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중 관세 90일간 145%→30%로 대폭 인하
주식시장, 예상보다 높은 관세 인하 폭에 환호
전문가 "기업 경영 불확실성 여전"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가 12일(현지시간) 일제히 급등 마감했다. 미국과 중국이 오는 14일부터 90일간 관세율을 대폭 낮추고 무역 협상을 계속 지속하기로 하면서 기술업종과 소매업종은 강세를 보였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160.72포인트(2.81%) 상승한 4만2410.10에 마쳤고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84.28포인트(3.26%) 전진한 5844.19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779.43포인트(4.35%) 급등한 1만8708.34로 집계됐다.
이날 S&P500지수의 종가는 지난 3월 3일 이후 최고치였으며 나스닥 지수 종가는 2월 28일 이후 가장 높았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주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 무역 회담을 하고 향후 90일간 상대국에 적용하는 관세를 큰 폭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적용하는 관세는 145%에서 30%로 낮아지고 중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는 125%에서 10%에서 인하된다.
해당 회담을 이끈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미국과 중국이 향후 몇 주 안에 추가 무역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중국이 미국 기업에 시장을 개방할 것이라며 이것이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전화 통화를 할 수도 있다고도 언급했다.
미국 경제에 가장 커다란 충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 대중 관세가 일단 90일간 크게 낮아지면서 투자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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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5.13 mj72284@newspim.com |
이날 공개 발언에 나선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방준비제도 이사는 "분명히 양국의 무역과 관련해 이것은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이 중국에 향후 90일간 적용하는 30%의 관세가 여전히 꽤 높은 수준이며 이에 따라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쿠글러 이사는 이 같은 영향이 예상보다 약할 수 있다며 "어떤 면에서 보면 우리가 수단을 써야 하는 정도와 그 규모에 대한 기본 전망이 달라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예상보다 큰 폭의 관세 인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입을 모았다.
LPL 파이낸셜의 제프 부크빈더 수석 주식 전략가는 "중국 관세가 이렇게 낮게 설정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며 "이는 매우 긍정적인 깜짝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일시적인 유예 조치가 끝나면서 관세가 다시 인상될 위험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가 사라진 것은 안도감을 주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BMO 프라이빗 웰스의 캐럴 슐라이프 수석 시장 전략가는 "일시적이긴 하지만 미국과 중국 간 관세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인하된 것은 향후 지속적인 협의를 위한 틀이 마련된 것이며 이것은 주식 시장이 바라던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최종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90일이 지나면 145%보다는 낮겠지만 상당 폭 관세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SWBC의 크리스 브리가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중 관세 문제와 관련해 일부 진전을 이뤘다"며 "시장은 이러한 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당장은 시장이 이를 환영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부정적인 영향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관세율 인하 합의에도 펀더멘털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브랜디와인 글로벌의 패트릭 카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두려움의 완화는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촉매제이지만 이는 앞으로 일주일 혹은 한 달 후의 경제나 시장 상황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면서 "기업들이 지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은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카서 매니저는 "시장은 위험이 사라진 것처럼 반응하고 있지만 많은 기업들은 이 상황을 그렇게 보지 않을 것"이라며 "나스닥이 다른 시장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이는 단순히 경기 민감주들의 안도 랠리일 뿐이며, 반드시 지속 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값 인하 행정명령에 서명한다는 소식에 약세를 보이던 제약주는 반등했다. 행정명령이 예상보다 업종에 미칠 영향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화이자는 3.64% 상승했으며 머크는 0.28% 올랐다. 일라이릴리 역시 2.93% 상승했다.
기술주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 인하에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관세로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애플은 6.31% 급등했으며 메타플랫폼스도 7.92% 상승했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역시 5.44%, 6.43%의 오름세를 보였다.
같은 이유로 소매업종도 랠리를 펼쳤다. 저가 상품 소매업체 파이브 빌로우와 가구회사 RH는 각각 21.40%, 16.39% 상승했으며 나이키와 룰루레몬도 7.32%, 8.73%의 오름세를 보였다.
헬스케어 회사인 카인들리MD의 주가는 비트코인 투자 회사 나카모토와 합병한다는 소식에 251.03% 폭등했다. 나카모토는 트럼프 대통령의 암호화폐 자문인 데이비드 베일리가 설립한 회사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장보다 15.80% 내린 18.44를 가리켰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