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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룡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단독] KF-21 시제 5호기, 인도네시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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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제 5호기는 인니 PTDI에서 IF-21로 개조 예정 항공기
印尼, 보라매 사업 분담금 1조6000억 원에서 1조 원 탕감
튀르키예 칸 전투기 지연되자 KF-21 프로그램 다시 붙들어
印尼 도입 IF-21 48대… 보라매 사업 초기 중요 역할 전망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 5호기가 내년 인도네시아에 인도된다는 소식이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흘러나왔다. 최근 인도네시아 군사저널리스트 알만 헬바스 알리(Alman Helvas Ali)는 X(트위터)를 통해 "KF-21 시제 5호기가 2026년 인도네시아의 국영 항공기업 PTDI(PT Dirgantara Indonesia)에 인도된다"며 "세부 사항은 한국 관계 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알만 헬바스 알리는 자카르타에 본사를 둔 방위산업 컨설팅사 세마르 센티넬(Semar Sentinel)의 군사저널리스트다. 알만 헬바스 알리는 2023년 5월 복좌(2인승) 기체인 시제 4호기 비행 때 인도네시아 조종사 4명과 함께 탑승했고, 그해 '한국·인도네시아 수교 50주년 기념 학술 세미나'에 초청돼 '한국·인도네시아 방위산업 파트너십 증진'이란 주제 발표를 하기도 했다.

KF-21 시제 5호기가 2023년 5월 16일 최초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인도네시아에 전달 예정인 시제 5호기는 동체와 꼬리날개 부분에 위장 색상으로 도색했다. [사진=방위사업청] 2025.09.04 gomsi@newspim.com

◆시제 5호기, IF-21 시제기로 개조 예정 =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6년 1월 KAI와 계약을 맺고, KF-21 전체 개발비 8조8000억 원의 20%인 약 1조7000억 원(이후 약 1조6000억 원으로 감액)을 오는 2026년까지 부담하기로 했다. 이 계약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KF-21 개발이 완료되면 시제기 1대와 각종 기술 자료를 이전받고 전투기 48대를 현지 생산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2016년부터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개발에 참여한 인도네시아는 분담금과 기술 이전 문제로 최근까지 한국과 불협화음을 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해 1월 자국 기술진이 KF-21 자료가 담긴 비인가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외부로 빼돌리려다가 적발돼 한국의 수사를 받게 되자 분담금 개정 논의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기도 했다. 현재까지 인도네시아가 납부한 분담금은 4000억 원 규모다. 남은 분담금의 최종 납부 기한은 협의 후 정해질 예정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도네시아는 한국과의 KF-21 공동개발에서 한발 물러서는 대신, 튀르키예가 개발하는 5세대 전투기 칸(Kaan) 전투기 개발 참여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이 때문에 한국과의 전투기 공동개발 사업에서 손을 뗀다는 이야기가 도처에서 흘러나왔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KF-21 분담금을 약 1조 원이나 깎더니, 최근 들어 튀르키예 등 다른 나라의 신형 전투기들을 도입하려고 추진 중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6월 11∼14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방산 박람회 'IDEX 2025' 기간에 튀르키예와 5세대 전투기 칸 48대를 도입하는 약 100억 달러(약 13조7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앞서 지난 5월 말에는 프랑스산 최신예 라팔 전투기, 지난 6월 초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중국산 J-10 전투기 구매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원래 KF-21 시제 5호기는 인도네시아 항공기업 PTDI에서 IF-21(KF-21의 인도네시아 형식)의 감항인증(airworthiness certification)을 위한 IF-21 시제기로 개조될 예정이었다. 즉, 2016년 방위사업청은 인도네시아와 공동개발 계약을 하면서 KAI가 생산하는 KF-21 시제 1~6호기 가운데 시제 5호기를 인도네시아 버전인 IF-21로 개조해 감항인증을 받아주기로 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가 KF-21 프로그램 분담금 1조6000억 원에 대한 자금 납부를 계속 지연하면서 방위사업청이 무려 1조 원을 탕감해주었고, 이 때문에 KF-21 시제 5호기를 IF-21 형식 인증 시제기로 개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인도네시아에 KF-21 시제 5호기 제공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가 인도네시아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즉, KF-21 시제 5호기를 인도네시아 국영항공사 PTDI에서 IF-21 형식의 시제기로 개조하는 작업을 하려는 것이다. 전망과 달리 KF-21을 단순히 인도네시아 PTDI가 '면허생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계획대로 IF-21 형식을 완성해 도입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제기에 탑승해 시험비행을 한 한국 조종사(왼쪽)와 인도네시아 조종사. 조종석 아래쪽에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공동 개발을 의미하는 양국 국기가 그려져 있다. 총 6대를 제작하는 KF-21 시제기 가운데 1·2·3·5호기는 단좌(1인승), 4·6호기는 복좌(2인승)다.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2025.09.04 gomsi@newspim.com

