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HEV지만 다른 구조…주행 환경·예산이 소비자 선택 갈라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전기차 캐즘 장기화 속에 하이브리드가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면서, 각 제조사의 하이브리드 기술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모두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 실제론 구동 방식과 기술 구조, 활용성, 가격에서 서로 다른 갈래로 나뉘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하이브리드차 점유율은 26.5%를 넘어섰다. 미국·유럽에서도 전기차 판매량을 추월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충전 인프라 부족, 보조금 축소, 배터리 원가 부담 등 전기차 전환의 난제가 겹치면서 '중간 단계'로 여겨지던 하이브리드가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로 재평가받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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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는 기본적으로 내연기관과 전기모터 등 두 개 이상의 동력원을 조합해 효율을 끌어올린 구조다. 같은 차급 내연기관차 대비 연비가 1.5~2배 높아 장거리 주행이 많을수록 경제성이 커지고, 저속·도심 구간에서는 모터 비중이 높아 연비 차이가 더 크게 난다.
전기차 대비 충전 스트레스가 없고 인프라 부족에 대한 우려도 적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엔진·모터·배터리가 모두 포함된 만큼 구조가 복잡해 차량 가격이 내연기관차 대비 수백만원 이상 비싸고, 사고나 고장 시 수리비 부담도 있는 편이다. 전기차가 지닌 고유의 정숙성을 온전히 누리기 어렵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이브리드라고 모두 같은 기술은 아니다. 현재 시장에서 통용되는 방식은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풀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 세 종류로 나뉘며, 설계와 활용성, 전기모터 개입 방식이 크게 다르다. 이용자의 주행 환경에 따라 효율성이 달라지는 만큼 기술 차이를 이해하고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단순한 방식인 MHEV는 48V 소형 모터가 엔진을 보조하는 구조다. 전기모터만으로 주행은 불가능하지만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기존 내연기관차 플랫폼을 크게 변경하지 않아도 돼 벤츠·볼보·레인지로버 등 유럽 브랜드에서 널리 사용한다.
특히 올해 프랑스 브랜드 푸조가 선보인 '스마트 하이브리드'는 기존 MHEV보다 한 단계 발전했다는 평가다. 1.2L 가솔린 엔진과 48V 배터리, 하이브리드 전용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e-DCS6)를 조합해 저속(시속 30km 이하)에서는 전기모드 단독 주행이 가능하며 도심 구간의 최대 절반을 EV 모드로 이동할 수 있다.

가장 대중적인 풀 하이브리드(HEV)는 엔진과 큰 출력의 전기모터, 중형 배터리를 탑재해 정차·출발·저속 구간에서 전기모터만으로 주행이 가능하고, 고속에서는 엔진과 모터가 함께 가동된다.
배터리는 회생제동으로 충전돼 별도 충전이 필요 없고 연비 개선 효과가 가장 뚜렷하다. 토요타 프리우스·캠리, 혼다 CR-V·어코드, 현대차 그랜저·싼타페, 기아 니로·쏘렌토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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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풀 하이브리드라 하더라도 기술 구성은 브랜드마다 다르다. 토요타는 엔진과 두 개의 모터가 동력분할기어를 통해 상황에 맞춰 독립·동시 구동하는 '직병렬형(파워스플릿)' 구조를 채택해 부드럽고 연비 중심의 주행 감각을 구현한다.
혼다는 저속에서는 엔진이 발전만 담당하고 모터가 바퀴를 직접 굴리는 '2모터 직렬·병렬 전환형' 시스템을 사용해 전기차에 가까운 감각을 제공한다.
현대차·기아의 '병렬형' 하이브리드는 엔진과 모터가 동시에 바퀴를 구동하며 자동변속기(AT·DCT)를 사용해 응답성이 빠르고 다이내믹한 주행 특성을 강조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풀 하이브리드에 외부 충전 기능을 더한 형태로 전기만으로 약 50km 내외 주행이 가능하다. 도심·단거리 위주 소비자라면 전기차처럼 운용하며 유류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대용량 배터리 탑재로 충전이 필수적이며, 국산 모델은 없고 대부분 BMW·볼보·벤츠·토요타 등 수입 브랜드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가격대는 상대적으로 높다.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강자는 토요타다. 토요타는 올해 미국 하이브리드 시장 점유율 절반 가량을 차지하며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혼다(CR-V·어코드 등)와 현대차·기아가 뒤를 잇고 있으며, BMW·볼보 등 프리미엄 브랜드는 플러그인·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고급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지면서 하이브리드 시장이 더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며 "MHEV·HEV·PHEV 등 각 기술의 특성이 뚜렷한 만큼 개인의 주행 패턴, 충전 환경, 예산에 따라 최적의 선택을 하는 것이 현명한 소비 전략"이라고 말했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