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키운 건 부자였다
부동산 보유자 중 고자산가 비중 빠르게 확대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갖고 있는 이른바 '한국 부자'의 부동산 자산이 30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으나, 부의 원천이 다양해지며 자산 포트폴리오가 점차 다변화되는 모습이다.

19일 KB경영연구소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한국 부자의 부동산 자산은 총 2971조원이다. 2019년 1641조원에서 2022년 2361조원, 2024년 2802조원으로 늘어나면서 연평균 증가율은 10.4%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금융자산은 7.2% 확대됐다. 2019년 이후 한국 부자의 자산 성장은 금융보다 부동산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의미다.
부자군별로 보면 2020년 기준 한국 부자의 부동산 자산 1735조원 가운데 자산가(금융자산 10억~100억원 미만 보유)가 976조원(56.3%)을, 고자산가(100억~300억원 미만 보유)·초고자산가(300억원 이상 보유)를 포함한 고자산가 이상 759조원(43.7%)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됐다.
5년 뒤인 2025년에는 자산가의 보유 자산이 1493조원으로 늘어 전체의 50.3%를 차지했고, 고자산가 이상은 1478조원으로 49.7% 수준까지 상승했다. 자산가의 부동산 자산이 2020년 이후 연평균 8.9% 증가한 데 비해 고자산가 이상의 증가율은 14.3%로 크게 앞섰다.
황원경 KB금융그룹 경영연구소 부장은 "한국 부자의 부동산 확대에서 고자산가·초고자산가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향후 초고자산가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부동산 자산 성장세도 더욱 강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보유 자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부동산은 장기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2011년 58.1%, 2012년 59.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나 2015~2018년에는 51~53% 수준으로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비중이 다시 늘었으나, 2022년 이후 감소해 2025년에는 54.8%로 내려왔다.
금융자산은 2015~2018년까지 40%대를 유지하다가 2019년 39.9%, 2024년 38.9%, 2025년 37.1%로 다시 낮아졌다. 자연스럽게 금·보석, 실물자산, 디지털자산 등 기타 자산 비중이 확대됐다. 대체투자가 부자들의 자산관리 수단으로 부상하면서 포트폴리오 구조가 다변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를 형성한 원천에서도 변화가 두드러진다. 올해 한국 부자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은 원천은 '사업소득'(34.5%)이었다. 이어 ▲'부동산투자 이익'(22.0%) ▲'금융투자 이익'(16.8%) ▲'상속·증여'(16.5%) ▲'근로소득'(10.3%) 순이었다.
2011년에는 응답자의 45.8%가 부동산투자 이익을 1순위로 선택했다. 그 다음으로 '사업소득'(28.4%), '상속·증여'(13.7%), '금융투자 이익'(8.2%) 등이 뒤를 이었다. 15년 사이 부자들의 부의 원천이 부동산에서 사업과 금융 소득으로 움직인 셈이다. 황 부장은 "부동산투자와 상속·증여의 비중은 줄어든 반면, 사업소득과 금융투자 및 근로소득의 역할은 커졌다"고 분석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