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삶 만족도 OECD 38개국 중 31위 머물러
자살률 10만명당 24.4명…2011년 이후 최고치
보편 지원·사회 참여 강조한 기본계획 해법일까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청년 10명 중 3명은 정신적·육체적으로 무기력함을 느끼는 '번 아웃'(burn-out)을 경험했다. 자살률은 청년 10만명당 24.4명으로 1년 새 1.3명 증가했다. 가치관이나 신념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포용성은 감소했다. 10명 중 7명은 일자리와 소득에 만족하지 못했고, 삶의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1위에 머물렀다.
청년의 삶 곳곳에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정부가 이르면 연내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한다. 보편 지원과 사회 참여에 방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향후 5년간 적용될 범정부 청년정책의 밑그림인 셈인데, 청년들이 숨을 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정부에 따르면 제2차 청년정책 기본계획(2026~2030년)이 이르면 연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청년 정책을 보다 보편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며 "또 국민주권정부가 강조하는 참여 분야도 많이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 2차 청년정책 기본방향은 '보편 지원'과 '사회 참여'
보편 지원 강화는 지난 9월 청년주간(9월 20~26일)을 맞이해 발표한 '국민주권정부 청년정책 추진방향'에서도 밝힌 내용이다. 당시 국무조정실은 "그동안 저소득·취약청년 중심으로 청년정책이 추진돼 일반 청년들의 체감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더 많은 청년과 함께하는 보편적 청년정책으로의 확산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소득·취약계층 청년뿐 아니라 모두의 청년 정책으로 기조 자체를 전환, 일자리와 자산형성 관련 각종 내용을 망라하겠다는 설명이다. '괜찮은 일터 확산'이 중점 과제가 되어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 생애 1회 구직급여 지급, 인공지능(AI) 중심 역량개발 지원, 청년 예술인 창작지원금, 청년 농업인 퇴직연금형 저축 등이 언급됐다.

눈에 띄는 방향은 청년 사회 참여 강화다. 추진방향에 따르면 청년이 사회와 정책의 주체로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참여 시스템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청년 지역상회 공동체 활성화, 성별 인식격차 해소를 위한 소통 채널 마련 등의 내용도 담겼다. 실제로 성평등가족부는 그간 다섯 차례 진행한 성평등 토크콘서트 소·다·팝을 마친 뒤 해당 토크콘서트처럼 청년들이 직접 성별 불균형 의제로 논의하는 '청년 공존·공감 네트워크' 운영 계획을 전날(18일) 밝혔다.
청년 사회 참여가 단체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채널을 다양화할 것이기에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 신문고 활성화부터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운영, 각종 정부 위원회 소속 청년 위원 최소 비율 10% 설정 등 다층적 의견 청취가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다양한 현장을 찾아 청년들과 이야기하는 '미래대화 1·2·3'도 이 같은 채널의 일환이다.
◆ "청년 정신건강 지표·사회적 수용성 등 기본계획서 관리해야"
국가데이터처는 지난 16일 '청년 삶의 질 2025'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기준 19~34세 청년의 번 아웃 경험률은 32.2%로 나타났다. 자살률은 청년 10만명당 24.4명으로 2011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았다. 15~29세가 응답한 삶의 만족도는 2021~2023년 평균 6.5점으로, OECD 38개국 중 31위에 머물렀다.
소득 만족도는 27.7%에 불과했다. 30∼34세(26.3%)의 경우 2019·2021년 조사에서 만족도가 가장 높았으나 이번에는 20대보다 낮아졌다. 사회 초년생들의 경제적 현실이 크게 악화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회적 관계에 기반한 정서적 안전망도 약화했다는 분석이다.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없다고 밝힌 청년 비율은 2023년 기준 20대 14.4%, 30대 17.2%로 2015년 대비 모두 3%포인트(p) 이상 증가했다. 두 연령대의 대인 신뢰도 역시 10년 전과 비교하면 약 20%p 하락했다.
청년 삶이 크게 어려워지면서 시민 참여, 타인에 대한 포용성, 대인 신뢰도 등 사회적 참여의 기본 조건은 경직됐다. 이 같은 지표가 나온 이후 '사회 참여'를 강조하는 2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이 주목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사회 통합을 강화하려면 청년으로 하여금 자신의 삶이 나아질 수 있다고 믿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청년들의 주관적 웰빙, 시민참여, 가치관과 신념이 다른 타인에 대한 수용성 등을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통해 관리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정세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 삶의 질 2025' 보고서에 '청년의 주관적 웰빙과 사회통합: 시민참여와 포용성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분석으로 이같이 밝혔다.

정 연구위원은 "연구 결과 '미래에 대한 낙관'은 시민 참여와 삶의 만족도, 긍정 정서, 가치관이나 신념이 다른 사람에 대한 포용성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계에 있었다"며 "삶에 대한 기대, 긍정 정서 등으로 측정되는 '미래에 대한 낙관'이 자원봉사, 기부와 같은 친사회적 행동과 투표 참여를 장려하고 포퓰리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최근의 주요 선행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고 했다.
이어 "고졸 이하의 학력 수준을 가진 청년들의 경우에는 삶의 만족도, 긍정정서와 마찬가지로 미래에 대한 기대 정도가 가장 비관적이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특히 미래에 대한 기대는 살펴본 하위 집단 중 유일하게 '전혀 실현할 수 없다'는 응답이 2022년(10.42%)과 2024년(13.67%) 모두 10% 이상이었다"고 우려했다.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의 사회적 관계와 웰빙: OECD 사회적 연결 프레임워크를 중심으로'라는 분석 페이퍼를 통해 최근 청년들의 대인 신뢰도가 하락했고, 의지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줄었다고 꼬집었다. 공동체 참여의 성격도 변화해 지역 기반 공동체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더 많은 소속감을 느끼고, 사회단체 참여율이 늘어났는데도 자원봉사와 기부 등 상호호혜성에 기반한 참여는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sheep@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