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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초읽기]② 사용자 범위 확대, '글로벌 기준'인가 '산업 뇌관'인가

기사입력 : 2025년08월20일 14:50

최종수정 : 2025년08월20일 15:46

하청 교섭 의무화…자동차·조선 등 산업 불확실성 확대
국제 판례는 인정하나 법제화 방식은 세계적으로 이례적
노동계 "책임 강화" vs 경영계 "산업 공동화" 극명한 대립

재계의 반대에도 여당인 민주당이 8월 임시국회에서 노란봉투법(노조 관계법 2·3조)을 통과시키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선진국 수준'을 언급하며, 입법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 및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노란봉투법은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 예정이다. 재계가 반대하는 이유와 예상되는 부작용 등을 짚어봤다.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노란봉투법 2조 개정은 '노동시장 이원화 해소의 전환점'이라는 평가와 '산업 경쟁력 훼손의 뇌관'이라는 경고 사이에 서 있다. 특히 자동차·조선·철강·건설 등 하도급 의존도가 높은 업종의 대응 전략이 향후 제도의 성패를 가를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사용자 범위 확대와 노동쟁의 확장이라는 법 개정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지, 아니면 한국 산업 구조의 특수성 때문에 부작용이 더 클지 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 초읽기] 글싣는 순서

1. 외국기업 다 떠난다…재계, 헌법소원도 불사
2. 사용자 범위 확대, '글로벌 기준'인가 '산업 뇌관'인가
3. "방어권도 없는데"…불법파업도 손배 청구 힘들어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비롯한 경제6단체장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노조법 개정 반대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가던 중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와 마주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하청 교섭 의무·경영 판단까지 쟁점…노란봉투법 충돌
20일 재계에 따르면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국회 문턱을 앞두고 있다. 핵심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원청 기업에 하청 노동자 교섭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노동계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제도 개선이라고 평가하지만, 경영계는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심각한 사안"이라며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노조법 2조는 사용자의 개념을 정의하는 조항이다. 현행법은 사용자를 '사업주, 경영담당자, 사업주를 위해 근로자 관련 사안을 처리하는 자'로 규정해 원청은 교섭 의무에서 벗어났다. 노동쟁의도 임금·근로시간 등 직접적인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만 해당돼 파업 사유가 제한적이었다.

개정안은 이 정의를 대폭 확장한다. 사용자 개념에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가 추가돼, 원청 기업도 하청 노동자의 사용자로 본다. 노동쟁의 범위 역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의 결정'까지 확대돼 해외공장 이전, 구조조정, 투자계획 같은 경영상 판단도 파업 쟁점이 될 수 있다.

노동계는 이를 두고 "원청이 사실상 근로조건을 지배하면서도 책임을 회피해온 현실을 바로잡는 조치"라고 평가한다. 반면 경영계는 "근로자·사용자·쟁의의 범위를 무한대로 넓히는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기업은 하루가 멀다 하고 협상에 시달리고 해외투자마저 파업 대상이 돼 글로벌 경쟁력이 무너질 수 있다"고 반발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6단체는 "2조 2호 사용자 확대 조항뿐 아니라 2조 5호 노동쟁의 범위 확대 조항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에서 열린 노동조합법 개정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글로벌 기준 부합하나 법제화 방식은 이례적
우리나라 산업 구조상 충격은 더욱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사내 하도급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상시 근로자 300명 이상 기업의 하청 인력 비중은 17.7%에 달했다. 기업 전체 인력의 5분의 1이 하청 구조에 묶여 있다는 의미다. 노란봉투법은 이 구조 자체를 바꾸는 법은 아니지만, 구조에서 파생된 책임 회피 문제를 제도적으로 막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정부와 노동계는 이번 개정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한다고 설명한다. 미국, 일본, 유럽 등도 '공동 사용자' 원칙을 인정해 원청 책임을 법원이 개별 사건별로 판결한다. 한국 역시 지금까지는 판례를 통해 원청 책임을 부분적으로 인정해 왔는데, 이번 개정은 이를 법으로 아예 명문화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만 특정 국가에서 사용자 범위를 법률로 직접 확장한 사례는 드물어, 법제화 방식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이 자동차다. 현대차·기아차는 1~8차에 걸쳐 1만 개가 넘는 협력업체를 두고 있다. 하청기업 간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개정안이 시행되면 교섭 장기화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 있다.

실제로 단체교섭이 진행될 때는 노조 창구를 단일화해야 하지만, 수천 개 협력업체가 이를 어떻게 단일화할지에 대한 기준은 아직 없다. 경영계는 "창구 단일화 기준조차 없는 상황에서 수많은 협력업체가 공동 교섭을 요구하면 행정적·시간적 부담이 막대하다"고 지적한다. 설사 교섭 창구 단일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하청업체마다 요구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협상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처럼 단일 노조와 매년 교섭할 때도 불확실성이 큰데, 수천 개 노조가 동시에 요구를 내세운다면 교섭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즉각 개정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소송 급증 우려…경영 전반 부담 가중
노조법 2조 개정이 가져올 또 다른 파장은 소송 남발이다. 원청이 교섭 요구에 응할지 여부, 교섭 의무 범위, 합의 이행 책임 등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기업들은 인력과 비용을 소송에 투입해야 하고, 장기화될 경우 경영활동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조선, 철강, 건설 등 대규모 하청업체를 거느린 업종도 교섭 장기화와 파업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노동계는 반대로 "지금까지 원청이 사실상 임금과 작업 방식을 결정하면서도 법적 책임은 지지 않았다"며 "노란봉투법은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에 걸맞은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공동 사용자 원칙은 이미 선진국에서 인정되는 글로벌 스탠다드"라며 "한국만 후퇴하면 오히려 국제적 신뢰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용자 범위는 현행법을 유지하고, 노동쟁의 대상에서 '사업경영상 결정'만은 반드시 제외해달라고 수차례 호소했으나, 국회가 경제계의 요구는 무시한 채 노동계의 요구만을 반영해 법안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며 "사용자 범위가 무분별하게 확대되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가 붕괴되고, 국내 산업 공동화 현상이 현실화 될 것"이라 우려했다. 

s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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