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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의 아트픽]젊은 감각의 아트페어 'Art OnO'서 놓쳐선 안될 작품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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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하되 격조있게' 표방한 'Art OnO' 두번째 버전
서울 세텍(SETEC)에서 4월13일까지 아트페어
20개국 41개 화랑 참여,해외갤러리 비중 높아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젊고 신선하되 세련되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국제아트페어 'Art OnO 2025'가 10일 VIP오픈을 시작으로 나흘간의 장에 돌입했다. 오는 4월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리는 Art OnO 2025는 기존의 대규모 아트페어와는 달리 '선택과 집중'을 꾀한 아트페어다. 지구촌 갤러리 중 작가명성이나 작품값에 얽매이지 않고, 독창성과 새로움을 견지한 작품을 선보이는 갤러리를 선별해 페어를 꾸몄다. 물론 매머드 아트페어인 키아프, 프리즈서울에 비해선 규모도 훨씬 작고, 신생화랑의 비중이 큰 편이지만 '관심이 가고, 사고싶은 작품을 모은 페어'를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뉴욕과 브뤼셀에 지점을 둔 니노 마이어 갤러리가 'Art OnO 2025'에 출품한 얀손 스테그너(Jansson Stegner)의 유화 작품 'Duck', 2023. 캔버스에 유채물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활동 중인 얀손 스테그너는 여성은 근육질의 강인한 인물로, 남성은 19세기 장르 회화 속 인물처럼 길고 가는 몸체로 표현한다. 과장된 신체 비율과 자세를 부여함으로써 고착화된 젠더 관념에 유쾌한 전복을 꾀하고 있다. [이미지 제공=니노 마이어 갤러리] 2025.04.10 art29@newspim.com

'아트 오앤오'(Art OnO)는 'Art One & Only(아트 원 & 온리)'를 줄인 말로, 지구상에 오직 하나 뿐인 작품이란 뜻이다. 더불어 그 작품을 유일하게 내가 소장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아트 컬렉션이란 예술가가 만든 유일한 작품(판화, 사진 제외)을 지구상에서 나만 보유하는 만족감을 주는 행위다. 그 짜릿함을 이 아트페어에서 느껴보라는 취지에서 이같은 제목을 달고 지난해 처음 닻을 올려 올해 두번째다.

Art OnO를 탄생시킨 노재명 ㈜아트오앤오 대표는 "저명한 작가에서부터 이머징 작가까지 다양한 작품을 폭넓게 선보여 우리 미술씬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화랑수는 적지만 겹치는 작가가 거의 없어 다양한 작품 셀렉션이 되도록 했다. 또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컬렉터, 갤러리, 큐레이터들이 긴밀한 네트워킹을 도모하는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ART OnO에는 20개국에서 41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금년에는 해외 갤러리 비중이 늘어 전체의 절반에 이른다. 그 가운데 일본이 낳은 유명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b.1962~)가 만들고 진두지휘하는 카이카이 키키갤러리를 비롯해, 뉴욕·브뤼셀 기반의 니노 마이어 등 글로벌 미술계에서 파워를 키워온 해외 갤러리 8곳이 올해 처음으로 부스를 차렸다. 이로써 Art OnO는 단순한 아트페어를 넘어, 한국 아트마켓과 글로벌 마켓을 연결하는 허브로 발돋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ART OnO 2025'에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갤러리 중 하나인 마시모데카를로가 선보인 마크 양의 작품 'The Fall of Damned'. 2023. 캔버스에 유채. 182.9x147.3cm [이미지 제공=마시모데카를로]  2025.04.10 art29@newspim.com

ART OnO 2025의 참여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대만 등 다양하다. 특히 아시아 갤러리들의 참여가 확대된 것이 눈에 띈다. 일본의 토미오 고야마, 미사코&로젠 갤러리를 비롯해 SAC갤러리, CON, AISHO, 갤러리 술타나 등이 참가했다.

