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린 '극단적 선택'
내부 조사로 논란 잠재우기 한계
'강압수사' 논란 이어질 경우 기소 후 법정서도 문제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김건희 특별검사팀 소환 조사를 받던 양평군 공무원 A씨가 사망한 이후, 특검의 강압수사 논란이 이어지면서 '수사 신뢰성'을 둘러싼 김건희 특검팀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김건희 특검 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모든 수사 상황과 수사 방식을 면밀히 재점검하겠다고 밝혔지만, 특검 내부에 감찰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A씨 사망을 둘러싼 정치적 소용돌이 속 논란을 잠재우기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 강압수사 의혹이 깔끔히 해소되지 않은 채 기소로 이어질 경우, 수사 신뢰성 문제가 발목을 잡아 법정에서도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특검 수사 중 '극단적 선택' 했지만… 특검 '강압수사' 관련 제도적 공백
14일 고인의 변호인 박경호 변호사는 이날 오전 11시, 김건희 특검이 있는 서울 종로구 KT광화문웨스트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억지로 기억에 없는 진술을 피의자 신문조서에 넣어, 속칭 '조서를 꾸민 행위'를 했다"면서 "의무 없는 일을 시킨 것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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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양평군 공무원 정희철 면장 변호인인 박경호 변호사가 14일 오전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광화문 KT웨스트빌딩 앞에서 정희철 면장 사망 사건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0.14 yym58@newspim.com |
A씨가 직접 쓴 것으로 알려진 메모에는 "(특검이) 모른다고, 기억 안 난다고 사실대로 말을 해도 계속 다그친다. 사실을 말해도 거짓이라고 한다. 계속되는 회유와 강압에 지치고 힘들다가 강압적인 수사로 인해 전혀 기억도 없는 진술을 하게 됐다"고 적혀 있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팀은 "감찰에 준해서 철저히 확인하고 있고, 문제가 있는 점을 발견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특검팀이 내부적으로 '감찰에 준하는 조치'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특검 내 자체 조사만으로는 강압수사 논란의 불씨를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만약 검찰에서 이번 사건처럼 수사 중 피의자나 참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할 경우, 수사 과정에서 강압이나 가혹행위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내부 감찰 절차가 진행된다. 이 절차에 따라 사건 발생 후 검찰청은 관할 감찰청에 보고하고,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중심이 되어 감찰을 개시한다. 감찰에서는 수사 과정에서 강압수사나 인권침해 소지가 있었는지를 살펴보며, 필요하면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이 직접 조사하거나 합동 감찰팀을 꾸리기도 한다.
반면 특검은 독립 조직인 만큼, 법무부나 대검 감찰본부가 특검을 감찰 할 법적 권한이 없어 제도적 공백이 발생한다. 대검찰청 감찰본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 담당이 아닌 제3자가 객관적으로 감찰을 하고 별개 조직으로 운영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 결과를 잘 믿지 않는다"면서 "하물며 특검은 일회성 조직인 만큼 특검 내에 감찰 조직을 두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고, 내부 준칙이 마련돼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특검, 강압수사 논란 해소 못 하면 다른 수사도 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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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기 특별검사팀이 13일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던 양평군청 공무원의 사망 소식에 조의를 표했다. 사진은 지난 10일 김형근 특별검사보가 정례브리핑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뉴스핌DB] |
김건희 특검 측은 "'감찰에 준해서 철저히 확인하겠다'는 말은 내부 감찰을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감찰 수준으로 경위를 파악하겠다는 취지"라며 "잘못된 점을 파악한다기보다, 이런 일이 있었으니 인권 보호에 더욱 노력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건희 특검의 미온적인 대처 속에 양평군 공무원 A씨 사망 사건은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날(13일) 국회 사무처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국회에 양평군 공무원 사망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하고 단체로 조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특검을 특검하는 법'으로 불리는 '민중기 특검 폭력수사특검법' 발의를 예고하며, 이 사건을 정쟁으로 끌어들였다.
특검 수사가 반환점을 돌며 기소를 이어가야 하는 김건희 특검 입장에서는 이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으면 수사 신뢰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관련 사건을 기소하더라도 법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309조에 따르면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 폭행, 협박, 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으로 임의로 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특검이 100건을 수사했는데 한 건에서 강압수사 문제가 터진다면, 그 한 건 때문에 다른 수사까지 모두 오염될 수 있다"며 "내부에서 제대로 조사가 될 리 없고, 외부에 위탁해 감찰하지 않는 이상 깔끔히 정리되지 못할 경우 특검 수사 전반에 오점을 남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