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형 에어컨 성장세 둔화
AI 가전으로 옮겨간 수요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코로나19 이후 '각방 냉방' 트렌드 속에 수요가 급증했던 창문형 에어컨 시장이 최근 들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설치 편의성과 가격 경쟁력으로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지만, 소비자의 관심이 프리미엄 제품으로 옮겨가면서 시장 내 입지가 달라지고 있다.
가전업계에서는 단순 냉방 기능 중심이었던 소비자 선택 기준이 점차 AI, 에너지 효율, 인테리어 조화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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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2025년형 창문형 에어컨 제품. [사진=LG전자 홈페이지 캡처] |
28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2025년형 창문형 에어컨 3종을 출시해 판매 중이다.
팬데믹 시절 등장한 창문형 에어컨은 별도의 실외기 설치가 필요 없어 각방 냉방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며 빠르게 보급됐다. LG는 이 같은 수요에 발맞춰 매년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창문형 에어컨 '윈도우핏'의 신모델을 출시하지 않은 채 기존 모델 판매를 지속하고 있다. 현재 판매 중인 모델의 소비자 만족도가 높고, 기능 측면에서도 충분하다는 것이 삼성 측의 설명이다.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창문형 에어컨 수요가 급감한 것은 아니다. 되레 LG전자와 삼성전자 모두 올해 창문형 에어컨 판매량이 작년보다 소폭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19년 국내 창문형 에어컨 출하량은 4만 대에 불과했지만 2022년 50만 대, 2023년에는 70만 대 수준으로 급증했다. 국내 전체 에어컨 연간 출하량이 약 250만 대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창문형 제품이 전체의 약 30%를 차지하는 셈이다.
다만, 전체 에어컨 시장이 커지고 고기능 제품 수요가 늘어나는 흐름 속에서 창문형 에어컨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일관된 분석이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각방 냉방이라는 실질적 수요는 팬데믹 이후 일정 부분 충족된 상황"이라며 "창문형 에어컨의 판매가 유지되더라도 전체 시장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드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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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이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반응하는 LG 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I 에어컨의 공감형 AI 기술인 'AI음성인식' 기능을 체험하는 모습. [사진=LG전자] |
실제 매장에서도 소비자들은 AI 기능을 중심으로 제품을 찾고 있다고 설명한다.
대형 가전 유통업체 직원은 "최근 몇 년간 창문형 에어컨을 찾는 손님이 많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에너지 효율이나 자동 냉방 조절 같은 고기능 여부를 먼저 묻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간단한 설치보다 실내 환경에 맞춰 똑똑하게 작동하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에어컨을 포함한 전반적인 가전 소비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에어컨 역시 전원 버튼만 누르는 단순 가전에서 벗어나 실내외 온도와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분석해 자동으로 제어되는 AI 가전으로 진화 중이다. 특히 거실이나 안방처럼 장시간 사용하는 공간에서는 사용 편의성보다 고급 기능 여부가 구매 결정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제조사들도 제품 전략을 AI 기능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초 출시된 'LG 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I'와 'LG 휘센 오브제컬렉션 뷰I 프로'에는 AI 음성인식을 탑재했다. 이용자의 일상적인 표현만으로 AI가 의도를 파악해 온도와 풍량을 조절한다. 리모컨 없이도 음성으로 손쉽게 제어할 수 있어 사용자 만족도가 높다.
최근 출시한 '휘센 쿨' 제품에는 AI가 고객의 생활 환경과 사용 패턴을 학습해 최적의 바람을 제공하는 AI 바람 기능을 탑재했다. 사용 후에는 내부에 남을 수 있는 습기를 자동으로 건조하는 'AI 건조' 기능으로 위생 관리까지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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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사계절 내내 집안 곳곳을 쾌적하게 관리하는 똑똑한 공조시스템 '비스포크 AI 에어 콤보'를 새롭게 선보였다.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도 올해 2025년형 '비스포크 AI 무풍콤보 갤러리', '비스포크 AI 무풍 클래식', 'AI 무풍콤보 벽걸이', 'AI Q9000' 등을 통해 AI 에어컨 신제품 라인업을 완성했다.
2025년형 AI 에어컨 신제품 전 모델은 AI 쾌적과 AI 절약모드 등 AI 기능을 탑재해 소비자 편의를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특히 스마트싱스 기반의 AI 절약모드는 상황별 맞춤 절전으로 에어컨 사용 에너지를 최대 30%까지 절감한다. 매월 AI가 분석한 에어컨의 전력 사용량 예측치 모니터링도 제공해 장시간 에어컨을 켜두는 여름철에 유용하다.
업계는 창문형 에어컨의 역할이 틈새 수요로 제한되지만, AI 기능을 강화한 에어컨이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리모델링 아파트나 인테리어 수요가 늘면서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는 스탠드형·벽걸이형 제품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여기에 전기요금 인상과 에너지 효율 규제 강화도 고성능 제품 선호를 부추기고 있다.
가전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창문형 에어컨은 여전히 실외기 설치가 어려운 환경에서는 좋은 대안이지만, 전체적인 소비 흐름은 고기능 제품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결국 에어컨 시장에서도 AI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화가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