◆1조 원 '탕감'하고도 시제 5호기를 준다고? = 방위사업청은 인도네시아의 KF-21 보라매 사업 분담금 1조6000억 원에서 1조 원을 '탕감'하고 6000억 원만 남겨놓았다. 이것 때문에 인도네시아에 대한 기존 기술 이전 프로그램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것이다. IF-21 형식 개발과 시제기 제작(KF-21 시제 5호기 개조), 그리고 테스트는 특히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분담금이 1조 원이나 탕감된 상황에서 기존 계약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위사업청이 시제 5호기를 인도네시아에 인도하려고 물밑에서 논의 중인 것에 대해 대다수의 국민은 의아해하고 있다. 현재 방위사업청은 KF-21 형식 개발을 줄어든 분담금에 어떻게 맞출 것인지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사업청의 한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와의 협상은 인도네시아 현지 여론의 반감을 고려해 우리의 협상력을 높이는 측면에서 '로우키'로 진행하고 있다"며 "내년 6월까지 충분한 검토 기간이 있기 때문에, 국익에 손실이 가지 않도록 충분히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줄어든 분담금에 맞출까?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방사청과 인도네시아 당국 간에 논의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것을 알 수 없다"면서도 "다만 IF-21 형식의 기존 방안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분담금에 맞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다시 말해 KF-21과 다른 IF-21의 고유 요소 중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것들을 삭제한다는 것이다. IF-21 형식 개발, KF-21 시제 5호기 개조와 시험평가에서 인도네시아 측 참여를 기존에 맺은 계약 계획보다 축소할 것이라는 뜻이다.

IF-21 개발을 한 번에 완성하지 않고 이후 추가로 인도네시아 측이 비용을 지불해 단계적으로 완성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분담금 6000억 원의 한도 내에서 IF-21 형식 개발에 할당된 비용만큼 개발하고, 이후 인도네시아가 추가로 비용을 지불해 IF-21을 추가로 개발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도 있다.

2024년 3월 21일 첫 시험비행 중인 튀르키예의 칸 전투기. KF-21 보라매와 형상이 비슷하다. 인도네시아가 48대 도입계약을 체결했다. [사진=TUSAS 에어로스페이스] 2025.09.04 gomsi@newspim.com

◆왜 인도네시아가 갑자기 한국 쪽으로? = 튀르키예가 개발하는 5세대 전투기 칸은 2030년대 중반에나 완성될 전망이다. 그리고 칸의 형상과 구조 개발은 이미 튀르키예 업체(TAI, TUŞAS라고도 함)에서 대부분 개발을 완료해 인도네시아가 끼어들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와 라팔 도입 과정에서 제안받은 기술 이전은 AASM(일명 Hammer) 정밀유도폭탄 제작 등 실속이 떨어지는 품목에다 기술 이전도 제한적인 것으로 알렸다.

따라서 초음속 항공기 일부 구조물 설계와 제작, 초음속 항공기 제작과 시험평가 등의 기술을 인도네시아가 받아올 곳은 사실상 KF-21 사업이 유일하다는 것이 자명해졌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스페인과 공동개발한 CN-235 중형수송기 생산 노하우는 확보하고 있으나, 항공산업에서 전혀 다른 분야인 전투기 생산에 대한 노하우는 전무한 실정이다.

게다가 특히 튀르키예의 칸 전투기는 국산 엔진 개발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데다, 양산까지 향후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대조적으로 KAI가 제작하는 KF-21은 이미 양산에 들어갔고, 실전 배치가 임박한 전도가 유망한 프로그램으로 '몸값'이 올라간 상태다. 참고로 KF-21 블록1의 계약은 이른바 '20+20'로 총 40대 가운데 2027년까지 20대, 2028년까지 추가로 20대가 실전에 배치된다. KF-21은 앞으로 단계적인 개발을 통해 튀르키예의 칸 전투기가 완성되는 2030년대 중반에 5.5세대 전투기로 진화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런 일정이라면 인도네시아 입장에서 칸에만 의존하다 2030년대 중반 이후까지 '인도네시아의 KAI'에 해당하는 국영 항공기 PTDI에 초음속 고정익 항공기 제작과 유지·보수·정비(MRO) 일감이 사라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KF-21 프로그램에서 섣불리 이탈하면 인도네시아의 국제 신인도(信認度)에 커다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도 인도네시아를 움츠리게 하는 부분이다. 미래에 튀르키예의 칸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에 인도네시아가 참여하더라도 파트너로서 신뢰를 받기 어려워 입지가 불안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군사전문가 A씨는 "한국 정부 입장에선 인도네시아와의 공동개발 '잡음'에 대한 '반대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숨을 죽이고 있는데, 인도네시아 쪽에선 오히려 '시제 5호기'를 가져오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며 "일단 KF-21(IF-21) 5호기를 방사청으로부터 한 대 넘겨받아 자국에서 초도비행 '쇼'를 통해 공동개발을 부각하고 '공군력 과시'를 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이 약 8조8000억 원을 투입해 세계 여덟 번째로 독자 개발한 첫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의 비행 모습. 지난해부터 블록1 양산에 들어가 2026년 실전 배치를 앞두고 있다. [사진=공군] 2025.09.04 gomsi@newspim.com

