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막히자 계약도 흔들…서울 아파트 해지율 7.2%로 껑충
분양가 피로·대출 규제 겹쳐… 연말까지 '거래 절벽' 경고등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6·27 대출 규제 시행 이후 거래가 이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20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의 계약 취소 비중은 오히려 늘었다. 고가 단지일수록 집값 하락에 따른 손실이 큰 만큼 수천만원의 계약금을 포기하고서라도 계약을 철회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고분양가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되는 가운데 대출 규제까지 맞물리면서 매수 심리는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일각에선 새 정부 장관 취임 이후 추가 부동산 대책이 예고돼 있지만 자금줄이 막힌 상태인 만큼 연말까지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집값 추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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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출 막히자 계약도 흔들…서울 아파트 해지율 7.2%로 껑충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계약 해지가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대출규제가 완화되기 이전까지 매수 심리 회복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정부가 발표한 '6·27 대책' 시행 이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가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계약을 철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미 계약금을 낸 수요자들조차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잔금을 치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까지 규제가 본격 적용된 지난달 28일부터 약 한 달간(7월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2700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계약 해지는 194건으로 전체 거래의 7.2%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2024년 6월28일~7월25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552건이었고 이 중 339건(4.0%)이 계약 해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량은 1년 전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계약 해지 비율은 오히려 3.2%포인트(p) 높아졌다.
2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해지 역시 늘었다. 대출 규제 시행 이후 20억원 이상 서울 고가 아파트 계약 해지 건수는 26건으로 전체 계약 취소 가운데 13.4%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7%인 점을 감안하면 0.7%p 높아졌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남구가 8건으로 가장 많은 계약철회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용산(5건), 양천(4건), 서초·송파·성동(2건) 등이 뒤를 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을 했지만 대출이 막히면서 잔금 마련이 어려워진 수요와 함께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가 꺾이면서 계약을 철회하는 사례가 커지고 있다"면서 "이달까지 계약 해지가 꾸준히 늘어나고 다음달부터는 거래 시장이 많이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분양가 피로·대출 규제 겹쳐… 연말까지 '거래 절벽' 경고등
고가 아파트의 경우 일반적으로 자산가나 현금 부자를 중심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대출 규제의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최근엔 이들조차 매수를 망설이고 있는 분위기다.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약해진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커지자 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고분양가에 대한 부담감도 누적되고 있다. 최근 분양 단지들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5000만~6000만 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여기에 금리 인하 기대가 현실화되지 않으면서 실거래가도 일부 하락세로 전환된 상황이다.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도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전체 거래 시장은 정체 국면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단기간 내 분위기 반전은 어렵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수요자와 팔고 싶어도 안 팔리는 상황"이라며 "정책만으로는 분위기를 바꾸기 어렵고 유동성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장관 취임 이후 정부는 이르면 8월 중 공급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다만 대출 한도가 제한된 현 상태가 유지된다면 실수요 회복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 한도가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 거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대출 규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거래 자체가 연말까지 늘어나길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거래 절벽이 이어질 경우 집값 추가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