지난해 Art OnO에 참가했던 국내 갤러리 중 A-라운지, 아라리오, 아트사이드, 갤러리바톤 등이 다시 참가했고, 해외 갤러리 중에는 에스더쉬퍼, 페레스프로젝트, 초이앤초이 갤러리가 올해도 참여하는 등 높은 재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Art OnO 2025'에 아라리오갤러리가 선보인 노상호의 설치작품 '홀리-중력과 은총', 2024, 목재에 3D프린트, 캔버스에 아크릴릭, 단채널 비디오. 높이 3m의 이 작품은 개막 첫날 판매(3500만원)됐다. 고해성사를 하는 천주교회 내 고해당을 기이하면서도 흥미롭게 패러디한 작품으로 뒷면에는 눈사람으로 변해가는 인물을 담은 비디오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이미지 제공=아라리오갤러리] 2025.04.10 art29@newspim.com

뉴욕과 브뤼셀에 지점을 두고 있는 니노 마이어 갤러리는 참신한 작품을 여럿 들고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실험적인 현대미술 작가를 조명해온 마이어 갤러리의 출품작 중에는 미국 작가 얀손 스테그너(b.1972~)의 비틀린 듯한 분위기의 인물화 연작이 눈길을 끈다.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에서 MFA과정을 마치고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에서 활동 중인 스테그너는 여성은 근육질의 강인한 인물로, 남성은 19세기 장르회화 속 인물처럼 몸체를 길고 가늘게 표현해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인물들에게 매너리즘 회화처럼 과장된 신체 비율과 자세를 부여한 그의 작품은 대중들에게 깊이 각인된 젠더 관념에 역설적 전복을 던진다. 이는 고착화된 남녀 미의 기준과 성적 매력에 대한 비판일 뿐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미(아름다움)가 어떻게 구조화되고 확대·재상산되는지 살펴본 심리적 성찰이기도 하다. 이번에 니노 마이어 갤러리는 니콜라 타이슨, 이슨 쿡, 데보라 드루익의 작품도 들고와 판매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독일 영국 한국에 지점을 운영 중인 야리라거 갤러리가 Art OnO에 출품한 알렉산더 디크의 회화 'Schiebung(Shift)',2024. Oil, pigments, spraypaint on linen 190x150cm [이미지제공=야리라거 갤러리] 2025.04.11 art29@newspim.com

독일 쾰른과 영국 런던, 서울에 지점을 두고 있는 야리라거갤러리는 Art OnO 2025에 베를린을 무대로 활동 중인 알렉산더 디크의 작품을 여럿 출품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큰 사이즈의 회화들이 VIP 프리뷰가 시작되자마자 팔렸고, 작은 그림도 국내외 고객에게 판매됐다.

러시아계 독일인인 디크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림에 대한 열정을 키워왔다. 서른다섯이라는 늦은 나이에 베를린예술대학에 입학해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신표현주의와 상징주의가 결합된 디크의 작품에선 바젤리츠의 영향이 언뜻 언뜻 보이기도 한다. 디아스포라를 경험한 작가로서 이주와 정체성, 분노와 열정, 정치와 역사 등 사회적 주제를 거칠지만 솔직하게 다뤄 강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국내의 파워 컬렉터이자 시인이기도 한 관람객은 디크의 인물화에 흠뻑 매료돼 즉흥시 한편을 헌사하기도 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갤러리인 마시모데카를로는 올해 Art OnO에 파올라 피비, 존 맥알리스터, 마크 양과 같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출품했다. 그 중 마크 양의 적색과 청색이 강렬하게 대비되는 회화 'The Fall of Damned'는 지옥으로 추락하는 듯한 사람들의 몸체가 겹겹이 표현한 작품이다. 카오스처럼 대혼란에 휩싸인 현대의 아수라장같은 단면이 연상돼 공감이 가는 작품이다.

[서울=뉴스핌]일본의 토미오 고야마갤러리가 Art OnO에 올해 처음 참가하며 출품한 요코 오노의 판화 작품 '언 인비저블 플라워'. 에디션 283/351. 아래는 '인비저블 플라워' 판화연작을 소개한 요코 오노의 화집이다. 판화셋트와 도록을 설치한 낡은 목가구는 1970~80년대 한국 주거공간을 컨셉으로 한 부스 디자인에 맞춰 화랑 관계자가 서울 동묘에서 구입해온 것이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5.04.11 art29@newspim.com

