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금 대신 안전 통화 선호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전 세계적 침체를 몰고 올 것이라는 우려 속에 7일(현지시간) 국제 유가가 2%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안전 통화로 몰리면서 금 가격도 후퇴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은 전장보다 배럴당 1.29달러(2.1%) 하락한 60.70달러에 마감됐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6월물은 전장보다 배럴당 1.37달러(2.1%) 내린 64.21달러에 마감했다.
두 유종 모두 지난주 약 11% 급락한 데 이어 이번에도 하락세를 이어가며 2021년 4월 이후 최저 종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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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아티라우 지역에 위치한 아이랑콜 유전에서 한 남성이 손으로 원유를 떠올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유가는 전날 배럴당 3달러 이상 급락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에 대해 90일 유예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날 오전 배럴당 1달러 넘게 반등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백악관이 해당 보도를 즉각 부인하면서 유가는 다시 하락 전환했다.
중국은 지난 금요일 미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34%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보복관세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추가로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중국 측이 요청한 회담은 모두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응해, 미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무역 전쟁이 격화 조짐을 보이면서 골드만삭스는 향후 12개월 내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을 45%로 제시하며 유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씨티그룹과 모간스탠리도 브렌트유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JP모간은 미국과 전 세계가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을 60%로 전망했다.
경기침체 우려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드리아나 쿠글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는 최근 상품 및 서비스 가격 상승 일부는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대한 "선제적 반응"일 수 있다고 언급하며, 인플레이션 억제가 연준의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하락세를 부추긴 또 다른 요인은 산유국 연합체인 OPEC+의 증산 결정으로, 이들은 5월부터 일일 41만1000배럴의 증산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존 계획(13만 5000배럴)보다 큰 폭의 증산에 나설 계획을 밝힌 것이다.
금값은 투자자들이 금보다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통화들과 현금을 선호한 영향에 역시 2% 넘게 밀렸다.
뉴욕 상품 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6월물은 트로이 온스(1ozt=31.10g)당 전날보다 2% 내린 2973.60달러에 마감했다. 금 현물은 장중 2955.89달러로 4주래 최저치 부근까지 밀렸다가 한국시간 기준 8일 오전 2시 36분 전날보다 2.4% 내린 2963.19달러를 가리켰다.
트라두닷컴 선임 애널리스트 니코스 자부라스는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현금과 스위스 프랑, 일본 엔화 같은 안전자산으로 눈을 돌리면서 금값이 후퇴하고 있다"면서 "이는 향후 더 깊은 조정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말했다.
미국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상승하며 지난주 기록한 6개월래 최저치에서 반등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다른 통화를 사용하는 투자자들에게 금은 더 비싸지기 때문에 금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TD증권 상품 전략 책임자 바트 멜렉은 "금 시장에서는 유동성에 대한 우려와 투기적 포지션 정리에 따른 마진 커버링이 겹치면서 상당한 압박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경제 여건상 금 강세 분위기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12월까지 약 120bp(1.2%포인트)의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5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약 37%로 반영되고 있다. 이러한 금리 인하 기대감도 금 가격을 지지할 요인으로 꼽힌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