◆한국은 왜 인도네시아를 끌고 가려 할까? = 인도네시아와의 KF-21 공동개발 사업이 분담금 문제와 인도네시아 기술자의 USB 유출 사건 등으로 암초에 부딪혔음에도 불구, 그동안 방위사업청이 인도네시아와 '결별'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인도네시아가 동남아의 KF-21 '수출 교두보'로, KF-21 보라매 개발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핵심국가였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가 원하는 MRO 사업, 즉 '인도네시아의 KAI'인 PTDI가 KF-21의 MRO 프로그램을 확보하게 되면, 동남아시아에 KF-21의 창급정비(7년마다 실시하는 대규모 정비, Depot Level Maintenance)와 업그레이드 허브가 구축되기 때문이다. KF-21의 동남아 창정비 거점 확보로, 향후 KF-21은 동남아에서 가장 창정비·업그레이드 편의성이 독보적으로 큰 기종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동남아시아 전투기 시장에서 KF-21은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인도네시아 PTDI는 튀르키예의 칸을 제작하기 시작하는 2030년대 중반까지 IF-21 조립 라인과 인력을 지속적으로 운용함으로써 PTDI에 초음속 항공기 제작 일감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이것은 인도네시아가 인도네시아 공군 도입물량 48대 이외에 수출 물량까지 제작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KF-21을 KAI가 제작하고 IF-21을 PTDI가 제작하면, KF-21과 IF-21 두 가지 옵션을 잠재 도입국에 판촉할 수 있는 효과를 보게 된다. 방사청으로서는 인도네시아가 도입하는 IF-21 48대가 보라매 사업 초기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중요하다. 인도네시아가 KF-21을 도입하면, 무기체계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말레이시아, 태국 그리고 필리핀까지 확산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군이 도입하는 계획 물량의 25%가 넘는 규모"라면서 "KF-21 전투기 사업에 중요 파트너인 인도네시아의 물량이 빠지면, 초기 도입비용 등이 증가해 KF-21 수출 시장 개척에 장애가 된다. 그 때문에 방사청이 그동안 인도네시아가 속을 썩여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참아왔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IF-X가 완전히 실전 배치에 들어가기까지 인도네시아 요구사항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양국 간 '진통'이 내년 상반기 싱가포르 에어쇼부터 터져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 IF-21 한 대를 인도네시아에 제공할 때, 내부 시스템 통합(integration) 같은 사항에서 우리가 '대가'를 톡톡하게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기수(機首) 부분에 태극기와 인도네시아 국기를 나란히 새겨넣은 KF-21 시제 5호기는 새로운 도색(塗色)으로 단장한 채, KAI 활주로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goms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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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전망] '달러 시대의 느린 균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2026년 글로벌 자산시장 지형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바뀔 모양새다. 월가 주요 IB와 글로벌 운용사들이 제시한 내년 전망을 종합하면, 핵심 키워드는 ▲약해지는 달러 ▲강해지는 금 ▲제도권에 깊숙이 편입되는 코인 ▲전략자산으로 격상된 원자재로 압축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유지되지만, 각종 정책·재정·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조용한 탈출(quiet hedging)'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퍼플렉시티 생성 이미지] ◆ 달러: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 2026년 달러를 둘러싼 큰 그림은 '완만한 약세' 흐름 속에서, 기축통화 패권은 유지하되 매력은 서서히 떨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 글로벌 성장·정책 리스크, 그리고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탈달) 흐름이 겹치며 달러의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먼저 연준의 완화 경로를 살펴보면, 2026년 말 기준금리는 약 3%대 중반(3.4% 안팎)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발언들을 종합하면 인하 속도는 초기 시장 기대보다 더 느리고 신중한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어, 지나친 달러 약세를 막아주는 '하방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는 금리 격차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정책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 영란은행(BoE)의 2~3% 수준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률 격차가 과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달러 자산이 어느 정도 금리 메리트를 제공하는 만큼 "달러가 한 방향으로 급락하는 구도"까지 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상대 금리 우위는 2026년 내내 달러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는 완충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는 글로벌 성장과 정책 리스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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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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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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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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