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정훈 인턴기자 = 리그를 호령했던 장수 외인들이 올 시즌 부진의 늪에 빠졌다. 팀의 승리를 책임져야 하는 선수들이기에 감독들은 머리를 감싸 쥐고 있다.
23일 수원과 부산에서 각각 SSG, 한화를 상대로 선발 등판한 윌리엄 쿠에바스(kt)와 찰리 반즈(롯데)가 각각 10실점(10자책), 6실점(4자책) 하며 무너졌다. 대량 실점으로 평균자책점도 5.71, 5.67로 수직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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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롯데 선발 투수 찰리 반즈가 23일 부산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1회 6실점한 뒤 허탈해 하고 있다. [사진 = 롯데] 2025.04.23 wcn05002@newspim.com각 |
2022년 롯데에 입단, 올해 4년 차로 장수 외인 반열에 오른 반즈는 정교한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지난 3시즌 동안 86경기, 507.1이닝을 던지며 32승 28패 평균자책점 3.42로 롯데의 에이스로 군림했다.
반즈는 데뷔 시즌을 제외하면 매년 시즌 초반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처럼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모습은 이례적이다. 롯데 김태형 감독이 시즌 초반의 반즈에 대해 "구위가 지난해보다 떨어져 보인다"라고 언급할 정도다.
이번 한화와의 경기에서도 부진은 이어갔다. 1회부터 장점이었던 변화구의 제구가 흔들렸고, 직구의 평균 구속도 시속 142.9km로 10일 KIA와의 경기에서 던졌던 직구(시속 144.1km)보다 떨어졌다. 2루수 고승민의 수비 실책으로 멘털까지 흔들린 그는 1회에만 무려 5점을 내줬다. 2회에도 실점을 허용한 후 3~5회는 틀어막은 반즈는 5이닝 98구, 6안타 4볼넷 3탈삼진 6실점(4자책)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팀이 현재 상승세인 만큼 김태형 감독은 조기 교체라는 강수를 내릴 수도 있다.
kt의 장수 외인 쿠에바스와 멜 로하스 주니어도 컨디션 난조를 보인다. 쿠에바스는 2019년에 입단, 올해 7년 차로 KBO리그 역사상 3번째로 긴 기간 동안 활약 중인 장수 외국인 투수다. 그는 2024시즌까지 6시즌 동안 131경기, 774이닝을 던지며 52승 35패 평균자책점 3.74로 kt의 마운드를 책임졌다.
쿠에바스는 31경기 7승 12패 평균자책점 4.10으로 기대와 달리 부진한 시즌을 보냈지만, 이강철 감독은 kt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쿠에바스를 놓지 않았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쿠에바스도 "믿음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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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kt의 선발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4일 SSG와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 = kt] 2025.04.04 wcn05002@newspim.com |
이번 시즌 쿠에바스는 피안타가 많아졌다. 6번의 출전 중 3번의 경기에서 7안타 이상을 허용했다. 특히 지난 2경기에서 각각 12, 9개의 안타를 내주며 무너졌다. 현재 총 42개의 안타로 정규 시즌 144경기 35번의 선발 출전을 예상했을 때 242개 안타 허용 수치다. 작년(158 안타)과 비교했을 때도 확연히 늘어난다.
쿠에바스는 23일 SSG와의 수원 홈 경기에서 무려 4이닝 10실점, 최악의 투구를 선보였다. 1회에만 2개의 홈런, 3회에도 홈런을 허용해 전의를 상실한 모습을 보였다. 3.52였던 평균자책점도 5.71로 급격하게 상승했다. 순위 싸움이 치열한 상황, 팀의 2선발 투수이기에 이번 패배는 뼈아팠다.
입단 6년 차의 로하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로하스는 2017년 kt에 입단해 2021년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스로 떠나기 전까지 511경기 타율 0.321 132홈런 40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82로 리그를 폭격했다. 2024 시즌 kt로 다시 돌아온 후 144경기 타율 0.329 32홈런 11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89로 골든글러브까지 수상, 모두의 경계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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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kt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가 13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적시타를 때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 = kt] 2025.04.13 wcn05002@newspim.com |
하지만 로하스는 이번 시즌 갈피를 못 잡고 있다. 3월 타율 0.111(27타수 3안타)로 직구에 타이밍이 전혀 맞지 않았다. 최근 10경기 타율 0.333(39타수 13안타) 3홈런 4타점으로 살아난 모습을 보였지만, 시즌 타율 0.228(92타수 21안타)로 아직 갈 길이 멀다. 타격이 좋지 않자, 로하스의 옛 스승은 "내가 이렇게 가르쳤냐"라고 꾸짖기도 했다.
지금까지 국내 무대서 뛴 최장수 외국인 선수는 무려 8년간 몸담았던 더스틴 니퍼트(두산→kt)와 헨리 소사(KIA→넥센→LG→SK)다. 반즈, 쿠에바스, 로하스가 반등에 성공해 최장수 외국인 타이틀을 달성할 수 있을까.
wcn050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