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전환'으로 선회했지만... 실효성 우려 목소리
높은 보험료 감내한 선량한 가입자들, 또 다시 '폭탄'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1·2세대 초기 실손보험은 자기부담금이 적고 보장이 넓어 손해율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강제 전환은 법 개정이 필요하며, 국회를 중심으로 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합니다."
전현욱 금융감독원 보험상품제도팀장이 지난 13일 국회 토론회 '정부의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한 말이다. 그는 특히 "2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이미 안정화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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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금융증권부 이윤애 기자 2022.07.12 yunyun@newspim.com |
하지만 불과 두 달 전, 정부는 '실손의료보험 개혁방안'을 발표하며 1·2세대 초기 실손 가입자들의 전환 없이는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인센티브를 제공해 전환을 유도하고, 효과가 미미할 경우 법 개정을 통한 강제 전환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로 인해 위법성 논란과 소비자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그러나 정부는 토론회 이틀 뒤 발표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에서 또 다시 1·2세대 실손보험 전환을 언급했다. 이번에는 '자발적 전환' 방식에 중점을 두고 강제 전환에 대한 언급은 빠졌다.
정부의 입장이 오락가락하면서 보험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보험업계는 자발적인 방식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 우려한다. 1세대와 2세대 가입자는 각각 654만건, 928만건으로 총 1582만건에 이르며 전체 가입자의 44%를 차지한다. 이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실손 개편 자체가 무력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5세대 실손보험은 자기부담금이 최대 95%에 이르는데, 과연 기존처럼 충분한 보장을 받을 수 있을지, 혹은 더 큰 부담을 떠안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가 제기된다.
전 팀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실손보험은 보험료가 계속 갱신되는 구조"라며 "보험금 지급이 늘어나면 그만큼 보험료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법과 통계에 기반한 요율 조정이므로 정부가 이를 막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보험업계의 냉소적인 시선과도 맞닿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 개정이 꼭 필요한가? 1·2세대 초기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률을 대폭 올리면, 결국 상당수는 버티지 못하고 '백기투항' 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세대 초기 실손은 자기부담금이 낮고 보장범위가 넓어 보험금 누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동시에 높은 보험료를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갱신주기, 상품 종류, 가입자 연령과 성별, 보험사별 손해율에 따라 보험료 인상 폭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들여다보면, 전체 실손 가입자 중 9%가 전체 보험금의 80%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금을 거의 청구하지 않은 다수의 선량한 1·2세대 초기 가입자들은 언젠가 혜택을 볼 것이라는 희망으로 높은 보험료를 묵묵히 감내해 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그간의 정책 관리 실패에 대한 사과 없이, 보험사는 경영 효율화나 수익 다각화 노력 없이 또 다시 선량한 가입자에게 '갱신 폭탄', '보험료 폭탄'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손보험 개혁이 정말 소비자를 위한 것인지,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