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 현금성 자산으로 자사주 매입 등 밸류업 요구
"상법개정안 시행, 경영진은 주주이익 외면 안돼"
소송남발·효율성 저하 등 기업 경쟁력 약화 우려도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회사 이사들의 업무 책임을 일반주주 이익 보호까지 확대한 상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시행 가능성이 높아지자, 소액주주들의 주주행동이 시작됐다. 주총에서 상법개정안이 사실상 시행돼 주주행동의 법적 권한이 강화됐다고 주장하며, 밸류업 프로그램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촉구하며 기업을 압박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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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AI 제공 이미지] |
상법개정안을 내세운 주주행동은 삼성SDS 주주총회에서 벌어졌다. 삼성SDS가 지난 19일 개최한 제4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모임은 "상법개정안 통과로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가 강화된 만큼, 경영진이 주주 이익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2023년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약속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즉각적인 이행을 촉구했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금 확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M&A 추진을 핵심 내용으로 제시하며, 특히 6조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활용한 자사주 매입을 강조했다.
특히 소액주주모임 대표는 "실적 성장에도 주가 부진과 밸류업 미이행에 대한 해명하라"고 했다. 황성우 이사회 의장은 "주주들의 고통을 느끼고 있으며, 신임 CEO(최고경영자)와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성과를 내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태 CFO는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가치 증대 방안을 묻는 질문에 "자사주 매입을 충분히 고민 중이며, 6조원 현금은 성장 과업과 클라우드·AI 기술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라며 "연 9000억원 이익 중 주주환원을 제외한 5000억원을 데이터센터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법개정안을 등에 은 주주행동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주주충실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던 기업들에 대한 공세가 점쳐진다.
다음주 주주총회를 앞둔 농심의 자회사 율촌화학의 경우 15년간 IR(기업설명회)을 개최하지 않아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소액주주들은 오는 25일 주주총회에서 기업설명회 정례화,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차바이오텍의 경우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자회사 지원을 위해 발행 주식 30% 규모의 유상증자를 반복하며 주주권을 희석시켰고, 10년간 시행하던 전자투표를 돌연 거부해 주주 참여마저 차단, 주주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소액주주모임은 오는 31일 개최되는 주총에서 해당 문제를 공론화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소액주주 활동으로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한 이마트 역시 마찬가지다. 이마트가 내주 주주총회에서 '밸류업 재공시' 요구를 안건으로 올리기로 한 가운데, 소액주주연대는 지분을 결집해 이를 관철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한편으로는 상법개정안이 기업 경영을 위축시켜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일각에서는 "주주충실 의무 강화가 경영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소송 남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액주주연대 액트의 윤태준 연구소장은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반드시 충돌하는 게 아니며, 소액주주는 장기 성장에 관심이 높다"면서 "개정안은 특정 주주에 유불리를 주는 행위를 막는 공정성 강화가 핵심이고, 오히려 시장 신뢰와 기업의 올바른 경영을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onew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