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31일 '2025년 세제개편안' 발표
법인세·증권거래세 환원…尹 기조 철회
대주주 기준 文10억→尹50억→李10억
기재부, 尹 감세 정책에 "효과 없어" 평가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정부가 윤석열 정부 시절 단행했던 법인세와 증권거래세 인하 조치를 전면 철회한다. 법인세율은 2022년 수준으로 되돌리고, 증권거래세율도 인하 전 수준으로 환원할 예정이다.
이번 개편을 통해 정부가 사실상 이전 정부의 감세 기조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세수 기반이 급격히 약화된 상황에서 조세 형평성과 재정 건전성 회복이 시급하다는 판단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식 양도소득세의 대주주 기준도 문재인 정부 당시 수준인 10억원으로 다시 낮추기로 하면서, 전 정권에서 완화했던 부유층 과세 기준까지 전면 재조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 법인세 구간별 세율 1%p씩 인상…"세 부담 정상화 조치"
3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5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법인세율을 2022년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결정했다. 법인세는 기업이 일정 기간 동안 벌어들인 과세 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으로, 기업의 이익에 대한 기본적인 조세 부담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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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현행 법인세 구간별 세율을 각 1%포인트(p)씩 인상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단행된 법인세율 인하 조치를 환원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과세표준 '2억원 이하' 구간의 세율은 현행 9%에서 10%로,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구간의 세율은 19%에서 20%로 상향된다. '200억원 초과·3000억원 이하' 구간의 세율은 21%에서 22%로, '3000억원 초과' 구간의 세율은 24%에서 25%로 오른다.
상시 근로자가 5인 미만 등인 중소규모 법인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세율을 조정해, 과표 구간별 최저 19%·최대 24%였던 세율을 최저 20%·최대 25%로 각각 1%p 상향한다. 이런 개편안은 내년 1월 1일 이후 개시하는 사업연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응능부담(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따른 과세) 원칙에 따른 '세 부담 정상화' 조치라고 설명했다. 전임 윤석열 정부가 법인세율을 인하하면서 세입 기반이 약화됐고, 이를 정상적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인상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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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에 의하면, 조세 부담률은 윤석열 정부 출범 첫 해인 2022년 22.1%에서 2023년 19.0%, 2024년 17.6% 등으로 3년 연속 하락했다. 같은 기간 법인세수 실적도 ▲2022년 103조5000억원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 등으로 크게 줄었다.
이에 대해 이형일 기재부 1차관은 "지난 정부에서 감세를 통해 경기 활력을 제고하고, 결과적으로 세수도 증가할 것이라는 선순환을 의도했다고 본다"면서도 "최근의 경제 상황과 세수 감소를 고려해 보면 현재로서는 실제 정책의 효과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기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 증권거래세율 2023년 수준으로 환원…'금투세' 폐지 고려
증권거래세율도 2023년 수준으로 상향 조정된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비롯한 유가 증권을 매도할 때, 이익 발생 여부와 관계 없이 거래 금액에 일률적으로 부과되는 세금을 말한다.
이번 개편안에 따라 코스피는 현행 0%에서 0.05%로, 코스닥은 0.15%에서 0.20%로 인상된다. 코스피 시장에 별도로 적용하는 농어촌 특별세(0.15%)는 그대로 유지한다. 이번 조치는 세법 시행일 이후 양도되는 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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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증권거래세 인하 조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을 전제로 한 과세 체계 설계의 일환이었다. 금투세는 실제 이익이 발생한 경우에만 과세되는 반면, 증권거래세는 손익과 무관하게 매도 시점마다 부과돼 두 세제를 병행할 경우 과세 중복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전임 문재인 정부는 금투세 도입에 맞춰 증권거래세를 순차적으로 낮추고, 궁극적으로는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금투세 시행이 반복적으로 연기된 끝에 아예 폐지되면서 세제 간 조화가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금투세는 2023년 시행 예정에서 2년 미뤄졌다가 지난해 세법 개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백지화됐다. 반면 증권거래세 인하만 그대로 유지돼, 결과적으로 세수 손실만 키운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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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철 기재부 세제실장은 "지난 3년간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증권거래세율을 단계적으로 완화해 왔지만, 지난해에 금투세 폐지를 발표한 뒤 올해 1월에 실제로 금투세가 폐지됐다"며 "이에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낮춰왔던 증권거래세율을 2023년 수준으로 환원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증권거래세 환원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증권거래세를 인하했지만, 이 중 2차례는 오히려 거래 대금이 줄고 1차례는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이에 관해 박금철 실장은 "과거에 증권거래세율을 내렸던 사례들을 보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확인된다"며 "증권거래세율을 낮추는데도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때가 있었고, 어떤 때는 예측한 방향으로 내려갈 때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 대주주 기준 50억→10억 강화…"완화했을 때 효과 없었어"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인 '대주주' 범위도 다시 강화하기로 했다. 주식 양도소득세는 일정 지분율 또는 보유 금액 기준을 충족하는 대주주가 상장 주식을 매도해 이익이 발생했을 경우 해당 양도 차익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과세표준 3억원을 기준으로 이하일 시 20%·초과할 시 25% 세율로 과세한다.
이번 개편에 따라 정부는 상장 주식 보유액 기준을 현행 50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대주주로 분류되는 개인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종목별 일정 지분율 기준인 ▲코스피 1% ▲코스닥 2% ▲코넥스 4% 등은 유지한다. 이 같은 내용은 시행일 이후 양도하는 분부터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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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3차 비상경제점검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7.30 photo@newspim.com |
이는 윤석열 정부에서 완화했던 대주주 기준을 다시 환원하는 조치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10억원이었던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으로 상향했다. 당시 윤석열 정부는 대주주 범위를 크게 좁혀 실질적으로 초부유층 투자자들만 양도세를 내도록 함으로써 투자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정부는 대주주에 대한 과도한 감세로 조세 형평성이 저해되는 것을 우려해 이번 개편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대주주 기준을 완화했을 당시 주식시장에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해석도 내놨다.
박금철 실장은 "2023년 말에 대주주 기준을 완화했을 때, 순매도가 줄어드는 등 어떤 효과가 나타났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순매도가 늘어났던 경향이 있다"며 "조세 형평성에 저해가 된다는 지적이 많아 이번에 다시 10억원으로 환원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r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