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시간 내내 수갑과 족쇄 차고 있어...화장실 이용도 제한받아"
야당 "추방자가 포로냐"며 모디 정부 비난
외교 당국 "구속 수단 사용은 ICE 추방 절차에 규정 돼 있어"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미국에서 추방된 인도인 100여 명이 본국에 도착한 가운데, 추방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며 인도 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BBC와 뉴욕타임스·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인 불법체류자 104명을 태운 미 군용기가 전날 오후 인도 북부 펀자브주 암리차르 공항에 도착했다. 남성이 72명, 여성과 어린이가 각각 19명, 13명이었다.
문제는 이들의 송환 과정에서 인권 침해 정황이 의심되는 증언이 보도되면서다. 추방자들은 군용기로 이동하는 40시간 내내 수갑과 족쇄가 채워졌다면서 화장실 이용을 제한받았을 뿐만 아니라 기내 식사 시간에도 수갑을 풀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공개한 영상에도 인도인 추방 대상자들이 족쇄를 찬 채 군용기에 탑승하는 모습이 담겼으며, 뉴델리 소재의 미국대사관 대변인은 여성과 어린이에게 족쇄가 채워졌다는 보도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추방자 '학대' 논란이 불거지며 인도 사회는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인도 야권 인사들은 전날 의회에서 "인간이지 포로가 아니다"고 쓰인 팻말을 들고 수갑까지 찬 채로 시위를 벌였고, 미국 내 얼마나 많은 인도인이 추방 위험에 직면해 있는지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인도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 소속의 말리카르준 카르게 의회 의장은 "군용기를 우리 땅에 착륙시키는 대신 우리 비행기를 보내 품위와 존경을 담아 인도인들을 데려올 수 없었냐"며 모디 정부를 비난했다.
사회 불만이 고조되자 인도 당국이 수습이 나섰다.
수브라마니얌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부 장관은 "미국 정부의 추방 절차는 이민세관집행국(ICE)이 집행한다"며 "ICE의 추방 절차에는 구속용 수단 사용이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과 어린이에는 족쇄가 채워지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며 "우리는 귀국하는 추방자들이 비행 중에 어떤 식으로든 학대를 받지 않도록 미국 정부와 협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군용기 사용과 학대 주장이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워싱턴 방문을 며칠 앞둔 가운데 이 문제가 정치적인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쟈이샨카르 장관이 "화장실 이용 시 일시적으로 구속을 받지 않았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인도 정부가 국내 혼란을 진정시키는 것과 트럼프 행정부에 불법 이민에 대한 엄격함을 보여주는 것 사이에서 섬세한 균형을 유지해야 함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로이터=뉴스핌]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맥엘렌에서 추방된 불법 체류 이민자들이 맥엘런-이달고 국경 다리를 건너고 있다. |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