토미오 고야마 갤러리는 요코 오노, 키시오 스가 등 일본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와 함께 톰 삭스 등 요즘 주가가 높은 유명작가 작품을 들고 나와 많은 고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특기할 것은 '1970~80년대 한국 주거공간'을 컨셉트로 부스를 색다르게 꾸몄다는 점이다. 갤러리측은 서울 동묘 벼룩시장에서 이제는 자취를 감춘 우리 할머니·어머니 세대가 쓰던 자개 화장대를 비롯해 각종 빈티지 가구를 구입해와 작품과 함께 배치했다. 심지어 낡고 두툼한 명주이불을 거장의 작품 바로 옆에 '턱' 하니 던져놓아 이채로운 정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근엄한 아트페어였다면 "이게 뭐지?"했을 법한 공간설정이지만 의외로 신선하고 흥미로왔다.

코야마 갤러리 부스에는 요코 오노의 판화 작품 '언 인비저블 플라워'가 눈길을 끌고 있다. 총 351에디션 중 283번째 에디션으로, 종이박스 안에 19점의 작고 섬세한 판화가 담겨 있다. 작품가는 340만원이다. 이 화랑은 마키코 쿠도, 리카 미나미타니와 같은 신진작가들의 작품도 내놓았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Art OnO 2025에 에스더쉬퍼 갤러리가 출품한 사이먼 후지와라의 회화 'Who Is the Great Goat of the Night?'. 2023. 캔버스에 아크릴, 파스텔, 차콜. 218x160cm [이미지 제공=에스더쉬퍼 갤러리] 2025.04.11 art29@newspim.com

독일 베를린과 서울에 갤러리를 두고 명문 화랑 에스더 쉬퍼는 사이먼 후지와라, 라이언 갠더, 소저너 트루스 파슨스 등 쟁쟁한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선보여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또 한국의 젊은 작가 전현선의 작품도 벽면 두곳을 할애해 걸었다. 겹치는 작가가 거의 없는 올해 Art OnO에서 전현선은 한국과 독일의 2개 화랑에서 러브콜을 받은 유일한 작가가 됐다.

에스더쉬퍼 갤러리가 이번에 가장 중심부에 내건 작품은 사이먼 후지와라의 2m가 넘는 회화 'Who Is the Great Goat of the Night?'다. 스마트폰을 든 일군의 괴생명체들이 '밤의 강자'가 되기 위해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을 비꼬듯 그린 작품이다. SNS 세계에서 최고수를 노리며 우리 또한 무모한 싸움에 목숨을 거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하는 풍자화라는 점에서 무릎을 치게 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Art OnO 2025에 갤러리징크가 선보인 스페인 작가 신타 비달의 유화 'Station Hotel'. 2024. 80x80cm. 바닥에 있어야 할 도로가 우측으로 솟구쳐있고, 건물은 옆으로 드러누워 낯선 형국이다. 거리의 사람들도 똑바로 앉아있기도 하고, 공중에 붕 떠있기도 한데 작품은 수집한 고객이 위아래를 마음대로 바꿔가며 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작품가는 1만1400유로(한화 약1860만원). [이미지 제공=갤러리징크]2025.04.11 art29@newspim.com

갤러리징크는 이번 아트페어에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특히 스페인 여성작가 신타 비달의 작품이 호응이 가장 뜨겁다. 작가는 뉴욕 일대를 여행하면서 받은 영감을 새로운 시리즈로 제작해 Art OnO에 출품했다.

뉴욕 거리의 클래식함과 실내 공간이 어우러지며 잔잔한 서사를 담고 있는 비달의 회화는 분절된 원근법 때문에 기이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익숙한 공간을 불가능한 구조로 전환시키는 작가의 기법은 이번에도 여전해서 천장이 바닥이 되고, 벽이 하늘로 이어지며 관객에게 마법을 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Art OnO 2025에 한국 화랑인 갤러리2가 출품한 전현선의 회화 연작. 100호 안팎의 회화 다섯점을 연결해 가로길이가 5m에 달한다. 왼쪽부터 '그림과 창문' 2023, '두개의 누워있는 뿌리가 드러난 세계'(3,4.6)2023, '사과와 사과' 2024. 캔버스에 수채물감. 전현선의 회화는 이번 Art OnO의 에스더쉬퍼 갤러리 부스에도 나왔다. [이미지 제공=갤러리2] 2025.04.11 art29@newspim.com

서울과 제주에 화랑을 두고 있는 갤러리2는 요즘 국내외에서 각광받고 있는 작가 전현선(b.1989)의 회화를 여러 점 선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현선은 자신이 경험한 일을 작업에 옮기는데 그 장면을 그대로 재현하기 보다 상황의 분위기, 기류를 다층적으로 묘사한다. 장면 위에 겹쳐진 기하학적 도형들은 이미지로 표현할 수 없는 작가의 감정이나 상황을 담은 것이다. 

