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가 공연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토니상 6관왕을 들고 금의환향했다. 한국 관객들의 성원이 없었다면 브로드웨이의 성과도 없었다며 각별히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박천휴 작가는 24일 열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미국 '토니어워즈'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예상치 못했던 토니상 수상과 글로벌 성과의 소회를 전했다. 이 자리엔 한경숙 프로듀서(NHN링크 공연 제작 이사)도 함께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사진=NHN링크]

'어쩌면 해피엔딩'은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작품상을 비롯해 극본상, 작사·작곡상, 무대디자인상, 연출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을 석권하며 6관왕에 올랐다. 박 작가는 한국인 최초로 극본상과 작사·작곡상을 수상했다.

박 작가는 '토니상'을 수상하고 달라진 점에 대해 "트로피를 식탁에 놓고 왔는데 보면서 아침을 먹었다. 너무 신기했다. 상징적 트로피가 내 초라한 뉴욕 집에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그 무게에 걸맞는 창작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또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만큼 실망이 크기 때문이다. 설마 수상할까라는 생각으로 기대하지 말자 다짐했었다"면서도 "수상 당일 정신없고 마라톤 같은 하루였다. 너무 기쁘고, 당황스럽고, 상 받아도 되나 놀랍기도 했다. 다 끝났으니 편하게 잘 수 있겠다는 복잡미묘한 감정이었다"라며 수상 당시를 떠올렸다.

토니상은 미국 연극·뮤지컬계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연극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린다. 오스카상(영화)과 그래미상(음악), 에미상(방송)과 미국 4대 예술상으로 꼽힌다. 한국에서 제작된 창작 뮤지컬이 토니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해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리드 프로듀서로 현지 프로덕션을 통해 제작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의상상을 받았고, CJ ENM이 공동 투자한 '물랑루즈' 등이 토니상을 수상한 바 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사진=NHN링크]

'어쩌면 해피엔딩'은 근 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프로그래밍되지 않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접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작곡가) 두 창작자가 공종 작업했으며 2014년 작업을 시작해 2015년 트라이아웃 공연, 2026년 초연을 거쳐 지난해까지 총 다섯 시즌에 걸쳐 국내에서 공연됐다.

이번 '어쩌면 해피엔딩'의 성과와 함께 박 작가가 이 작품을 구상한 계기에 관심이 쏠렸다. 박 작가는 "사회 문명 발달로 길들여진 인간을 로봇에 비유하면서 시작됐다. 주변 사람들 모두 노트북과 휴대폰만 하고 있었다. 상대방 보다는 스크린을 보고 있는 사람이 됐구나라는 생각에 이별, 상실의 아픔을 로봇으로 해석하게 됐다"라고 이 뮤지컬의 시작을 털어놨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토니상 12개 부문 후보로 오르고 6관왕을 기록하기 이전, 뉴욕 드라마 비평가 협회, 드라마리그 어워즈, 외부 비평가협회상 등 유수의 공연 관련 시상식에서 최우수 상을 여러 차례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토니상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제69 드라마데스크 어워즈'에도 작품상 포함 총 6개 부문에서 수상에 성공했다.

이 작품의 작품성을 미국 유명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까지 언급하며 화제가 됐다. 박 작가는 "감독님이 우리 공연을 보고 잘 봤다고 연락주셔서 화상통화를 했다. 이번 시즌엔 다른 공연 제작자로 참여했지만 우리 공연을 보고 잘 된 게 너무 좋다고 응원해주셨다"라며 "우리 작품을 영화화하자 그런 이야긴 없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박천휴 작가는 '어쩌면 해피엔딩'의 특별한 점으로 '관객들의 공감'을 꼽으며 국내 팬들의 응원과 지지에 감사함을 표했다. 그는 "한국은 마니아적인 분들이 많다. 그래서 재관람율이 높은 편이다. 신기했던 건 브로드웨이에서도 재관람율이 높은 편이었다. 작품 자체에서 느껴지는 공감이 해외에서도 전달됐던 것 같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와 한경숙 프로듀서.[사진=NHN링크]

한경숙 프로듀서는 "이 작품의 10주년을 함께 하게 돼 책임감이 상당하지만 많은 분들이 오셔서 작품을 보고 공감하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박 작가는 "브로드웨이 수상의 영향으로 작품이 수정되진 않을 것이다. 한국 공연은 브로드웨이의 지침서다. 대본, 음악 모두 디테일하게 적어놨다. 앞으로도 신선한 감상을 드리기 위해 제작진과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박 작가는 "계획하고 서울에 온 게 아니었다"면서도 몇 가지 구상을 얘기했다. 그는 "작년과 재작년에 초연을 올렸던 '일 테노레'와 '고스트 베이커리'가 한국 관객들과 다시 만나게 작업을 하고 싶고 더 나아가 미국에서 그 두 작품을 선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다. 혹은 미국이 아니라 어떤 다른 해외 영화들, 구상하고 있는 아이디어들이 빨리 현실화 될 수 있도록 작품들을 쓰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국내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NHN링크는 10주년을 기념 무대로 올해 관객들과 만난다. 오는 10월 30일부터 내년 1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