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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뉴노멀] 美경제, 'R'과 'S' 사이에서 진자운동

기사입력 : 2025년04월09일 11:08

최종수정 : 2025년04월09일 11:10

월가 "이번 사이클, 70년대보다 더 복잡"
트럼프 관세 충격파로 매크로 전망 급격히 후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고강도 상호관세가 무역 불균형 해소와 산업 보호를 위한 '필수 처방약'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자평과 달리, 정작 미국 경제를 리세션(Recession,침체)과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물가 급등 속 성장 정체)사이의 위험한 '진자 운동' 속으로 내몰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관세 충격은 시장에 즉각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 미국 증시는 5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글로벌 금융시장은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줄줄이 패닉에 빠졌다. 투자자들이 바닥도 보이지 않는 아찔한 벼랑 끝에 위태롭게 서 있는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바보처럼 약해지지 말라. 위대함이 따라올 것"이라며 강행 의지를 되새겼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협상 여지를 열어놓긴 했지만, 국가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웬만한 협상 결과물에는 꿈쩍하지 않겠다는 트럼프의 강경한 의지로 인해 관세 이슈의 장기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는 동안 미국발 관세 폭격에 의한 글로벌 공급망의 균열은 물가를 자극하고,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미국 경제를 고통으로 몰아갈 수 있다.

3일(현지시간) 마이애미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안에서 기자들에게 발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70년대와는 다르다"… 물가·정책·정치 리스크 '다층화'

미국 경제가 침체(R)와 스태그플레이션(S) 사이를 오가는 진자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 속에 일각에선 지금의 불안정한 거시경제 상황이 1970~80년대 오일쇼크 시기와 오버랩된다고 말한다. 당시보다 지금이 훨씬 복잡하고 다층적인 위기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지난 1970년대에는 에너지 가격 급등과 연준의 금리정책 오류가 겹쳐 경기 둔화와 고물가가 동시에 발생했다.

당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연간 13.5%까지 치솟았고 연준은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20%까지 올리는 초강수를 두었다.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는 심각한 침체를 겪었지만,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 명확한 외생 요인(오일쇼크)이었다는 점에서 대응이 비교적 단순했다.

반면 지금은 글로벌 공급망 훼손, 지정학적 리스크,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 그리고 딜레마에 빠진 중앙은행의 적기 대응력 부족 등 복수의 리스크가 동시 다발적으로 작용 중이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의도한대로 글로벌 공장을 미국안으로 더 많이 불러오는 공급망 재편에 성공한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업들의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돼 인플레이션을 한층 자극할 위험을 지니다.

신용평가사 S&P는 관세로 인해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최대 70bp(0.7%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임금 상승 압력이 보태질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장기 지속화할 위험을 지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공급 압박에 정치적 결정이 얹혀진 복합 형태"라며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2월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동월비)은 3.8%에 달한다. 여전히 연준 목표치(2%)와 거리가 멀다. 고율관세로 비싸진 제품 가격이 소비를 억누른다 해도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져 있는 상황에선 물가 압력이 좀처럼 꺾이지 않을 수 있다. 손님이 줄어든 식당들이 원가 부담으로, 혹은 남들도 가격을 올리니까, 밥값을 인상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상황에선 연준이 금리 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워 '금리 인하 → 경기 반등'이라는 전통적 대응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거나 지연될 수밖에 없다. 월가는 이러한 흐름을 "수요 위축과 공급 병목이 동시에 발생하는 최악의 조합"이라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한다.

정치적 불확실성도 해소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정책을 "미국 산업 보호를 위한 필수 처방"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장이 기대하는 정책 유연성이나 완화 시그널은 아직 감지되지 않는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2기 초반의 정책 기조는 일관성보다는 돌발 변수에 가까워 보인다"며 "경제 흐름의 안정보다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사진=로이터 뉴스핌]

◆ 월가, 매크로 전망 급수정

월가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침체와 스태그플레이션 사이를 오가는 복잡한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하면서, 관세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와 국제정치에도 복합적인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정책 리스크가 실물 경제로 전이되기 시작했다"며 향후 12개월 내 미국이 침체에 빠질 확률을 기존 35%에서 45%로 상향 조정했다.

JP모간은 "무역 전쟁은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 모두 부담을 주는 이중 압박"이라며 "미국 경제가 어느 쪽도 확실히 빠질 수 없는 불안정한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글로벌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60%로 제시하며 방어적 포트폴리오 전환을 권고했다.

모간스탠리도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은 현재 'R'과 'S' 사이에서 불안정한 진자 운동을 시작한 상태"라며, 연준의 정책 유연성이 과거보다 낮다는 점을 강조했다.

UBS는 "스태그플레이션과 리세션은 통상 서로 다른 국면이지만, 지금처럼 공급 쇼크와 수요 위축이 동시에 나타날 경우 양쪽 신호가 교차할 수 있다"며 "전형적인 정책 대응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분석했다.

JP모간과 신평사 S&P는 관세로 인해 미국 GDP가 각각 0.3%에서 최대 1.3%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평사 피치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기존 2.1%에서 1.7%로 3개월 만에 낮췄다. 2026년 성장률 전망 역시 1.7%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조정했는데, 2025년 성장률 전망치는 2.6%에서 2.3%로 낮췄고 2026년 전망치는 2.2%로 제시했다.

트럼프 관세 드라마가 펼쳐지면서 경제 지표가 침체와 인플레이션 신호를 번갈아 보내는 사이, 투자와 소비는 위축되고, 금융시장은 방향성을 잃은 채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장기적인 경기 불확실성과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심화시키며, 글로벌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kwonji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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