 미국의 오랜 동맹국들이 인도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인도와 역사적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데 이어 대미 관계 냉각기를 겪고 있는 캐나다 역시 지난 수년간 갈등을 겪었던 인도와의 무역 협정 체결에 속도를 내며 '트럼프 리스크' 탈출구를 모색 중이다. 미국의 관세 장벽이 높아질수록 인도의 영향력이 더욱 부각되면서 인도가 트럼프식 무역 전쟁의 '뜻밖의 수혜자'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印·EU, 역사적 FTA 체결...캐나다도 CEPA 협상 속도 높여
인도와 EU는 27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을 공식 발표했다. 2007년 협상을 개시한 지 약 19년 만에 이룬 성과에 양측은 역대 최대 규모의 FTA가 탄생했다며 환호했다.
양측은 상대국 상품 90% 이상에 부과하던 관세를 인하하거나 없애기로 했다. 특히 인도는 그간 모든 무역 협정 협상에서 민감하게 반응했던 자동차와 관련해 대규모 쿼터(25만 대) 제공 및 관세 대폭(최고 110%에서 10%까지) 인하라는 파격적인 조건에 합의하면서 EU와의 협상 타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EU와 인도 사이에 중대한 협정이 체결됐다. 전 세계인들은 이번 협정을 '모든 협정의 어머니'라고 부르고 있다"며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5%, 세계 무역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인도·EU FTA가 인도의 14억 국민과 유럽 수백만 국민에게 중대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인도와 유럽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 대화, 개방이라는 선택을 했다"며 유럽의 대인도 수출이 2032년까지 지금의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U에 이어 캐나다도 인도와의 무역 협정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등 EU 대표단이 인도를 방문해 인도와의 FTA 체결 발표를 준비하고 있던 때, 캐나다에서는 마크 카니 총리의 인도 방문 소식이 나왔다.
디네시 파트나이크 주캐나다 인도 고등판무관(대사)은 카니 총리가 3월 첫째 주에 인도를 방문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양국 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는 팀 호지슨 캐나다 에너지부 장관이 인도를 방문 중이다. 인도 고아에서 열리는 '인도 에너지 주간 2026' 콘퍼런스 참석차 인도를 방문한 호지슨 장관은 하르딥 싱 푸리 인도 석유가스부 장관과 만나 양국 간 에너지 협력 재개 및 석유 무역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성명에 따르면, 양국은 에너지 분야 상호 투자를 확대하고, 수소·바이오연료·배터리저장·핵심 광물·전력 시스템·에너지 분야의 AI 활용 등 협력 분야를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캐나다와 인도 간 CEPA 협상은 2010년 11월 시작됐다. 상품, 서비스, 관세, 원산지 표기 등을 테이블에 올리고 2017년까지 약 10차례 협상을 가졌지만 2023년 8월 이후 협상은 돌연 중단됐다. 같은 해 6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발생한 캐나다 국적의 시크교도 분리주의 운동단체 지도자 하디프 싱 니자르 암살 사건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한 가운데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출범 이후 양국 모두 미국과 갈등을 겪으면서 상호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카니 총리와 모디 총리가 지난해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CEPA 협상 재개에 합의한 이후 양국은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 美 관세, 印 가치는 높이고 美는 고립시켜
관측통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와 동맹국을 향한 전방위적 압박이 역설적으로 인도의 가치를 끌어올렸고, 인도의 시장 개방 확대를 자극했다고 분석한다.
인도 이코노믹 타임스(ET)는 EU와의 FTA 체결은 인도가 새로운 무역 질서의 핵심 주체로 부상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촉발한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보호무역주의 속에서 인도는 안정과 시장 접근성을 추구하는 주요 경제국들에 있어 신뢰할 수 있고 실용적이며 필수적인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T는 "미국과 인도 간 무역 협상이 난항을 겪고 미국이 인도산 상품에 대해 50%의 관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인도는 기약할 수 없는 관세 인하를 기다리는 대신 무역 외교를 경제적·지정학적 도구로 활용하기로 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들을 압박하기 시작한 시점에 인도는 여러 주요 국가들과 무역 협정을 체결했고, 이는 단순한 비즈니스적 의미를 넘어 정치적 전환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과 대립적인 외교가 동맹국들을 결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의 소외를 야기했다고 짚었다. 그린란드 문제를 둘러싸고 EU에 거친 수사를 쏟아낸 것과 최근 한국산 일부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것 등이 미국과의 약속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미국의 동맹국들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면서 인도는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면서 오랜 동맹국들마저 외교 및 경제 관계를 다변화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고립이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라고 판단했다.
hongwoori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