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관계 강화 회담 중 '설전'… 오커스 협정 재검토 속 미묘한 긴장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주 총리와의 회담 자리에서 케빈 러드 주미 호주대사에게 "나도 당신이 싫어요"라고 직설적으로 말하며, 양국 간 미묘한 긴장을 드러냈다.
20일(현지시간)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 중 트럼프 대통령은 호주 정부에 대한 우려가 있는지, 특히 러드 대사의 과거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을 받았다. 트럼프는 "그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답해 순간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러드 대사는 2007~2010년,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호주 총리를 지낸 인물로, 외교통으로 평가받는다. 2023년 3월 주미 호주대사로 부임했으며, 총리 재임 시절부터 미·중 관계와 기후변화 문제 등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2020년 소셜미디어에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대통령"이라며 트럼프를 비판한 글을 올렸다가 삭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지난해 "러드는 못됐고(nasty), 가장 똑똑하지도 않은 사람"이라고 맞받아친 바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러드 대사가 회의장에 있는지 모르고 "그가 아직도 호주 정부에서 일하고 있습니까?"라고 물었고, 러드는 "그 발언들은 제가 이 직책을 맡기 전의 일이었습니다, 대통령님"이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나도 당신이 마음에 안 듭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라고 받아쳤다.
러드 대사와 주미 호주대사관은 트럼프의 이번 발언에 대한 언론의 논평 요청에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신경전은 앨버니지 총리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시점에 벌어진 것으로, 미·영·호 3국이 추진 중인 수십억 달러 규모의 오커스(AUKUS) 안보 협정에서 미국의 역할을 재검토하는 상황과 맞물려 주목된다.
양국 간 긴장에도 불구하고 두 정상은 회담을 마무리하며 희귀 광물 및 핵심 광물 분야 협력을 확대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 |
10월 20일(현지시간) 회동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에서 두번째).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10.21 kwonjiun@newspim.com |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