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NH농협·KB라이프 등 보험사, AI 기반 자동심사 전방위 확대
청구 간소화·지급 속도 개선 등 효과…책임 있는 운용 위한 제도 보완 시급
해외도 내부통제·경영진 책임 강화 추세…금감원, AI 가이드라인 마련 예고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을 국가 전략 기술로 육성하기로 하면서 보험업계의 디지털 전환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동안 수작업 중심이던 고객 응대와 인수·보상 심사 업무에 AI 자동화 바람이 불며 소비자 편의가 대폭 향상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불완전판매나 부당한 보험금 지급 거절 등 소비자 권익 침해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이에 따라 책임 있는 AI 활용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화재, NH농협손해보험, 현대해상, KB라이프생명 등 주요 보험사들이 AI 기반 보험금 자동심사 시스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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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글로벌 협력 기업 간담회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6.21 photo@newspim.com |
삼성화재는 장기보험 상병심사 시스템 '장기U'를 통해 고객의 병력과 보험금 청구 이력을 AI가 자동 분석하고 인수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조건부 가입, 담보 조정 등도 자동 제안되며 현재 장기계약의 약 90%가 이 시스템을 통해 심사되고 있다.
NH농협손보는 OCR(광학문자인식) 기술을 활용한 보험금 자동심사 시스템을 최근 도입했다. 영수증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지급 적정성을 판단하며, 2028년까지 자동심사 비중을 17%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로 인한 연간 비용 절감 효과는 약 33억원으로 추산된다.
현대해상도 AI 자동심사 프로세스 '2Q-PASS'를 통해 일정 기간 실손보험을 유지하고 병력이 적은 고객에 한해 별도 심사자 개입 없이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대상 계약의 40% 이상이 해당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KB라이프는 AI 기반 사전심사 시스템 'K-매니저'를 도입해 고객이 가입 가능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으며 디지털 청구 범위를 사망·재해 담보까지 대폭 확대했다.
보험사들은 AI 심사를 통해 업무 효율성과 공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대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동화된 분석은 일관성과 신속성을 크게 높인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AI는 수십만 건의 사례를 기반으로 정교한 판단 기준을 구축할 수 있어 사람보다 더 객관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형화된 알고리즘이 예외 상황을 놓치거나 기계적 판단으로 충분한 설명 없이 보험금이 부지급되는 등 소비자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책임 있는 AI 활용을 위한 법적·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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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사진=뉴스핌DB] = 2021.11.10 tack@newspim.com |
해외에서는 이미 AI의 책임 있는 운용을 위한 제도화가 본격화됐다. 미국 전미보험감독자협회(NAIC)는 지난해 보험사에 AIS(Artificial Intelligence System) 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권고하며 경영진에게 AI 개발과 활용, 감독에 대한 명확한 책임을 부여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보험사에 AI 시스템을 제공하는 제3자에 대한 관리 방안도 포함됐다.
국내 금융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금융사가 AI 서비스를 개발·활용하는 동시에 소비자 보호를 위한 위험관리 체계를 갖추도록 '금융권 통합 AI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도 정책·기술적 이슈 발굴과 AI 관련 법·제도 정비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은 올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AI 관련 정책, 기술적 이슈 발굴, AI기본법과 금융분야 AI 가이드라인에 대한 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인공지능 시대 보험의 역할과 과제' 보고서에서 "AI를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도 소비자 권익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보험 소외 계층에 대한 차별, 불완전판매, 부당한 보험금 거절 등의 사안에 대해 책임소재와 데이터 편향 문제 등 폭넓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