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한진칼·LS까지"...김대헌 호반그룹 사장, M&A로 외형 확장 모색

기사입력 : 2025년05월20일 06:10

최종수정 : 2025년05월20일 06:10

올 초 LS에 이어 한진칼 지분 매입 늘려
단순 투자 아닌 업역 확대 시도라는 이야기도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호반그룹이 LS에 이어 한진칼 지분 인수에 박차를 가하면서 앞으로의 행보에 시선이 모인다.

호반그룹은 투자 사업을 늘리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으나, 일각에서는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영역 확대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호반그룹 총수 김상열 회장의 장남인 김대헌 사장이 신규 투자를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 LS부터 한진칼까지… 호반그룹 지분 확대에 재계 '긴장'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호반건설의 한진칼 지분 매수가 업역 확대를 위한 물밑작업일 수 있다는 예측이 제기됐다.

최근 호반건설은 한진칼 지분율이 기존 17.44%(1164만5800주)에서 18.46%(1232만1774주)로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이로 인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의 지분 격차가 1.7%포인트(p)까지 좁혀졌다. 

호반그룹은 2022년 장내매수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이후 호반산업과 호텔앤리조트 등 자회사를 통해 꾸준히 지분을 늘렸다. 한진칼은 지난 16일 자사주 보통주 44만44주를 올 8월까지 출연하기로 하면서 호반그룹과의 지분 격차를 2.3%p까지 다시 늘렸다. 호반그룹의 갑작스러운 지분 매입에 경계 태세를 갖춘 것으로 해석된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단순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매입한 것"이라며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는 경우 공시 의무가 있어 공개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진칼을 통해 항공업에 진출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호반그룹은 2015년 아시아나항공 모기업인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들며 항공업으로의 사업 확장 의지를 드러낸 적 있다. 당시 호반건설은 6007억원의 인수 가격을 제시하며 단독 입찰했으나, 인수가가 채권단 하한선에 미치지 못하면서 불발됐다.

올 초에는 LS의 지분 3%가량을 확보하면서 재계에 긴장감을 심어줬다. 구자은 LS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45인의 지분율은 합산 32.11%지만 각 관계인별 지분률이 3%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어서다. 구자은 회장이 3.63%, 구동휘 LS MnM 부사장이 2.99%, 구자용 LS네트웍스·E1 회장이 2.40%를 보유하고 있다.

호반그룹이 LS 지분을 매입한 날이 2021년 인수한 계열사 대한전선과 LS전선이 수 년째 벌여온 특허 소송 2심 전일이라는 사실도 화제가 됐다. LS그룹은 이 같은 호반의 전략을 공격적 시그널로 해석, 지난 16일 한진그룹 자회사인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65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하며 전략적 연대를 꾀했다.

대선 이후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국내 최대 해운선사 HMM의 우선협상대상자로도 호반그룹이 유력한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호반그룹은 2022년 중견 해운사인 폴라리스쉬핑 지분을 인수하며 해운업 진출을 시도한 전력이 있어서다. 당시 호반건설이 사모펀드 운용사 APC PE와 컨소시엄으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인수금 납부를 두고 갈등을 겪다 결국 불발됐다.

HMM은 민간 기업이지만 최대주주는 산업은행(36.02%)과 한국해양진흥공사(35.67%)다. 국민연금(5.17%) 등까지 합치 지분 76.86%를 정부가 보유하고 있다. HMM의 시가총액(약 16조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두 기관이 보유한 가치는 11조원이 넘는다. 상당한 유동성이 필요한 HMM 인수전에서 포스코와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이 미참여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 현금 보유량이 많고 해운업에 관심을 가졌던 호반그룹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셈이다.

지난해 호반그룹 내 주축으로 꼽히는 호반건설의 연결 기준 유동성 자산은 전년(4조571억원) 대비 1.6% 증가한 4조1209억원이다. 자본총액은 5조1147억원으로, 2023년보다 30% 이상 증가한 단기금융상품 투자 운용 수익에 따라 3조5887억원의 이익잉여금이 쌓였다.

부채비율은 53.5%로, 전년(55.1%)과 비교했을 때 1.6%p 낮아졌다. 건설사의 평균 부채비율이 150~200%임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호반그룹이 현재 투자 가능한 현금 여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매각은 불투명하다. 매각가가 매우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건 물론 호반 측이 아직 매각 관련 논의를 전혀 하지 않아서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통상적인 인수 합병 딜에서 반영하는 20~30%대의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감안하면, 정부 지분 매각 가격은 높아질 전망"이라며 "이미 치솟은 몸값만으로도 적절한 원매자 후보군을 선정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HMM 인수에 대해선 나온 얘기가 없다"고 강조했다.

