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성 담화 등에서 언급 회피
미국에 의한 북핵 시설 폭격이나
수뇌부 제거 떠올릴까 우려한 듯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 노동신문은 20일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4건의 기사를 집중 편집하며 관심을 드러냈다.
신문은 19일자로 작성된 '중동에 새로운 전란을 몰아온 침략세력들은 국제평화를 파괴한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실었는데 "이스라엘의 군사적 공격에 엄중한 우려를 표시하며 이를 단호히 규탄한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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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19일 돔 부분이 파괴된 이란 아라크 중수로 발전소의 원자로 핵심시설. 수도 테헤란에서 남서쪽으로 약 250㎞ 떨어진 아라크에는 중수로에서 추출된 플루토늄 생산 시설이 자리해 있다.[사진=SNS캡처] 2025.06.20 |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13일 새벽 이란이슬람공화국에 대한 무차별적인 대규모 군사적 공격을 개시한 이스라엘의 불법 무도한 국가테러 행위는 중동지역에 새로운 전면전쟁의 위험을 키우면서 국제사회의 강력한 규탄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오늘 세계가 목격하고 있는 엄중한 사태는 미국과 서방의 지지후원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이 중동평화의 암적 존재이며 세계평화와 안전파괴의 주범이라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앞서 18일 보도에서 이스라엘의 군사공격 사실을 전하면서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군사대상과 중요 에네르기(에너지) 시설들, 살림집들을 폭격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련의 보도에서는 이란의 핵 시설이 이스라엘 전투기와 미사일에 의해 피폭 당한 사실을 찾아볼 수 없다.
군 수뇌부와 핵 과학자들이 정밀 타격에 의해 제거된 대목도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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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4년 9월 13일 고농축우라늄(HEU) 생산을 위한 원심분리기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건 이 때가 처음인데, 구체적인 장소 등은 밝히지 않았다. [사진=조선중앙통신] |
대북정보 관계자는 "반(反) 이스라엘 노선을 취해온 북한이 이번 사태를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과 적대의식을 고취하는 데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핵 시설 피폭이나 핵심 인사‧과학자 사망 사실을 전하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 엘리트와 주민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미국에 의한 북한 핵시설 파괴나 군 수뇌부, 핵‧미사일 개발자 제거 가능성이 떠오르게 될 것이고 김정은의 도발 노선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통일부 당국자는 "외무성 담화의 경우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난하면서도 대미 비난의 수위는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북한도 이번 사태를 전하는데 있어 치밀한 고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