전현선의 작품은 독일 화랑인 에스더쉬퍼 갤러리 부스에도 여러 점이 내걸려 있다. 에스더쉬퍼 갤러리는 유럽지역에 전현선을 알리고 있는데 올 6월 아트바젤 바젤의 '언리미티드' 섹터에 전현선의 회화 연작을 공중에 거는 설치미술 형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의 메가 갤러리인 아라리오는 노상호, 백정기, 안지산, 옥승철, 임노식 등 1980년대생 작가들로 부스를 꾸렸다. 모두 동시대 디지털미디어 환경에 대한 고찰을 미술언어로 풀어내는 작가들이다. 특히 노상호의 작품은 아라리오 부스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해성사를 하는 장소인 천주교 성당의 고해당을 패러디한 혼합 설치작품 '홀리-중력과 은총'은 시니컬하면서도 재기발랄한 작업이어서 단연 돋보인다. 

Art OnO는 서울 대치동 세텍의 넓직한 1,2,3 전시실 전체에 불과 41개의 갤러리가 부스를 차려 편안한 관람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물론 갤러리들의 부스 외에 특별전(최수앙 조각전)과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이 추가됐고, 카페 등도 조성돼 있지만 대체로 여유롭게 미술축제를 즐길 수 있다. 키아프, 프리즈서울의 밀물처럼 밀려다니는 관람열기를 경험했던 이들 중에는 "아트페어가 너무 한산한 거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는데 차분한 가운데 컬렉터들이 관심 가는 작품을 곱씹어 볼 수 있는 게 이 아트페어의 특징이다. Art OnO 2025는 4월13일까지 계속된다. 관람료 5만원.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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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금리차 축소에도 '엔저' 왜?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빠르게 줄고 있음에도 엔화 약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이례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고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미일 간 금리 격차가 좁혀지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 환율 흐름이다. 그러나 올해 외환시장은 이 공식이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했고 일본은행(BOJ)이 추가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지만, 엔화는 여전히 1달러=155엔 부근에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엔화의 코넌드럼(수수께끼)'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 엔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문제는 '금리'가 아니라 '경제 구조' 상황이 이러하자 시장의 시선은 금리에서 일본 경제의 구조적 요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일본은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재무성에 따르면 올해 1~10월 경상수지는 27조6000억엔 흑자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지난해(29조3000억엔)에 이어 사상 최대가 유력하다. 이 가운데 약 5조엔이 일본 국내로 환류되며 엔화 매수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세부 항목을 보면 엔화에 불리한 흐름이 뚜렷하다. 무역수지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10월까지 1조5000억엔 적자다. 원유·자원 수입 대금의 상당 부분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구조 자체가 엔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더 심각한 것은 서비스수지다. 일본은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서 만성적인 적자를 안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디지털 수지는 5조6000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방일 관광객 증가로 여행수지가 5조4000억엔 흑자를 내며 간신히 이를 상쇄하고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불안정하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디지털 적자가 2035년에는 18조엔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2024년 기준 원유 수입액(약 10조엔)을 훌쩍 넘는 규모다. 클라우드, 동영상 스트리밍, 생성형 AI 등 핵심 디지털 서비스가 해외 기업에 장악된 상황에서, 여행수지 흑자로 이를 계속 메우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 교토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의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고 교토 시내의 공원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NISA와 재정 확장이 초래한 엔화 매도 일본 정부가 추진한 신(新) NISA(소액투자비과세제도) 역시 의도치 않은 엔화 약세 요인으로 지목된다. 제도 개편 이후 해외 투자신탁 매수에 따른 자금 유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미쓰비시UFJ모간스탠리증권에 따르면 신 NISA 도입 이후 해외 펀드 투자로 월평균 약 6900억엔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는 약 8조엔 규모의 엔화 매도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NISA 계좌 수가 현재 2700만개에서 4000만개 수준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향후 5~10년 동안 매년 10조엔 안팎의 엔화 매도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재정 정책에 대한 불안도 겹친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내세운 대규모 재정 지출이 성장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지에 대한 의문이 시장에 남아 있다. 일본 국채의 신용위험을 반영하는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최근 약 2년 만의 고점까지 상승했다.