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망에 현직 판사 비판 글 이어져…"이례적 절차"
"대법원, 국민 비판 감수하면서 무리한 행동, 무리수"
시민단체 공수처 고발, 민주당 탄핵 논의 등 조희대 압박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대법원이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신속하게 결론 낸 데 대해 법원 내부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사법부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추진 여부를 논의 중이며 시민단체들은 조 대법원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는 등 법원 안팎에서 이 후보 사건 판결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도균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최근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대법원의 권위는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대법원은 최근 특정 사건에 관해 매우 이례적인 절차를 통해 항소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는 판결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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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준비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2025.05.01 photo@newspim.com |
김 부장판사는 "이러한 '이례성'은 결국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비판 자체가 법원의 신뢰와 권위를 잠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법부 내에서 이례적인 재판이 반복되고 그 이례성이 특정 집단이나 세력에게만 유리하도록 편향되게 작용하는 모습이 거듭된다면, 일반인들은 더 이상 법원의 재판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법원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심각한 후과를 남길 것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송경근 청주지법 부장판사도 최근 '국민이 주인입니다' 제목의 글에서 "30여년 동안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초고속 절차 진행이었다"며 이 후보 판결을 비판했다.
그는 "1,2심의 결론이 다르고 그 심리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그만큼 사실관계 확정 및 법리 적용이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선을 불과 한 달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이재명 대표의 사건을 심리할 때부터 '대법원이 왜 정치를 한다는 국민적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저런 무리한 행동을 할까'라고 의아해 했다"며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리든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행위를 했다'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 부장판사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우리가 가진 재판권은 공부 잘 하고 시험 잘 봤다고 받은 포상이 아니다. 결국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는 지난 1일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지 34일 만에, 배당과 전합 회부 9일 만에 나온 결론이다.
파기환송 사건은 대법원 선고 다음 날인 2일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에 배당됐다. 재판부는 사건 배당 직후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오는 15일로 지정했다. 또 이 후보에게 소송기록접수 통지서와 피고인 소환장을 발송하고 법원 집행관에게 인편 송달을 요청하는 촉탁서를 보내는 등 심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의소리, 검사를 검사하는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는 전날 조 대법원장을 공수처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민생경제연구소 공동법률위원장인 이제일 변호사는 고발장을 통해 "전원합의체로 회부한 지 9일 만에 원심의 결론을 정면으로 뒤집는 판결을 선고했다"며 "6~7만 쪽에 달하는 사건기록과 당사자의 주장을 충분히 검토하기도, 법관들 사이의 합의를 충분히 도출하기에도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 지지율 압도적 1위인 이 후보를 폄훼하고 그의 피선거권이 박탈될 수도 있는 심히 중차대한 결과 등이 발생했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진보 시민단체 촛불행동도 대법원이 이례적인 속도로 이 후보 사건 선고일을 지정한 것은 대선 개입이라며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을 공수처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민주당 또한 대법원이 대선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이 후보 사건을 심리해 결론을 내린 것에 대해 '사법부의 대선 개입', '사법 쿠데타'라고 비난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여부를 논의할 전망이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