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유입' ETF 출시하려면 법인계좌 완전 허용 필요
금융위, 비영리법인 계좌 허용 가닥…"ETF는 먼 얘기"
금가(금융사, 가상자산 소유) 분리 원칙 재점검해야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지난해 연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승인에 따라 출범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 1년도 안돼, 같은 해 12월 금 ETF의 운용자산 규모를 추월했다. 가상자산이 세계 최대 금융시장에서 단시간만에 전통 자산인 금을 앞지르는 동안 국내 시장은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 허용 여부를 겨우 저울질하는 단계에 있다. '친 가상자산 대통령'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둔 국내 가상자사업계로서는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17일 업비트, 빗썸 등 가상자산업계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비트코인 ETF의 순자산총액(AUM)은 지난달 16일 1290억달러(약 189조원)를 기록, 금 ETF의 AUM(1240억달러)을 앞질렀다. 지난해 1월11일 출시한 비트코인 ETF의 누적 순 유입액은 같은 날 기준 355억7600만달러(약 51조516억원)에 달했다.
비트코인 ETF의 순자산총액(AUM)은 지난달 16일 1290억달러(약 189조원)를 기록, 금 ETF의 AUM(1240억달러)을 앞질렀다. 지난해 1월11일 출시한 비트코인 ETF의 누적 순 유입액은 같은 날 기준 355억7600만달러(약 51조516억원)에 달했다. [사진=뉴스핌] |
가상자산이 시장에서 무서운 속도로 몸집을 불리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남 얘기'다. 국내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ETF를 비롯해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와 가상자산 토큰증권발행(STO)도 허용되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가상자산위원회를 출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과 가상자산 법인계좌 허용 여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은 '국내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가 필요한 이유'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가상자산업계는 2030년에 세계 국내총생산(GDP)을 1조9310억 달러 증가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추정했다. 한국이 세계 GDP에서 기록하고 있는 점유율을 고려했을 때 한화로 약 46조원 증가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법인계좌 허용 기대감이 커졌지만 전날(15일) 2차 가상자산위까지 열렸음에도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지난 8일 발표된 금융위의 올해 업무계획에 따르면 법인의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을 비영리법인부터 단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는데 그쳤다. 전날 2차 가상자산위에서는 이마저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정책화 검토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ETF는 자산을 신탁 기관에 보관하기 때문에 법인의 계좌 허용이 선제돼야 한다. 법인의 실명 계정이 허용되면 증권사나 운용사들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보유할 수 있게 되고 이에 따른 파생상품 개발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위가 법인계좌 허용에서도 그 범위를 비영리법인으로 제한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비트코인 ETF 도입은 더욱 멀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 논의 경과를 볼 때 빠르면 연내 비영리법인 계좌가 열리고, 일반적인 기업의 투자 허용은 해를 넘길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완전한 법인계좌 허용이 이뤄진 다음에야 ETF 논의가 가능할 것 같아 (비트코인 ETF 도입은) 지금으로서는 먼 얘기"라고 전했다.
법인계좌가 허용되더라도 기존 법과 원칙에 기반한 금융당국의 보수적인 태도도 큰 산이다. ETF는 주요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상품인데, 현행 자본시장법상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은 기초자산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4조는 ▲금융투자상품 ▲통화 ▲농축산물 등 일반 상품 ▲신용위험 등을 기초자산으로 보고 있는데 가상자산은 이 같은 조항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4조 5항 "그 밖에 자연적·환경적·경제적 현상 등에 속하는 위험으로서 합리적이고 적정한 방법에 의하여 가격·이자율·지표·단위의 산출이나 평가가 가능한 것"에 가상자산이 포함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또 금융당국은 지난 2017년 12월 정부가 '가상통화 관련 긴급 대책'을 발표하며 정한 기조인 '금가분리'(금융시장과 가상자산 분리) 원칙을 여전히 고수 중이다. 지난달 16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에서 "정부 입장은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소유 금지"라고 재차 강조했다.
업계로서는 아쉬움이 크다. 오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식 출범으로 당선 시점부터 이어진 가상자산 상승세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제도권 밖 화폐 취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비트코인 ETF 투자를 통해 가상자산업계는 물론 자산운용사와 투자한 기업이 많은 수혜를 입고 있다"며 "이미 비트코인 ETF가 금 ETF를 넘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시장이 커졌는데, 국내 업계는 당국 규제로 글로벌 흐름에 뒤처지고 경쟁력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금가분리' 원칙이 등장한 '김치 프리미엄' 때와 같은 시장 과열은 우려사항이다. 가상자산 전문기업 트리니토의 허성필 인베스트먼트 헤드는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전망'을 통해 "(비트코인 ETF 출시 시) 기관투자자와 일반 투자자의 비트코인 투자 접근성이 높아지고, 비트코인 시장의 유동성이 늘어나 시장안정성이 증가하는 것이 확실한 장점일 것"이라면서도 "투자자들의 순간적인 과열 투자로 가격 변동성이 커지거나 비트코인 선물시장의 유동성이 ETF로 분산되어 시장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ETF 승인 혹은 상장 직후 시장의 기대감이 충족되지 않으면 실망 매물로 인해 오히려 가격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짚었다.
jane9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