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4일 '해저광물자원개발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
수익성 비례해 조광료율 산정…추가 조광료 부과
2차 시추부터 해외투자 유치…1차 시추 결과 촉각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정부가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에 성공할 시 해외 투자기업에 맞서 우리 국익을 최대한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정부와 투자기업 간 적정 수익 분배를 도모할 수 있게 됐지만, 최근 작업에 착수한 1차 시추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와야만 해외투자 유치 단계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1차 시추조차 예산이 전액 삭감돼 곤혹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 자원 개발 성공 시 국가 몫 확보…조광료율 12%→33% 상향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해저광물자원개발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동해 가스전 개발에 성공할 경우를 고려해 관계부처 등과 협의를 거쳐 해당 법안 정비를 추진해 왔다. 개정안은 공포된 날부터 시행된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소규모 석유·가스전 개발에 맞춰 설계된 현행 조광 제도를 대규모 개발에 적합하도록 개편하는 것이 목적이다. 정부와 투자기업 간 적정한 규모의 수익 분배를 꾀하고, 투자기업에는 예측가능한 투자 환경을 제공한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한국석유공사] 2024.06.03 dream@newspim.com |
동해 가스전은 경북 포항만 영일만 일대 앞바다에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가스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약 1930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오는 2026년까지 최소 5번 이상의 시추를 진행하겠다는 구상으로, 시추 1회에 드는 비용은 약 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탐사 자원량이 막대한 국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조광 제도는 국가의 몫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 ▲수익성에 비례한 조광료율 산정 및 최고 요율 상향 ▲고유가 시기 추가 조광료 도입 ▲원상회복 비용 적립제도 및 특별수당 도입 등의 내용을 담았다.
먼저 현행 생산량에 기반한 조광료율 산정방식을 투자 수익성 기반으로 개편하고, 최고 조광료율을 기존 12%에서 33%로 상향한다. 개발 초기단계에는 1%의 최저 조광료을 적용해 투자기업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고유가 시기 도래 시 직전 5년 평균 판매가격의 120%를 초과하는 매출액에 대해 33%의 추가 조광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해저 조광권 종료 시 투자기업에 발생하는 대규모 원상회복 의무의 이행 부담 완화를 위해 투자기업이 생산 기간 중 원상회복 비용을 적립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투자기업은 누적 생산량이 최초 신고 매장량의 50%에 도달한 시점부터 매년 생산량에 비례한 원상회복 비용을 적립하게 된다. 이를 통해 향후 원상회복 의무 이행 시 필요한 대규모 자금조달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아울러 특별수당 제도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해 해저자원개발 투자제도의 예측가능성을 높였다. 투자기업은 정부와 협의해 특별수당 관련 사항을 조광 계약에 반영하게 된다. 또 사업의 중대한 위기 등으로 조광료를 내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 납부 연기 또는 분할 납부를 허용해 투자기업에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산업부는 "개편된 조광 제도에 따라 현재 추진 중인 동해 가스전 개발을 포함한 국내 유가스전의 성공적 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1차 시추부터 '난항'…탄핵 정국·예산 전액 삭감 등 동력 상실
해외투자 유치는 1차공 시추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1차 시추까지는 한국석유공사가 단독으로 수행하도록 하고, 2차 시추부터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받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2차 시추에 이르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정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해외투자 유치로 사업 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국익도 충분히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지만, 국내 자본만을 투입하는 1차 시추에서부터 예산 전액 삭감과 야당 반발 등의 암초에 맞닥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대왕고래' 해역을 탐사할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가 20일 새벽 탐사 시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사진은 웨스트 카펠라호가 시추 지점에 정박해 정확한 시추 위치를 조정 중인 모습. [사진=한국석유공사] 2024.12.20 rang@newspim.com |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동해 가스전 예산 505억원을 전액 삭감 처리했다. 당초 1차 시추에 필요한 예산 약 1000억원 중 정부와 석유공사가 각각 500억원을 부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 예산이 모두 삭감되면서 자본 잠식 상태인 석유공사가 회사채 발행 등의 무리한 방식을 통해 전액을 전담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본격화된 탄핵 정국도 동해 가스전 사업의 동력을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동해 가스전 사업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정 브리핑을 열어 직접 발표한 핵심 과제라는 특이성이 있어 야당의 집중 포화를 받아왔다. 탄핵 정국에 접어든 이후 대표적인 윤석열표 과제인 동해 가스전 사업에 야당 협조를 받기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예산 삭감 등과 상관 없이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1차공을 뚫을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는 지난 9일 부산에 입항헤 20일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약 40~50일간 해수면 아래 1㎞ 이상 깊이의 대륙붕 해저까지 시추공을 뚫은 후 암석 시료를 확보해 해당 좌표의 석유·가스 부존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시추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이번 1차 시추를 두고 전체 탐사의 방향성을 수립하는 시작점임을 강조하며 결과에 따라 사업 자체가 좌초돼서는 안 됨을 경계하고 있다. 1차 시추에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연이은 다음 시추를 통해 우리 영토의 자원 부존 가능성 확인에 계속 매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지난 20일 "이번 시추는 석유와 가스 부존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탐사 방향을 수립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시추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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