◆ "M&A 통해 업역 늘리나" 업계 의문에… 호반 "단순 재무 투자" 해명

호반그룹의 이 같은 행보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보다는 업역 확대를 통한 먹거리 발굴로 해석된다. 호반그룹의 한진칼과 LS그룹 지분 확대가 기존 최대주주의 입지를 흔들 만한 영향력이 있다고 보긴 어려워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보유 중인 지분 구도를 고려하면 호반의 지분 매입으로 인한 한진칼과의 지분 경쟁 가능성은 과장됐다"며 "조 회장과 특수관계자 지분, 델타항공 지분(14.90%), 기타 우호주주 등 지분을 모두 고려하면 호반그룹이 보유한 지분을 기반으로 이사회에 진입할 시도 등 가능성은 있지만 대주주 변경은 어렵다"고 했다.

현재 호반그룹은 창업주인 김상열 회장의 장남 김대헌 사장이 이끄는 호반건설을 중심으로 호반산업, 호반프라퍼티로 주력 계열사의 독자적 사업 기조가 강화되는 추세다. 호반산업은 차남 김민성 전무가, 호반프라퍼티는 장녀 김윤혜 부사장이 각각 자리하고 있다.

이밖에도 주택개발과 건설, 전선, 레저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건설업 불황으로 분양수익이 줄어든 데다, 계열사 간 긴밀한 영업을 통해 수주해 왔던 공공택지 위주의 주택사업이 불공정 거래라는 의혹을 받으며 건설 부문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말 호반건설의 자체사업 비중은 1조822억원으로 전년(1조8368억원) 대비 41.1% 감소했다.

김문호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분양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공공택지 입찰 관련 규제와 정책 변화가 신규 공공택지 확보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분양경기가 크게 저하된 대구나 제주 지역 일부 도급 현장의 경우 정상적인 공정 진행에 차질이 발생하거나 부진한 분양 실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호반그룹은 본래 캐피탈 사업에서 출발했다. 김 회장은 1996년 호반건설의 모태인 팩토링금융업체 현대파이낸스를 설립했다. 팩토링금융업은 외상매출채권을 매각해 자금난을 해결한 기업의 매각대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다. 자체 자본이 부족한 상황에서 레버리지를 통해 사업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구조다. 호반은 이렇게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토목 및 건축공사업을 양수받아 건설업체로의 존재감을 키웠다.

호반 측은 업역 확장 고려 또한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한진칼 투자의 경우 유망 산업이라는 점을 중점으로 보고 투자를 늘려온 것"이라며 "이외의 목적은 없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돌연 취소된 '2+2 통상협상' 왜?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5일(현지 시각) 미국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2+2 재무·통상 협의'가 돌연 취소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측이 한국 대표단에 '양해'의 뜻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설명이지만, 외교상 결례에도 불구하고 협의를 미뤄야 했던 배경에는 한국 협상단을 길들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전 9시경 이메일로 미국 측으로부터 협의 취소를 통보 받았다. 이날 오전 구 부총리는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당시 인천공항 대기실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는 이 같은 사실을 오전 9시 30분께 언론에 공개했고, 구 부총리는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오전 9시 50분께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날 회의가 취소가 된 배경에 대해 기재부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긴급한 일정'에 대한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측이 이메일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협상 관련 구체적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과의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김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등을, 여 본부장은 제이미스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만난다. 하지만 양국 경제·통상 수장이 구체적 이유 없이 협의를 돌연 취소한 배경으로 한미간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 아니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일 미국으로 출국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귀국할 예정이지만, 고위급 협상에 진전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1000억달러(약137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미국 정부에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보다 먼저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 짠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5500억달러(약 757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약속하고 미국과의 상호관세 15%부과에 합의했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다만 한국 정부가 제시할 투자 규모에 미국 정부가 만족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최근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에 공개한 일본 대표단과의 협상 사진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미 투자액을 상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투자액이 나온다. 애초 일본이 제시한 투자액 4000억달러는 펜으로 그어져 있고, 그 위에 5000억달러라는 숫자가 써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일본의 대미국 투자액은 5500억달러라고 공개했다. 협상액보다 500억 달러가 높아진 셈이다. 촉박한 협상 일정을 무기 삼아 미국이 비관세 영역도 손보려는 의도가 아니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025년 미국 무역대표부의 비관세 장벽 보고서(NTE)에서도 한국의 방산·통신·원전 분야를 지적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산과 통신은 미국 기업의 진입 장벽이라는 측면에서 구조 개선에 대한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wideopen@newspim.com 2025-07-24 18:42
사진
특검, 한덕수 자택·총리공관 압수수색"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내란특검팀이 24일 국무총리 서울공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특검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검은 이날 한덕수 전 총리 자택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07.02 leehs@newspim.com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한 전 총리 등을 다시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검토할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sheep@newspim.com 2025-07-24 13:5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