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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과 계엄령, 그리고 '악의 평범성'

기사입력 : 2024년12월08일 20:09

최종수정 : 2024년12월08일 20:09

'소년이 온다'가 경고한 그릇된 국가주의와 애국심
계엄령으로 '역사적 트라우마' 재현될 우려 높아져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독일계 미국인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나치 독일의 친위대 장교 겸 홀로코스트의 실무 책임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해 쓴 책이다. 아렌트는 이 책에서 '악의 평범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홀로코스트 대학살을 주관한 아이히만은 예상과 달리 친절하고 평범한 사람이었다. 아렌트는 "스스로 악한 의도를 품지 않더라도, 당연하고 평범하다고 여기며 행하는 일들 중 무엇인가는 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 [사진 = 창비 제공] 2024.12.06 oks34@newspim.com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창비)도 악의 평범성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는 1980년 5월 18일 열흘 간의 광주항쟁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을 통해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당시 광주시민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군인들도 아이히만처럼 상부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었다고 이야기한다. 한강은 이 소설을 통해 '악의 평범함'을 증언하고, 인간성의 회복을 호소하고 있다.

엊그제 우리는 다시 떠올리기 싫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재현할 뻔했다. 자칫 잘못했으면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는 그 순간에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동원된 군대가 저지르는 만행을 생방송으로 지켜보면서 치를 떨었을 수도 있다. 한강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했듯이 국가주의나 애국심으로 포장된 행동으로 우리의 일상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악의 평범성에 대해 이야기한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사진 = 한길사 제공]  2024.12.06 oks34@newspim.com

상상해보라. 현직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뒤 군인들을 동원하여 국회를 무력화 시키는데 성공한다. 이어 선거관리위원회를 압수수색하여 부정선거의 단서를 찾아냈다고 공표한 뒤 지난 총선을 무효화 한다. 때마침 김어준을 체포하여 조사한 결과 '여론조사 꽃'을 통해 지속적으로 야당 후보들의 우세를 조작했다고 발표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강원도 양구에서 남북이 서로 총격을 가하는 국지전이 펼쳐진다. 현직 대통령 윤석열은 우리 사회에서 암약하던 종북세력을 일망타진하여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운 영웅이 된다.

한나 아렌트나 한강이 말한 '악의 평범성'은 멀리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은 역사가 늘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하지만 역사의 시계바늘이 거꾸로 도는 건 순식간이다.  그 이면엔 앞뒤를 살피지 않고 자신이 안위를 지키기 위해 명령에 따르는 단순함, 살아남기 위해 선악을 가리지 않고 힘센 사람에게 아부하는 사악함, 이웃의 불행을 보면서도 내가 아닌 것이 다행이라고 여기는 이기심이 숨어 있다. 한강은 '소년이 온다'에서 국가의 무자비함은 과거에서부터 유전되어 온 인간의 잔혹함이 아닌지 묻는다.

한강은 이렇게 쓰고 있다.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라고. 다시 '촛불'을 들고, '탄핵'을 외치는 시대다. 이 동어반복을 원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다.

oks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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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탄핵심판 '인용' 51.9% vs '기각' 44.8%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국민 과반이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를 인용해야 한다고 응답한 여론조사가 7일 공개됐다. 기각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동응답시스템(ARS) 조사 결과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51.9%는 '인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각해야 한다'는 답변은 44.8%였다. 격차는 7.1%포인트(p) 였다. '잘 모름'은 3.3%였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인용해야 한다 50.1%, 기각해야 한다 47.7%, 잘 모름 2.2% 였다. 여성은 인용해야 한다 53.6%, 기각해야 한다 42.0%, 잘 모름 4.3%였다.  연령별로는 ▲만 18세~29세(인용 52.5%, 기각 46.6%, 잘 모름 0.9%) ▲30대(인용 56.9%, 기각 41.0%, 잘 모름 2.1%) ▲40대(인용 68.7%, 기각 30.3%, 잘 모름 1.0%) ▲50대(인용 60.9%, 기각 36.0%, 잘 모름 3.0%)에서 인용 의견이 더 많았다. 반면 ▲60대(인용 42.8%, 기각 53.9%, 잘 모름 3.3%) ▲70대 이상(인용 25.5%, 기각 64.7%, 잘 모름 9.8%)은 기각 응답이 더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대전·충청·세종에서 인용해야 한다는 응답(61.7%)이 가장 높았다. 기각은 37.4%, 잘 모름 0.9%였다. ▲광주·전남·전북(인용 56.5%, 기각 37.1%, 잘 모름 6.3%) ▲부산·울산·경남(인용 53.1%, 기각 42.5%, 잘 모름 4.4%) ▲서울(인용 51.2%, 기각 47.8%, 잘 모름 1.0%) ▲경기·인천(인용 50.5%, 기각 46.7%, 잘 모름 2.8%) ▲강원·제주(인용 47.2%, 기각 45.5%, 잘 모름 7.3%) ▲대구·경북(인용 42.7%, 기각 52.0%, 잘 모름 5.2%) 순이었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90.5% ▲조국혁신당 지지자 93.0% ▲개혁신당 지지자 84.7% ▲진보당 지지자 86.5%가 탄핵이 인용돼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자 87.6%는 탄핵 기각을, 7.9%는 탄핵 인용을 주장했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탄핵이 인용되면 대통령이 파면돼 권력 공백과 정국 혼란이 발생할 수 있지만, 국민의 민주주의 수호와 대통령의 중대한 잘못에 대한 바로잡기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여론이 우세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헌법재판소가 향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법적 근거와 증거의 유무, 국가와 국민에게 미친 영향, 사회적 여론과 정치적 상황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탄핵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 정치적 편향성을 최소화해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는 무선 RDD(무작위 전화 걸기) 활용 ARS를 통해 진행됐다. 신뢰 수준은 95%, 표본 오차는 ±3.1%p, 응답률은 8.1%다. 자세한 조사 개요 및 내용은 미디어리서치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kgml925@newspim.com 2025-02-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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