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스핌] 김용락 기자= "눈 덮인 산 우뚝하고 섣달 초순 이르니/창가 매화 한 나무에 몰래 봄이 움직이네/늙어 가지만 詩情은 오히려 다하지 않아/언 꽃술 살펴보며 청신함을 감상하네."('섣달 매화' 전문)
문향(文鄕)으로 알려진 경상북도 북부지역인 안동, 청송, 영양 등의 문풍과 학풍, 그리고 인맥을 알 수 있는 문집이 출간돼 문단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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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김용락 기자] 삼성재 정용하와 석천 정주의 부자의 문집 '현포세고'가 출간됐다.2025.04.14 yrk525@newspim.com |
14일 문단에 따르면 화제의 책은 '현포세고(玄圃世稿)'로 청주정씨 참의공파 부곡문중의 삼성재 정용하(1853~1916)와 석천 정주의(1875~1945) 부자가 지은 것으로 내용은 시와 서, 만사, 제문, 묘갈명, 축문 등을 모았다.
부친인 정용하는 만사 1편, 제문 5편 부록의 만사 4편, 발문 1편 등 총 11편, 아들인 정주의의 유고는 시 134편, 서 3편, 제문 15편, 묘갈명 1편, 발 2편 등 204편해서 이 책에는 총 215편의 글이 실려 있다.
한문 문집인 이 책은 족친인 한문학자 정재구(70)가 번역하고 문학박사 정대호 시인이 해제를 곁들여 한문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독자들도 읽기에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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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김용락 기자] '현포세고'의 해제를 쓴 삼성재의 현손 정대호 시인[사진=본인 제공]2025.04.14 yrk525@newspim.com |
석천 정주의의 글 가운데는 당시 독립지사로 이름이 높았던 안동 출신의 추강 김지섭과 석주 이상룡, 와송 류광호에 대한 만시도 있어서 당시 지역사회에서 문인과 학자들의 독립운동에 대한 의지와 인맥관계를 엿볼 수도 있다.
삼성재 정용하의 현손으로 대구작가회의 회장을 역임한 정대호 시인(67)은 "집안 어른들의 문집을 이번에 번역해서 책으로 출간했다. 조상들의 업적으로 크게 자랑할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크게 기죽을 것도 없는 성과"라면서 "이 문집을 통해 당시 지역사회의 문학과 학문활동이나 독립운동 등과 같은 애국으로 맺어진 인간관계를 엿볼 수 있는 것은 이 책이 갖는 큰 의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yrk5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