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빛 감이 바람에 춤추는 가을 풍경
[괴산=뉴스핌] 백운학 기자 = 햇살이 따사로운 가을날, 충북 괴산군 연풍면의 곶감 덕장에는 주홍빛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가을의 정취를 한껏 자아냈다.
농민들은 정성껏 깎아 낸 감을 실오라기처럼 한 줄 한 줄 엮으며, 바람에 흔들리는 감들이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모습은 마치 가을의 정수(精髓)를 보는 듯했다.
![]() |
| 괴산군의 한 농가에서 농민이 수확한 감을 곶감 덕장에 걸고 있다. [사진=괴산군] 2025.11.05 baek3413@newspim.com |
한 해 농사가 때아닌 폭우와 폭염, 가뭄으로 쉽지 않았지만 탐스럽게 영근 감들은 농부의 수고를 알아주는 듯했다.
감이 떨어져 썩기 전에 곶감으로 태어나려면 가지가 달린 채 잘라 덕장에 걸어야 하는데 이 작업은 하루 종일 팔을 들어 올려야 하는 인내의 시간이다.
농민 오성태 씨는 "감 한 알이 입에 들어오기까지 허리, 어깨, 팔이 성한 데가 없다"며 고된 노동을 토로했다.
덕장 곳곳에 퍼지는 달콤한 술 향과 은은한 단내는 코와 침샘을 자극하며 햇볕과 바람, 그리고 사람의 손길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괴산의 가을은 그 어느 풍경보다 따뜻하고 고요했다.
감 껍질이 마르고 속살이 투명해지는 동안 농민의 얼굴에는 흐뭇한 안도감이 번졌다.
오성태 씨는 "감이 제대로 말라야 곶감이 된다. 햇볕이 잘 들어야 하고 바람이 고르게 불어야 한다"며 웃으며 손에 쥔 감을 들어 보였다.
곶감 덕장마다 늘어진 감들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한 해의 결실이자 다음 해를 기약하는 약속이다.
이렇게 괴산의 가을은 농부의 손끝에서 익어가고 있었다.
baek3413@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