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입법 로비 사업가, 이익 취득여부 봐야"
무죄 주장 윤관석 "사적인 친분에서 비롯됐을 뿐"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사업가로부터 입법 청탁을 받고 2000만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윤관석 전 의원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사건 쟁점은 법령 개정으로 사업가가 실제 어떠한 사적 이익을 취득했느냐"라며 이를 중심으로 공방을 벌여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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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로부터 입법 청탁을 받고 2000만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윤관석 전 의원이 2일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주장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최은정)는 1심과 달리 '법령 개정 후 사업가의 이득 여부'를 쟁점으로 봐야 한다고 양측에 주문했다. [사진=뉴스핌 DB] |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최은정)는 2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의원의 항소심 첫 공판 기일을 열었다.
이날 윤 전 의원 측은 지난 1심 공판에서의 주장을 반복하며 공소기각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윤 전 의원이 입법 청탁을 했다고 지목된 욕실 자재업체 대표 송 모 씨에게 받은 것들은 사적 친분에 따른 것일 뿐이지, 대가성 뇌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검찰이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했다며 해당 증거는 증거능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원심에서 청탁금지법을 들며 국회의원이 공익 목적의 고충을 처리하는 경우 청탁금지법 예외인 점을 언급했다"며 "이와 관련해 입법자료, 논문을 참고해 청탁금지법상 부정청탁과 뇌물죄 구성 청탁이 다르다는 점을 추가로 말하고자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직무 관련성에 있어서 오로지 공익적이란 표현이나 오로지 사적이라는 표현은 없다"며 "사익과 공익이 같이 있어도 원칙적으로는 직무관련성에 인정된다는 게 대법원의 일관적인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건 쟁점은 (입법의) 공익성 여부가 아니라 '이 법령 개정으로 (사업가) 송 씨가 실제 어떤 사적 이익을 취득했느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송 씨가 법령 개정 후 어려움이 해결돼서 상당히 많은 사업적 이익을 받았다면, 법 개정 이후니까 당연히 정당한 이익일 것"이라며 "사업상 이익이 부당해야만 직무상 관련성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재차 짚었다.
또 "쟁점은 송 씨가 사업하는 과정에서 개정 전 법률 규제 때문에 사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가, (윤 전 의원의 입법으로 인해) 문제가 해소됐다면 법령 개정이 정당하다고 해도 사적 이익 제공이 서로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라며 "검찰 측과 윤 전 의원 측 모두 이 점을 감안해달라"고 했다.
검찰 측은 송 씨가 근무하는 업계 관계자, 국회 법제실 직원 등을 증인으로 추가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증인 채택 여부를 검토한 뒤 다음 달 20일 오전 11시20분 재판을 속행하기로 했다.
앞서 윤 전 의원은 송 씨로부터 절수 설비 관련 법령 개정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골프장 이용료 770만원과 금품 등 총 227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작년 6월 기소됐다.
실제 윤 전 의원은 2021년 3월 절수설비에 절수 등급 표시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수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 발의했고, 이 법안은 그해 7월 국회를 통과했다.
아울러 윤 전 의원은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당내 현역 의원들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경선캠프 관계자들로부터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확정 판결받았다.
이후 실형을 살던 윤 전 의원은 지난달 23일 보석 판정을 받아 석방됐다.
이 외에도 돈봉투를 허종식 의원과 이성만·임종성 전 의원에게 준 혐의로도 추가 기소돼 1심 1심에서 징역 9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