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로 편성된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추가경정예산 역시 '재정 팽창'에 대한 경계심을 자극한다. 외국계 금융권에서는 "재정 지출이 성장으로 연결되더라도 1~2년의 시차가 불가피하며, 그동안은 엔화 약세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엔저 지속, 한국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 엔화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도 파급 효과가 적지 않다. 가장 직접적인 채널은 엔/원 환율이다. 엔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유지하면, 원화가 달러 대비 일정 수준에서 움직이더라도 엔/원 환율은 상대적으로 하락(원화 강세)하기 쉽다. 이는 수출 경쟁 측면에서 한국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본과 경합하는 자동차, 조선, 기계, 소재 산업에서는 일본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엔저가 지속될수록 한국 수출기업은 원가 절감이나 기술 경쟁력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마진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수입 물가 측면에서는 일부 완충 효과도 있다. 일본으로부터 들여오는 중간재·부품 가격이 낮아지면서 제조업 원가 부담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한국의 대일 수입 구조가 완제품보다는 핵심 소재·부품 중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환율 효과가 소비자 물가 안정으로 직결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시장에서는 엔/원 환율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주목된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엔화가 저금리 통화이자 조달 통화로 다시 활용될 경우, 위험자산 선호 국면에서는 원화 등 아시아 통화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구조적 엔저 인식이 굳어질 경우, 엔화 약세와 함께 원화도 동반 약세를 보이는 '동조화 리스크'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04년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기에도 미 국채 금리가 오르지 않는 현상을 당시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은 '코넌드럼'이라 불렀다. 결과적으로 저금리는 부동산 버블을 키우고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지금의 엔화 역시 비슷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금리차라는 단순한 설명으로는 더 이상 환율을 이해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구조적 경상수지 변화, 디지털 적자, 자본 유출, 재정 신뢰까지 얽힌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다면, 엔화 약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goldendog@newspim.com 2025-12-1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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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자택·사무실·차량기록 전방위 압색 [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민중기 특별검사팀(특검팀)이 17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전방위 강제수사에 나섰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김건희 여사 로저 비비에 가방 수수의혹사건' 과 관련해, 차량출입기록 확인 등을 위해 국회사무처 의회방호담당관실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시진은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23년 12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핌DB] 특검팀은 이와 함께 김 의원의 서울 성동구 자택,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도 돌입했다. 앞서 특검팀은 김 여사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260만원 상당 로저비비에 클러치백과 김 의원의 배우자 이모 씨가 작성한 편지를 발견했다. 2023년 3월 17일이 적힌 편지엔 김 의원의 당대표 당선에 대한 감사 인사가 적혀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특검팀은 해당 가방이 2023년 3월 8일 김 의원의 당선 직후 건네진 대가성 선물이라고 보고 최근 이씨를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김 여사 측이 당초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지지했으나 당시 권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김 의원을 지지했고, 이씨가 답례로 가방을 건넸다는 특검팀의 관측이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가방 구매 대금이 김 의원에게서 빠져나갔을 가능성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김 의원은 김 여사 측에 대한 청탁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아내가 신임 여당 대표의 배우자로서 대통령의 부인에게 사회적 예의 차원에서 선물을 한 것"이라며 "이미 여당 대표로 당선된 나와 내 아내가 청탁할 내용도, 이유도 없었다. 사인 간의 의례적인 예의 차원의 인사였을 뿐"이라고 했다.  이날 김 의원은 압수수색 현장에서 "민주당 하청으로 전락한 민중기 특검의 무도함을 여러분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박노수 특별검사보가 지난 4일 정례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핌DB] yek105@newspim.com 2025-12-1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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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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