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내각이 국내정보기관 신베트의 책임자를 해임키로 한 데 이어 갈리 바하라브-미아라 검찰총장을 쫓아내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네타냐후 총리에게 정치적으로 걸림돌이 되거나 방해가 되는 인사들을 모두 제거하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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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라브-미아라 이스라엘 검찰총장 [사진=위키피디아 뉴스핌] |
이스라엘 내각은 23일(현지시간) 바하라브-미아라 총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표결에 부쳐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내각의 불신임안 의결로 검찰총장이 곧바로 해임되지는 않는다. 이스라엘에서는 검찰총장을 해임하려면 5명으로 구성된 별도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네타냐후 내각은 바하라브-미아라 총장을 향해 사임 압력을 높이고 있다.
야리브 레빈 법무장관은 내각회의 직후 "심각하고 오래된 의견 차이가 정부와 검찰 간의 효율적인 협력 관계를 불가능했다"면서 바하라브-미아라 총장이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하라브-미아라 총장이 정부를 경멸하고 있다"면서 "신뢰를 회복할 방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바하라브-미아라 총장은 "내각의 불신임안 의결은 아무런 법적 효력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네타냐후 정부는 이스라엘이 가장 민감한 시기에 빠져있을 때조차도 법 위에 군림하려 하고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리려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시민들의 반정부·반네타냐후 시위는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검찰총장에 대한 내각의 불신임안 의결이 있기 바로 전날인) 토요일에 수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네타냐후 내각의 움직임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네타냐후 내각은 지난 21일 국내정보기관 신베트의 수장인 로넨 바르 국장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이스라엘 역사상 내각이 국가안보기관 수장을 해임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로이터통신은 "바르 국장과 바하라브-미아라 총장에 대한 네타냐후 내각의 조치는 현 우익 정부가 주요 국가 기관을 훼손하고 있다는 시위대와 반대파의 비난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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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시민들이 23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내각이 갈리 바하라브-미아라 검찰총장을 해임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자 이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정치적 동맹·후원 세력들이 사법 당국에 대한 압박을 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9년 부터였다.
당시 네타냐후 총리와 주변 인물의 각종 부정부패 의혹이 제기되고 수사와 재판이 시작되면서 네타냐후와 사법 당국의 갈등은 고조됐다.
네타냐후 총리가 재집권에 성공하고 법원 인사권까지 통제하려는 입법에 나서자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촉발됐고, 네타냐후는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네타냐후와 바하라브-미아라 총장은 사법 개혁 등의 이슈를 둘러싸고 지속적으로 충돌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는 '카타르 스캔들'이 터졌다. 네타냐후 총리실 관계자들이 카타르에서 금품을 받고 중요한 의사 결정 때 카타르 입장을 반영하는 등의 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스라엘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는데 네타냐후 총리 측은 이런 검찰 움직임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네타냐후는 바르 국장처럼 쉽게 검찰총장을 쫓아낼 수는 없다"면서 "독립된 위원회와 몇 번의 청문회를 거쳐야 할 것이고 최종적으는 법원의 결정에 의해 판가름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