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인옥 정치부장·부국장 =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인 듯 하다.
국회의원 면책특권이 의회 민주주의의 필수 장치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최근 가짜뉴스 유포 논란이 격화하면서 그 존재 의미가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17세기 영국 권리장전에서 시작된 이 제도는 우리 헌법에까지 계승되며 국회의 독립성을 보장해 왔으나, 시대 변화에 따른 재정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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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옥 정치부장·부국장 |
면책특권은 1689년 영국 권리장전에서 "의회의 발언과 표결에 대한 면책권"으로 처음 명시돼 법 체계의 기틀을 마련했다. 우리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 내 발언·표결에 대해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이는 제헌헌법부터 유지된 조항이다. 특히 군사 독재정권 시절에는 야당 의원 탄압을 막는 시민적 방패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개인이 입법 기관인 의원들의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의원 면책특권이 최근 허위정보의 확산이나 가짜 뉴스를 양산하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의원이 음모론 등 가짜뉴스를 확산한 뒤 문제가 되면 면책특권의 뒤에 숨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법적 다툼은 그 산물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08년 광우병 사태이다. 일부 정치인과 시민단체의 허위 또는 과장된 정보 유포로 사회적 혼란이 극심했다. 나중에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지난 2022년에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정치권을 흔들었다. 당시 김의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심야 술자리' 주장은 1심에서 허위로 판결났다. 1심 재판부는 "한동훈 전 대표에게 8000만원을 배상하라"며 "반복적 허위사실 유포는 면책특권 밖"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의 주장은 '국회 발언'이라는 이유로 면책특권이 적용됐다.
최근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총리와의 회동설이 여야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5월 한 유튜브 채널이 제보를 받았다며 조 대법원장과 한 전 총리가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상고심을 논의했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일부 민주당 의원이 이 의혹을 국회에서 공개 제기하면서 급속도로 확산됐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섰다. 이들 의원이 국회에서 공개한 제보 녹음이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야권에서는 '청담동 첼리스트 시즌2'라고 비판하면서 의혹을 제기한 의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면책특권은 의회 민주주의의 산물이지만, 허위정보 확산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 면책특권은 의정활동과 가짜뉴스를 엄격히 구분해 의원의 정치적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게 시급하다.
pio12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