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고객사 사업 철수 직격탄
LG엔솔 "전용 설비 없어 투자 손실 미미"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LG에너지솔루션이 포드에 이어 미국 FBPS(Freudenberg Battery Power System)와 체결했던 대규모 공급 계약까지 잇따라 해지되면서 불과 열흘 만에 약 13조5000억원 규모의 예정된 매출이 사라졌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 지난해 매출(25조6200억원)의 절반이 넘는 규모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고객사의 사업 철수 등 급격한 시장 변화가 국내 배터리 업계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관측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공시를 통해 미국 배터리팩 제조사 FBPS와 체결했던 약 3조9217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모듈 공급 계약을 상호 협의로 해지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포드로부터 약 9조6000억원 규모의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지 약 열흘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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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로이덴베르크 그룹을 모기업으로 둔 FBPS는 미국 미시간주에 기가팩토리를 운영하며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팩 형태로 조립해 북미 상용 전기버스·트럭 업체에 공급해왔으나, 최근 배터리 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계약이 해지됐다.
이로써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에만 총 13조5000억원 규모의 대형 계약을 잃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매출 25조6200억원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의 정책 환경과 전기차 수요 전망 변화로 인해 고객사들의 일부 전기차 모델 생산 중단 결정과 이에 따른 계약 해지 통보가 연이어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대규모 계약 취소에도 불구하고 재무적 영향은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FBPS와의 계약에 대해 "전용 설비나 맞춤형 연구개발(R&D) 투입이 없는 표준화 제품 계약이었던 만큼 추가 비용이나 투자 손실은 없다"며 "오히려 불확실한 고객사를 정리하고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해지 금액 중 이미 이행된 1억1000만 달러를 제외한 잔여분만 공시 대상에 포함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일을 계기로 단순 수주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자동차사업부 산하 신시장팀을 통해 전기버스·선박 등 표준 제품군을 다변화하는 한편, 미국 미시간 공장을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용으로 전환하는 등 성장 분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ESS 등 미래 성장 동력에 자원을 집중해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사업 구조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