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하락장에도 신용융자 1710억원 감소 그쳐
"반대매매 아닌 이상 신용융자 줄지 않아"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미국의 상호관세 도입 탓에 증시가 급락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빚투' 현상은 여전하다. 이를 두고 신용융자는 개인투자자에 있어 '배수진'과 마찬가지이므로, 반대매매가 이뤄지기 않는 이상 잔고가 쉽게 줄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일 기준 국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6조7907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일 대비 약 0.10%(1710억원) 줄어든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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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2025.04.10 stpoemseok@newspim.com |
최근 신용융자는 16조~17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3일 16조 9720억원을 기록하며 17조원대가 깨졌지만, 바로 다음날 17조 404억원으로 반등했다.
반면 신용거래대주는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달 18일만 해도 19억 3700만원에 불과했던 신용거래대주 잔고는 지난 9일 134억 9000만원으로 596%(115억 5300만원) 급증했다.
신용거래융자와 신용거래대주는 모두 신용거래의 일종이다. 차이가 있다면 신용거래융자는 주가 상승에 베팅하고, 신용거래대주는 주가 하락에 베팅한다는 것이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대출받아 증권을 매수하고, 신용거래대주는 증권을 매도할 때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려주는 거래기 때문이다.
문제는 코스피 지수가 최근 한달간 4.80%(125.33p) 내리는 등 국내 증시가 하락 국면에 있는데, 신용융자는 좀처럼 감소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지난 9일에는 글로벌 증시 폭락 사태 속 코스피 지수가 1.74%(40.53p) 급락했는데도, 신용융자는 1.00% 가량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를 두고 투자자들이 여전히 빚을 지고 주가 상승에 베팅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가 조기에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주가 상승에 베팅할 수 있다"며 "또 증안펀드 등 국가가 증시 회복을 위해 직접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신용거래융자가 투자자에게 일종의 '배수진'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신용융자로 투자하기 위해 많은 빚을 졌기 때문에, 증권사가 직접 반대매매에 나서지 않는 이상 신용거래를 청산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한 중형사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신용융자는 엄청난 위험 요소로 인식된다"며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 위험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증권사가 반대매매를 하지 않는 이상 주가가 회복할 때까지 신용잔고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증권사들마다 규정이 다르겠지만 보통 자체적으로 규정한 담보비율에 문제가 생기면 1차적으로 경고를 하고, 그 다음날 오전에 반대매매를 실시한다"며 "그런데 주가가 폭락한 다음날 주가가 회복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투자자가 직접 신용잔고를 줄이지 않는 이상 반대매매가 일어날 경우는 흔치 않다"고 밝혔다.
다만 신용융자를 통한 '빚투' 현상이 유지되는 것에 대한 우려 섞인 반응도 나온다. 신용융자가 적절히 관리하지 않다가, 반대매매로 인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주가 상승에 베팅을 하든, 어쩔 수 없이 신용잔고를 유지하는 것이든 신용 거래는 투자자들에게 상당히 위험하다"며 "주가 폭락 사태가 나타난다면 그 손실은 모두 투자자들이 책임 져야 한다"고 말했다.
stpoems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