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일주일만에 다시 충돌했다.
16일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해경은 이날 남중국해의 분쟁 수역인 스카버러 암초(Scarborough Reef, 중국명 황옌다오·黃岩島) 인근에서 "필리핀 선박을 향해 물대포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중국 해경은 "필리핀이 불법적인 영해 침입을 감행한 데 이어 고의로 우리 함정을 들이받았다"고 비난했다.
두 나라의 이번 충돌은 중국이 스카버러 암초 지대를 자신들의 '국가 해양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계획을 승인한 지 일주일 만에 발생했다.
중국 해경의 간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필리핀 선박 10여 척이 이번 사건에 관여했다"며 "여러 방향에서 이들 선박은 스카버러 암초 지대의 중국 영해를 불법적으로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필리핀 해안경비대 '3014호' 함정을 지목하며 "엄정한 경고를 무시하고 우리 해경의 함정을 고의로 들이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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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중국의 군함 앞으로 필리핀의 해경선이 고속 횡단 기동을 하고 있다. [사진=중국 환구시보 캡처] |
이에 대해 필리핀 해사위원회(Philippine Maritime Council) 대변인은 "중국의 발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중국의 또 다른 거짓 선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스카버러 암초 지대의 영해권을 둘러싼 긴장은 수년간 이어지고 있다. 양측은 서로를 향한 물대포 발사와 해경 함정의 근접 기동, 상대 항공기를 겨냥한 레이더 추적 등 마찰을 반복하고 있다. 영해권과 어업권을 놓고 중국과 주변국 사이에 갈등이 첨예한 남중국해역은 매년 3조 달러 이상의 물자가 오가는 핵심 항로다.
중국은 남중국해 대부분을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인접한 브루나이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그리고 베트남의 배타적 경제수역과 상당 부분 겹친다. 지난 2016년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는 중국의 광범위한 영해권 주장에 대해 "국제법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중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앞서 미국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중국이 스카버러 암초를 '국가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려는 것은 주변국을 희생시키면서 광범위한 영토 및 해양 영유권 주장을 관철하려는 또 하나의 강압적 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의 불안정화 계획을 거부하는 동맹국 필리핀과 함께 한다"고 밝혔다.
☞ 루비오 美 국무 "中 스카버러암초 보호구역 지정은 지역 안정 훼손 행위"
osy7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