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동차에 25%의 추가 관세를 발동한 지 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원가 절감 등을 통해 비용을 흡수하며 미국 내 판매 가격을 유지해왔지만, 이제 한계에 도달해 토요타를 비롯한 4개사가 가격 인상 방침을 밝혔다고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 토요타, 7월부터 가격 인상
토요타는 7월 1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내 차량 판매 가격을 평균 270달러(약 36만원) 인상한다. 회사 측은 "경쟁 업체들의 잇따른 가격 인상 발표와 시장 동향 등을 고려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관세 발동 이후에도 미국 내 판매 가격을 동결해 왔다. 하지만 7월 1일 기준으로 스바루와 미쓰비시자동차는 이미 가격을 인상했고, 마쯔다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혼다와 닛산자동차를 제외하고 일본차 주요 6개사 중 4개사가 가격 인상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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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의 미국 판매점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완성차 업체, 비용 흡수에도 한계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을 결정한 것은 관세로 인해 상승한 비용을 기업 노력만으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미국 자동차 수출 단가는 5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20% 하락했다. 일본 업체들은 미국 시장 내 판매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관세 부담을 일본 측에서 흡수해 온 것이다.
공급망을 들여다보면 체력이 있는 대형 완성차 업체가 비용을 흡수하는 구조가 더욱 선명해진다. 소재나 부품 등 거래처 대부분이 이미 가격 인상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체의 거래처는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거래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완성차 대기업들이 비용을 흡수해 왔지만, 관세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이 구조도 이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 "美 신차 판매 둔화...가격 인상도 지속 어렵다"
한편으로 가격 인상은 판매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미 관세 발동 전의 사재기 수요로 증가했던 미국 내 신차 판매는 둔화하고 있다.
토요타 등 일본차 4개사가 1일 발표한 6월 미국 신차 판매 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 감소하며 4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관세 발동 전에 수입한 재고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조사 회사인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5월 미국 내 신차 재고는 247만대로 전년 동월 대비 12% 감소했다.
일본차 업체들이 단기적으로는 가격 인상을 통해 비용 상승을 견디겠지만, 지속 가능한 대책은 아니다. 미일 간의 관세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으며, 트럼프 정부가 일본만 자동차 관세를 면제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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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항만에 줄지어 선 자동차. [사진=블룸버그] |
◆ 현지 생산 확대 등 구조 재편 나서
관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을 염두에 두고, 일본차 각사는 장기 전략으로 현지 생산 확대 등 비용 구조의 전면 재검토를 서두르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절반을 일본에서 수입하는 스바루는 인디애나주에 있는 완성차 공장에서 주력 차종의 현지 생산을 늘릴 예정이다. 인디애나주에 있는 스바루 북미 유일의 완성차 공장에서는 증산을 위한 체제 정비가 진행 중이다.
마쯔다도 관세 정책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 공장의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5월부터는 앨라배마주의 공장에서 캐나다 수출용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미국 판매용 생산으로 전환했다.
토요타 역시 미국 생산 체제를 장기적으로 현지화할 방침이다. 현재 텍사스와 켄터키 공장을 중심으로 일부 차종의 현지 생산 전환을 검토하고 있으며, 신규 투자 계획도 조율하고 있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