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창립 75주년…"자영업자 소상공인 어려움 직면"
"경기 부양 시급하지만 경제 구조 구축 노력도 병행"
[서울=뉴스핌] 온종훈 선임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새로 출범한 정부가 구조개혁 과제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당면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창립 75주년 기념사에서 이같이 말하고 "한은은 이 과정에서 필요한 전문적인 분석과 정책제안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은이 새 정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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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05.29 photo@newspim.com |
이 총재는 새 정부에 대해 "성숙한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출범한 만큼 '통합'의 마음으로 사회 결속을 다지고 '실용'을 앞세워 경제활력을 되찾기를 기대한다"고 평가하고 "한은 또한 소신과 원칙에 따라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물가안정 등 국가 경제의 미래와 국민 생활 안정에 필요한 모든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힘을 보탤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 경제상황에 대해서도 "지난해 말 비상계엄 이후 고조된 정치적 불안정성이 장기화되면서 사회갈등과 분열이 심화되고 지난 6개월은 '불확실성'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될 만큼 혼란스러운 시기"였다며 "대내외적 충격으로 인해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고 특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말 금리인하의 배경이 된 올해 경제전망 수정에 대해 "성장률 전망을 0.7%포인트(p)나 낮춘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며 "올해 예상되는 성장률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19 위기를 제외하고 지난 3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며 설명했다.
특히 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0.2%)을 한 것에 대해 "역성장이 발생할 확률은 작년에 약 14%로 10여년 전에 비해 3배나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경기회복을 위한 부양책이 시급하지만 동시에 성장잠재력의 지속적인 하락을 막고 경기변동에 강건한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며 구조개혁의 지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구조개혁의 필요성은 "유럽에서도 성장이 정체되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 심화, 글로벌 공급망 분절화로 인한 피해 등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임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저성장에 대응하는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전했다.
결국 추락하는 경기를 막기 위해서 금리인하와 재정정책(추경) 등 경기부양책이 필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칫 이완될 수 있는 '구조개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이 총재의 시각이다.
이 총재는 "구조개혁은 항상 이해관계의 충돌을 피할 수 없으며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승자와 패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충분한 조율과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좋은 정책이라도 이해집단의 저항에 부딪쳐 좌초될 수밖에 없다"며 새 정부에 갈등 조정에 대한 '리더십'을 우회적으로 당부했다.
ojh11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