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으로 "예상보다 선방했다" 긍정 평가
반도체·의약품 관세 15% 조정, 최대 성과
"한미 FTA 부활 신호탄…협력 새 전기 마련"
"조선·원자력 산업 도약…통화스왑 아쉬워"
"달러 유출 구조적 리스크 상존…향후 숙제"
[세종=뉴스핌] 김범주·이정아·신도경·양가희 기자 = 한미 양국이 총 3500억달러(약 500조원)의 전략적 투자 운용에 대한 세부 내용을 바탕으로 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14일 서명했다.
한국과 미국은 애초 합의한 2000억달러(약 292조원)의 현금을 200억달러(약 29조2000억원)씩 매년 10년 이상에 걸쳐 미국에 투자하기로 방식을 조정하면서 외환 유출로 인한 위기는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통상 전문가들은 애초 설명대로 정부가 '투명하게' MOU 전체를 공개하면서 불확실성을 피했다고 평가했다. 막대한 자금이 미국 산업에 투입돼 한국 인프라 투자 등에 취약점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핵잠수함 국내 건조 등 안보적 측면에서 얻은 게 더 많은 협상이라는 평가도 내놨다.
한미 양국이 체결한 MOU에 대해 크게 3가지 관점에서 전문가들의 평가와 이후 전망 등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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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MOU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1.14 leehs@newspim.com |
① MOU 주요 내용에 대해
우선 다수의 통상 전문가들은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 MOU 체결이 향후 한국 경제에 기회의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투자위원회를 구성하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위원장"이라며 "자문위원회의 위원장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둘 사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인베스먼트 엑셀러레이터, 투자 촉진관 또는 투자 진흥관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그건 미국이 임명한다"며 "한국이 프로젝트 인베스트먼트마다 인베스트먼트 매니저(투자관리관)를 임명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생산적으로 해 나가는가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종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무역통상안보실장은 "MOU 내용이 애초 알려진 대로 결정됐다는 점에서 크게 안심할 사항"이라며 "반도체, 의약품에 대해서도 관세율을 15%로 하기로 했고, 반도체에 대해서 최대한 불리하지 않게 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사실상 폐기 위기에 내몰렸던 한미 FTA가 MOU 내용에 언급됐다는 점 자체는 매우 긍정적"이라며 "정부 설명대로 투자 부분에 대한 내용이 유지된 점, 안보 부문에서 큰 진척이 있었던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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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보다 먼저 협상을 마친 일본과 유럽연합(EU) 등과 동등한 수준의 관세율이 부과됐다는 점은 다행"이라며 "우리가 챙길 수 있는 게 있다면, 미국에 투자했을 때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업종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부과가 예고된 의약품 232조 관세의 경우 최대 15%가 적용되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측은 "의약품에 대한 고율 관세부과 예고로 대미 수출 기업들의 우려가 높은 상황이었는데, 이번 협상을 통해 불확실성이 제거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제네릭 의약품의 무관세 유지와 함께 최혜국 대우를 확보해 주요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관세 조건을 보장받게 된 것은 우리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현수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팀장도 "더 높은 관세가 나왔으면 기업이 휘청했을텐데, 최대 15%의 관세가 부과된다면 기업 입장에서 안도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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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미국과의 경제·통상 분야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KTV] |
② 한미 MOU 한계·리스크에 대해
전문가들은 매년 200억달러 투자에 대한 외환 시장 불안정 우려를 꼽았다. 김종덕 KIEP 실장은 "매년 투자 규모를 200억달러로 한정해 둔 것은 다행이지만, 통화스왑과 같은 제도적 보장이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번 MOU도 큰 틀에서 합의한 내용에 불과하며 디테일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법적으로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 발생 시 어떤 근거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문서화로는 투자의 성공 여부를 논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향후 경영 협의를 어떻게 생산적으로 꾸려나가는 지를 지켜봐야 할 숙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김태황 명지대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 한국이 무엇을 안 지키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지만, 미국이 MOU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한국이 어떻게 조치하겠다는 내용은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향후 산업계와 다양한 산업군으로부터 애로사항을 들어야 한다"며 "정부가 산업계에 대해 수직관계 아닌 수평관계로 생각해서 조언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준영 서강대 교수는 국내에 투자할 여력이 해외로 나가는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한국 경제 펀더멘탈에 연결되는 리스크가 분명 존재한다"며 "달러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해 환율이 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영관 선임연구원은 "국내 산업에 투자해야 할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부분은 분명한 리스크"라며 "다만 이번 기회에 해외로 진출하는 국내 대기업도 내부적으로 자체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MOU에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언급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조현수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팀장은 "제네릭만 언급이 되고 바이오 시밀러는 빠졌다"며 "관세번호에 케미컬이랑 바이오가 다 포함이 돼 있기는 하지만, 정확하게 포함이 돼 있는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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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MOU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1.14 leehs@newspim.com |
③ 한미동맹 현대화에 대해
한국 자체 기술로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번 MOU체결의 가장 큰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세계적 수준의 재래식 잠수함 설계 능력을 갖춘 한국이 향후 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명분까지 얻게 돼 관련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태황 명지대 교수는 "이번 기회에 미국 선박을 수주할 수 있고, 조선업 부흥에 우리가 참여할 수 있다면, 헤게모니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이라며 "최첨단 기술로 (선박을) 건조해 우리가 기술을 습득하게 되거나, 미국과 지속적 조선업 협력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국내 조선산업이 미국을 상대로 끌려다니다 보면 국내 조선산업 껍데기만 남는 하청업체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역기능 발생할 수 있어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허준영 서강대 교수는 "조선업은 노동·자본 집약 산업이라 미국에 맞지 않는 산업"이라며 "다만 미국 조선업이 궤도에 오르면 자본력과 펀딩력을 한국이 따라잡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단기적으로는 한국 조선업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송영관 KDI 선임연구원은 "핵잠수함 도입에 대한 확장성이 크다"며 "핵연료 재처리부터 조선업 르네상스까지 기대해 볼 수 있는 중요 부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에너지 전력 비용 절감까지 기대할 수 있는 부문"이라고 강조했다.
wideope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