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구 법무법인 YK 파트너변호사
지난 8월 말 국회를 통과한 2차 상법 개정안이 9월 9일 공포되었다. 이번 개정 상법은 공포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날에 시행된다. 이를 두고 다들 더 센 상법이 온다고 하는데 정작 1차 개정 시보다 관심은 덜 한 것 같다. 그러나 2차 개정 또한 만만치 않은 내용을 담고 있어 그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단 이번 개정은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규모 상장회사에만 적용된다. 현재 약 200여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회사들에 한해서만 적용된다는 뜻이다. 그와 같은 대규모 상장회사에 대하여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확대하는 것이 이번 2차 개정의 주요 골자다.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라 할 수 있는데 일반주주 측의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 진출 확대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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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상법상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는 전원 지배주주 측 인사로만 구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보통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 안건은 후보자 1명당 하나의 안건으로 상정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하면 보통 출석 과반수를 확보한 지배주주 의사대로 이사가 선임되기 마련이다. 즉, 일반주주 측은 아무리 후보자를 올려도 단 1명의 이사도 배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고, 감사위원 또한 먼저 선임된 이사 중에 선출되기 때문에 감사위원회도 지배주주 측 인사로만 구성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2차 개정으로 적어도 대규모 상장회사에 있어서는 이러한 현실에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졌다. 일단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된다. 과거에는 정관으로 배제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이제 대규모 상장회사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한 것이다. 집중투표제를 시행하면 각 주주들에게 이사 후보자 수에 상응하는 복수의 의결권이 부여된다. 일반주주들도 표를 모아 특정 후보자에게 몰아주면 자신의 의사를 대변할 이사를 이사회에 진출시킬 기회가 생긴 셈이다.
분리선출 감사위원의 수를 종전 1명에서 2명으로 늘린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감사위원은 먼저 선임된 이사 중에 선출하는데,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3% 룰이 적용되지 않아 결국 지배주주의 의사대로 이사 선임이 이루어진다. 이에 적어도 감사위원 중 일부는 아예 처음부터 3% 룰을 적용할 수 있도록 다른 이사와 분리하여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마침내 대규모 상장회사에 대해서는 2020년 말 감사위원 중 1명을 분리선출하도록 의무화한 데 이어 이번 2차 개정으로 2명으로 감사위원 분리선출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이 시행되면 감사위원회 뿐 아니라 이사회 구성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긴다.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 선임의 건'으로 안건이 상정되면서 처음부터 3% 룰이 적용되므로, 감사위원회 뿐 아니라 이사회에 대해서도 일반주주 측 인사가 최소 2명 진출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2차 상법 개정이 현실적으로 갖는 의미는 앞으로 대규모 상장회사의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에 일반주주 측 인사가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배주주 측 이사로만 전원 채워지던 과거와 달리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일부러 Devil's Advocate을 두기도 하는 마당에 회사 기관에 일부 반대자가 포함되는 것을 두고 무조건 나쁜 일이라고 폄하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한편 기업 내부 내지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도 회사 기관 내 갈등에 대하여 너무 경직된 시선보다는 좀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일 필요도 있어 보인다. 이번 개정을 통해 상당한 권한을 갖게 된 일반주주 측도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건설적인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2차 개정 상법의 진짜 의미는 대규모 상장회사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부터 위와 같은 성숙한 기업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보자는 뜻 아닐까?
※ 강진구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듀크대학교 로스쿨에서 LL.M. 과정을 마쳤다. 제4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제37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으며 육군 법무관으로 활동했다. 이후 법무법인 광장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했고, 글로벌 로펌인 시들리 오스틴(Sidley Austin LLP)에서도 경험을 쌓았다. 현재 법무법인 YK 기업거버넌스센터(CGC·Corporate Governance Center) 센터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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