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본연의 경쟁력 제고 활동 저해…득보다 실이 큰 법안"
유상범 "민주, 경제계 호소 뿌리치고 일방적으로 상법 개정안 통과"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경제계가 19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외, 한국무역협회 등이 포함된 경제8단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 건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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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 등 경제8단체가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상법 개정에 대한 경제8단체 건의'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이들은 성명에서 ▲법체계 훼손·남소 유발 ▲위헌 소지 ▲기업의 혁신 의지 저해 ▲기업 성장 생태계 훼손 ▲전자주주총회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며 "상법 개정안은 기업 본연의 경쟁력 제고 활동을 저해함으로써 득보다 실이 큰 법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사의 의무에 대해 너무 추상적이고 단순한 법언으로 규정해 실제 경영환경에서 이사가 부담해야 할 의무의 기준과 세부 내용을 제시하지 못하며, 대주주, 기관투자자, 장·단기 개인투자자 등 다양한 주주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들 주주 간 이익 충돌 시 '총주주의 이익 보호',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 등의 모호한 표현은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배돼 경영상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소수 주주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업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수단이 있음에도 기본법인 상법을 개정해 모든 기업에 광범위하고 일반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다"며 "만일 현행 제도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소수 주주 보호를 위해 제정된 자본시장법의 관련 규정을 세밀하게 정비하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이번 상법 개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혁신이 절실한 시기에 기업의 혁신 의지를 꺾고,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나아가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생태계를 훼손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킴으로써 자본시장과 한국경제 발전에 저해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경제계는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경제와 기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제고하려면, 선제적 사업 재편과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한 혁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그러나 개정 상법은 충실의무를 확대해 이사의 도전적인 투자 결정을 어렵게 하고 남소 등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현상 유지에만 급급한 보수적 경영에 몰두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번 상법 개정안은 당초 의도와 달리 중견·중소기업의 성장 기회 역시 크게 제한할 것이다"며 "실제 국회와의 논의 과정에서 기업인들은 혁신은 역발상에서 시작되나 역발상은 설득이 어렵고, 상장도 꺼리게 될 것이며, 관련 판례가 정립될 때까지 경영 불확실성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애로를 호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경제계는 "상법 개정안의 또 다른 한 축인 '전자주주총회 의무화'도 문제가 많다"며 "이번 개정안은 자산규모 등을 고려해 일정 규모 이상 상장회사의 전자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이를 제도화하기에는 준비가 부족한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번 상법 개정안은 결과적으로 밸류업이 아닌 밸류다운을 초래할 것이기에 주주 권익 제고와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다"며 "권한대행의 재의요구를 통해 국회가 이 문제를 다시 한번 신중히 검토할 기회가 마련되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견을 주최한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사와 주주는 어떠한 법률관계도 없다. 그런데도 상법에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기업이 새로운 법률적 분쟁에 들어가게 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지난 시간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정치권에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상법에 규정하는 것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입법을 하지 않도록 호소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호소를 매몰차게 뿌리치고 일방적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규정하는 상법 개정안을 지난주에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rkgml9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