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젊은 세대 '독서 열풍'
사생활 지켜주는 '독서템'도 덩달아 인기
[서울=뉴스핌] 고다연 인턴기자 = '나의 생은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20대 대학원생 정모 씨는 가장 좋아하는 시로 기형도 시인의 '질투는 나의 힘'을 뽑았다. 정 씨는 "코로나 즈음부터 시집을 사고 읽기 시작했다"며 "최근 시는 매일 읽고 시집은 한달에 한 두 권 정도 눈에 띄는 제목이 있으면 산다"고 말했다.
'다 내려놓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을텐데 지금까지 무너지지 않고 버텨줘서 고맙다.' 20대 대학원생 문주희 씨는 좋아하는 필사 구절로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김수현·하이스트)'의 문장을 뽑았다. 올해부터 필사를 시작했다는 문 씨는 "박사 과정생이 되면서 심신 안정 겸 책을 읽다가 인생에 대한 좋은 글귀를 모아두고 생각날 때마다 보고 싶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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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고다연 인턴기자 =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시집 매대에 시집들이 쌓여있다. 2025.05.02 gdy10@newspim.com |
작년부터 '텍스트 힙(Text Hip)' 등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젊은 세대 중심의 독서 열풍이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시집과 필사집의 인기는 건재하다. 예스24가 지난 3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시 분야는 판매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에는 46.4% 증가했고, 올해도 33.7% 상승했다. 1020 세대의 구매 비율은 최근 6년간 매년 증가해 올해는 5년전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난 약 20%를 차지했다.
5월 2일 기준 교보문고 홈페이지 온라인 월간 베스트 목록에서는 24위 '더 나은 어휘를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이주윤·빅피시)', 32위 '어른의 품격을 채우는 100일 필사 노트(김종원·청림라이프)'를 찾아볼 수 있다.
단순히 책을 구매하고 읽는 것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독서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해 6월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은 역대 최다인 약 15만명이 참여하며 주목받았다. 작년 도서전에 방문했던 2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책이 주는 정적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도서전 공간이 축제처럼 느껴져서 신기했다"며 "올해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출판사가 운영하는 북클럽 역시 꾸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출판사 민음사의 북클럽은 지난 4월 '민음북클럽 15기'를 시작했다. 북클럽에 가입하면(유료) 출판사가 제공하는 책들을 선택해 받을 수 있고, 독서모임 등에도 참여할 수 있다. 민음사는 올해 북클럽이 가입 시작 1시간만에 회원 1만명을 돌파했다고 SNS를 통해 밝혔다. 출판사 문학동네 등도 북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독서 인기가 높아지며 덩달아 '독서템(독서+아이템, 독서를 도와주는 제품)'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20대 대학생 최모 씨는 "대중교통에서 책을 읽을 때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 북커버에 관심이 간다"고 전했다. 20대 직장인 안모 씨도 "출퇴근 시간에 불필요한 시선을 피하고자 북커버를 애용한다"며 "색깔, 소재, 디자인 등을 통해 본인의 개성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어 선택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교보문고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진영균 차장은 "시집 구매자는 확실히 젊은 층 유입이 많다"면서 "회사도 젊은 층과 조금 더 소통하기 위해 이벤트나 기획전 타깃을 맞추고 독서용품이나 북커버 등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의 독서 유행은 얼마나 지속될까? 인터뷰이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정모 씨는 "최근 책 유튜브도 많고,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해가 지나서도 유행이 지속되고 있다"며 "당분간은 열풍이 지속될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NS 업로드용 시집을 구매하던 사람들이 이후 시 자체에 매력을 느껴 꾸준히 구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소현 씨 역시 "독서는 안정적인 팬층이 있는 분야인데, 신규 유입이 끊임없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gdy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