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중국이 희토류를 포함한 이중용도(dual-use) 물자의 일본 수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일본의 반도체·자동차·방위산업 등 핵심 제조업 전반이 직접적인 압박에 직면했다.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우위를 점한 희토류를 전략 무기로 활용해 일본을 정조준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중일 갈등이 외교·안보를 넘어 산업과 기술 패권 경쟁 단계로 본격 진입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6일 군사용 또는 군사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모든 이중용도 물자의 대일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희토류를 비롯해 첨단 전자부품, 항공·우주 관련 부품, 일부 드론과 소프트웨어 등 군민복합 성격의 품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에도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해 사실상 '세컨더리 보이콧'에 준하는 강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 안보 갈등, 산업·기술 전선으로 확전
중국은 이번 조치의 명분으로 국가안보와 비확산 의무를 내세웠지만, 일본을 특정한 전면 금지라는 점에서 정치·전략적 의도가 분명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외교가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 직접적인 방아쇠가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을 내정간섭이자 적대적 행위로 강하게 비난해 왔다.
중국은 그동안 일본의 안보 노선 변화와 대미 공조 강화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 왔다. 이번 조치는 외교적 항의나 군사적 압박을 넘어, 일본 경제의 취약 지점을 겨냥한 '경제안보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 든 사례다.
일본은 2022년 이후 국가안보전략을 개정해 반격능력 보유, 방위비 증액, 대만 유사시 미일 공조를 명문화했다. 중국은 이를 '냉전식 봉쇄'로 간주하며 군사·외교적 압박 수위를 높여 왔다.
여기에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일본이 장비·소재 통제로 동참하면서 양국 간 긴장은 통상·기술 분야로 확산됐다.
이번 희토류 수출 금지는 중국이 일본을 상대로 처음으로 전면적이고 구조적인 통상 압박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국이 강점을 가진 자원과 기술을 무기로 일본의 산업 기반을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갈등의 차원이 한 단계 높아졌다는 평가다.

◆ 일본 산업 전반에 드리운 '희토류 리스크'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 반도체 제조 장비, 정밀 기계, 미사일·위성 유도 장치 등 민군 양용 산업의 핵심 원자재다. 일본은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해 왔지만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다. 2010년 중국의 대일 희토류 수출 제한 당시에도 일본 기업들은 생산 차질과 가격 급등을 겪은 바 있다.
단기적으로는 재고 확보와 제3국 조달로 충격을 완화할 수 있지만, 안정적인 대체 공급선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원가 상승과 납기 지연, 투자 계획 재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구기관들의 계산가능 일반균형(CGE) 분석에서도 중국의 대일 수출 제한은 일본의 국내총생산(GDP)과 후생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반면, 중국은 대체 시장을 통해 일정 부분 손실을 상쇄할 수 있는 비대칭 구조가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 반도체·車·방산 '핵심 산업' 직격
산업별로 보면 파장은 더욱 선명하다. 반도체·전자 산업은 첨단 패키징용 소재와 희토류 기반 자석, 화합물 조달 차질이 발생할 경우 생산 일정 전반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자동차와 전기차(EV) 분야는 모터용 희토류 자석과 센서, 파워반도체 관련 부품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아 공급 가격 변동과 설계 변경 비용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방위·우주 산업 역시 정밀 기계와 특수 합금, 위성·미사일 관련 전자부품 일부를 중국산에 의존해 온 만큼 방위력 증강 계획의 비용 상승과 일정 지연이 우려된다.
일본 정부는 공급망 다변화와 국산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호주·미국·인도·동남아·유럽 등으로 핵심 광물 조달선을 넓히고, 재활용·대체 소재 기술 개발을 강화하는 전략이 유력하다.
경제안전보장 추진법을 바탕으로 희토류 정제, 배터리 소재, 방산 부품의 국내 생산을 확대하는 움직임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러한 구조 전환은 단기적으로 상당한 비용 부담을 동반한다. 기업 수익성 악화와 투자 위축이 불가피한 가운데, 일본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 '희토류 카드'로 레드라인 그은 중국
중장기적으로는 동아시아 생산 네트워크가 중국 블록과 미·일·동맹국 블록으로 이중화·분절화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단기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가치 공유형 공급망으로 이동하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역시 이번 조치를 통해 대만과 안보 이슈에서 레드라인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희토류와 이중용도 기술을 외교·안보 지렛대로 활용하는 패턴을 굳혀 갈 것으로 보인다.
희토류를 틀어쥔 중국과 이에 대응하는 일본의 공급망 재편 경쟁은 중일 관계의 새로운 상수가 되고 있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