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 시작에 코스피 2.5% 급락...외국인 이탈↑
"관세 우려 이미 선반영, 최악 논하기엔 시기상조"
"중국 제외하면 장기화 가능성↓...투자는 방어적으로"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선언이 증시에 즉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등 제재를 받게 된 주요 국가들은 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들어 시장 변동성을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하며 투자자들에게는 방어적인 전략을 취할 것을 당부했다. 다만 변동성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게 내다봤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 충격에 코스피가 급락한 3일 오후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3.42p(2.52%) 내린 2,453.95에 장을 마쳤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달러/원 환율 등이 표시되고 있다. 2025.02.03 yooksa@newspim.com |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5% 급락했다. 외국인이 8724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서면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삼성전자(-2.67%), SK하이닉스(-4.17%), 현대차(-1.94%), 기아(-5.78%) 등 무역 비중이 높은 반도체, 자동차, 화학 업종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을 포함한 대미국 수출 흑자국들이 다음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증시가 하락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자동차, 2차전지 등 캐나다와 멕시코와의 공급망 밸류체인 영향을 받는 업종들의 약세가 두드러졌고, 반도체는 딥시크 사태 여파와 대미 흑자품목이라는 부분에서 약세를 피하지 못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관세 조치를 받게 된 캐나다와 중국 등은 반발하며 맞대응 계획을 밝혔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1일 미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언급한데 이어, 세계무역기구(WTO)에 이 사안을 제소할 예정이라고 했다. 멕시코 역시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대응 전략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를 통해 "고통이 따를 것"이라면서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고 이 모든 것은 지불할 가치가 있다. 그 결과는 눈부실 것"이라며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통신] |
국내 증시도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모양새다. 특히 치솟는 환율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9000억원 가까이 순매도를 기록하며 증시 하락을 이끌었다.
다만 이미 관세 부과에 대한 우려는 지난해 11월부터 국내 증시에 선반영돼왔기 때문에 충격은 단기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향후 미국과 대상국들의 협상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에 이 역시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3개 국가에 대한 관세 부과는 지난 11월 대선 이후 트럼프의 입을 통해 수차례 나왔던 사안이었고, 증시에서도 해당 수위의 관세는 선반영해온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욱이 미국 내 정치권, 기업, 여론 등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법적 근거 불충분 등 제약사항들이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증시 대응 시나리오에 관세 부과 현실화를 반영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역 분쟁의 전면 확산과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반영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관세 이슈로 채권금리, 달러 변동성 등이 커질 수 있지만 결국 고용 둔화, 물가 안정을 확인하면서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본다"면서 "이 과정에서 중국 정책 기대, 한국 정치적 리스크 완화 등이 추가 상승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고 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이민과 마약밀매 근절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걸 이유로 제시한 만큼, 협상에 진전이 있다면 관세 부과가 장기화되지 않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투자자들을 향해서는 방어적인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관세가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강할수록 시장은 환율을 통해 단기 충격을 반영할 전망"이라면서 "달러 강세는 성장주의 달러 환산 이익을 낮출 수 있으므로 부정적이지만 IT 업종에서 해외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관세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소프트웨어주의 매력이 돋보일 것"이라고 했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관세 부과 초기 충격은 지난해 4분기처럼 유사한 환율/금리 동반 상승 흐름을 자극할 것"이라면서 "관세 내홍을 소화하는 단기적 과정에서는 조선, 기계 등이 대안으로 기능할 소지가 높다"고 짚었다.
또 "미국이 멕시코, 캐나다에 실리 확보를 대가로 우회로를 열어주고 중국과의 중장기적 싸움에 주력할 개연성이 높다"면서 "환율 상승, 금리 하락의 엇갈림을 자극할 공산이 크며, 해당 과정에서는 바이오, 인바운드 소비재, 보험 등 내수 대표주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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