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21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 개장 전 미 주가지수 선물 가격이 일제히 하락하며 미 증시의 하락장 출발을 예고했다. 장기 국채금리 급등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안 관련 불확실성 속에 투자 심리가 악화했다.
미 동부시간 오전 9시 20분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E-미니 다우 선물은 전장 대비 379.00포인트(0.89%) 하락한 4만2,393.00에 거래 중이다. S&P500 선물은 40.00포인트(0.67%) 밀린 5,919.75, 나스닥100 선물은 149.25포인트(0.70%) 내린 2만1,298.00을 기록하고 있다.
3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이날 다시 5%를 넘어서며 심리적 저항선을 돌파했고, 10년물 금리는 4.54%까지 상승했다. 지난주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여파에 채권시장의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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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투자자들은 현재 워싱턴 정가에서 진행 중인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안을 둘러싼 예산 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원 운영위원회는 이날 새벽 1시(동부시간 기준) 비상 회의를 열고 감세안 최종 조율에 착수했으나, 고소득 주 대상 감세 항목과 메디케이드 삭감 문제를 놓고 공화당 내부 이견이 여전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해당 감세안이 향후 10년간 미국 연방정부 부채를 3조~5조 달러 늘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SEB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다니엘 베르그발은 "관세와 정책 불확실성이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동시에 재정적자를 더욱 확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 국채 금리 급등은 고성장 기술주에 직접적인 압력으로 작용했다. ▲엔비디아(NVDA)의 주가가 개장 전 1% 가까이 하락하며 대형 성장주의 낙폭을 키웠고, 미국 최대 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그룹(UNH)은 HSBC가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비중축소'로 하향하면서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6% 넘게 하락했다.
소매업체 실적도 엇갈렸다. ▲타겟(TGT)은 소비자 지출 둔화를 이유로 연간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며 주가가 6% 넘게 급락한 반면, ▲로우스(L)는 1분기 비교 매출 감소폭이 예상보다 작다는 소식에 소폭 올랐으나 다시 하락 전환했다.
반도체 장치 공급업체 ▲울프스피드(WOLF) 파신보호 신청 악재로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60% 넘게 급락하고 있다.
미 증시는 이번 주 조정을 받기 전까지는 무역 갈등 완화, 낮은 인플레이션 지표, 미중 간 일시적 관세 휴전 등에 힘입어 강한 반등 흐름을 보여왔다. S&P500은 4월 저점 대비 17% 넘게 상승했으며, 연초 대비로도 플러스 전환한 상태다.
그러나 LPL 파이낸셜의 매크로 전략 책임자 크리스티안 커는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주가가 반등한 만큼, 이 랠리를 리스크 해소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간스탠리는 이날 미국 주식 비중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상향하며, "정책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지만, 글로벌 경제는 여전히 확장 국면에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채권시장의 불안과 함께 트럼프 감세안과 관련한 재정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주식시장에도 다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