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80% 가입한 실손...소비자 선택권 보장해야"
"한방 치료 신뢰성 논란 진행 중...의무보험 아니야"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보험 청구액 10배 이상 증가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올 하반기 실손의료보험 5세대 상품이 출시되는 가운데, 한의계가 실손보험의 보장 범위를 한방 비급여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보험업계는 한의 치료의 객관성 미비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소비자주권시민회의와 공동주관으로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치료목적의 한의 비급여 실손의료보험 보장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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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대한한의사협회 주관으로 '치료목적의 한의 비급여 실손 의료보험 보장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2025.04.30 calebcao@newspim.com |
주제 발표를 맡은 이은용 세명대학교 한의과 교수는 "2009년에 실손보험 보상에서 한의과의 비급여가 제외되면서 보험 혜택의 차별적 제한으로 적용되고 있다"며 "국민 77.7%가 가입된 실손보험의 보편화를 봤을 때 환자의 진료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실손의료보험 가입은 의료서비스의 상대가격을 낮추기 때문에 환자로 하여금 의료 이용의 경제적인 제약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나타낸다"면서도, 한의과 비급여가 제외돼 있기 때문에 "(환자는) 보다 경제적인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을 선택함으로써 한의가 선택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연도별 한의의료기관 실수진자 수는 지난 2014년 1318만명이었던것에 반해, 2023년에는 1113만명을 기록하며 14.7%(205만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한의 치료의 표준화 및 객관화 부족 지적에 대해 "2009년 당시에는 한의 의료기관마다 치료 프로토콜이 달리 나타나고 가이드라인이 미비했다"면서도, "올해의 상황은 국민신뢰 확보를 위해 질환별 근거중심(Evidence-based)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개발·보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의 비급여 보장에 따른 편익으로 대다수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크게 완화할 수 있다고 예견했다. 또 한의 치료가 의과 치료와 대체관계에 있으므로 의과의 비급여 진료가 감소할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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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30일 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대한한의사협회 주관으로 '치료목적의 한의 비급여 실손 의료보험 보장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진행된 가운데, 이은용 세명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는 모습. 2025.04.30 calebcao@newspim.com |
소비자 측면에서도 한의 비급여 보장을 지지하는 의견이 나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토론에서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전 국민의 80%인 4000만명에 달하기 때문에 공공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따라서 치료 목적에서 한의 비급여를 보장이 포함되는 게 바람직하겠다"고 말했다.
이은희 교수는 "질환별로 적정 보장 횟수나 상환 금액을 설정하면 손해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도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할 수가 있다"며, 도덕적 해이와 관련해서는 "조치들이 마련되고 있고, 추가적으로 조치를 하면 되지 원천적으로 (한의를) 배제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는 요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험업계에서는 한의계와 소비자 측면에서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한의계가 주장하는 객관성을 담보할만한 근거가 부족하며, 실손보험은 사기업의 이익 실현을 위한 사업이지 공적 자원이 아니라는 반론이다.
이형걸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장은 이은용 교수가 주장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보급에 대해 "지난 2023년 5월 3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 용역 보도자료에 따르면, 안면 신경마비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이 표준 진단 및 치료로 삼을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해당 지침의 근거와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아직도 여러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손보험체계 운영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의 비급여 관리 기준이 미흡한 관계로 4세대 실손의 비급여 손해율도 손보업계 기준으로 2024년 말 현재 114.5%로 급등하고 있는 상태"라며 "만약 현재 비급여 관리 제도 하에서 한방 비급여 보장까지 추가되면 비급여 보험료 차등제에도 불구하고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더욱더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보험부장에 따르면 한의 치료는 비급여 관리 기준 부재의 이유로 치료 목적과 보신 목적의 비치료를 구분하는데 난항이 예상된다. 따라서 실손보험에서 한방 비급여 첩약에 대한 상한액을 정하더라도, 해당 상한액에 맞추어 첩약의 가격 내지 기간을 조정하는 등 제도상의 미비점을 남용할 여지가 생긴다.
단적인 예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이후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한방 급여 첩약과 관련된 손보업계의 실손 급여 보험금 청구액이 10배 이상 증가된 바 있다.
이 보험부장은 실손보험의 공공재적 역할을 묻는 부분에서 "의무 보험이 아니다"라며 "국민 80%가 가입돼 있지만, 손실이 급증하면 보험사는 상품을 판매 중단할 수밖에 없고, 또 적절하게 빠른 시간에 조치하지 않으면 보험사는 파산하거나 계약 이전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희경 생명보험협회 보험계약관리부장 역시 "한방 비급여 치료인 약침, 첩약 등은 효과와 안정성에 대해 과학적 검증이 부족하며 특히 무작위 대조군 연구(RCT)와 같은 국제 표준의 임상 연구가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김 관리부장은 한의 치료와 의과 치료의 대체관계 주장에 대해서 "오히려 소비자는 의과 진료 후에 한방 진료를 보조적 수단으로 병행 이용할 가능성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고 봤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