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팔기·사기 서비스 등 접속 장애 발생, 달러 수요 몰려
국내외 뱅크런 사례 보니…대형은행·기업 예금 인출 많아
"인뱅은 개인 소규모 환전 많아…신생이라 LCR도 탄탄"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선포된 비상계엄령에 달러/원 환율이 급등하면서 은행권 '무료 환전 경쟁'의 불을 지핀 인터넷은행을 중심으로 '달러 뱅크런' 사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국내외 선례상 대형은행과 기업예금 중심으로 대규모 인출이 발생했다는 특징과 미국 대선으로 '강달러' 영향이 선반영 된 점, 신생은행으로서 탄탄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갖추고 있는 점을 종합하면 뱅크런 우려는 기우라는 의견이 강하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를 반복한 가운데, 4일 오전 9시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종가보다 52.74포인트(2.11%) 하락한 2447.26으로, 코스닥지수는 15.61포인트(2.26%) 하락한 675.19로 오전 거래를 시작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달러/원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15.10원(1.08%) 상승한 1418.00원에 오전 거래를 시작한 가운데,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4.12.04 yym58@newspim.com |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3일) 늦은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에 달러/원 환율이 한때 1440원까지 치솟았다. 이날 오전 11시6분 기준으로는 1414원 수준이다.
환율 급등에 환전 수요가 집중되면서 이날 새벽 토스 앱에서 제공 중인 토스뱅크의 외화 팔기·사기 서비스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 서비스는 이날 오전 9시10분쯤 정상화됐다. 카카오뱅크의 달러 입·출금 서비스 '달러박스'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환전 서비스는 제공하고 있지 않지만 해외송금 서비스를 운영 중인 케이뱅크 애플리케이션(앱) 접속도 이날 새벽 잠시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불안정한 상황에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달러 뱅크런'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뱅크런이란 은행에 돈을 맡겨 뒀던 예금주들이 한꺼번에 돈을 찾아가는 대규모 예금 인출 폭주 상태를 말한다. 국내 최근 사례로는 지난해 MG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도 지난해 뱅크런 사태로 파산했다.
하지만 금융권 관계자들은 인터넷은행을 포함한 전체 은행권에서 뱅크런 우려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대선 영향으로 애초 달러/원 환율이 최근 1300원 후반대에서 거래되고 있었던 데다, 계엄이 약 6시간 만에 끝나 향후에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430원대는 분명 많이 오른 수치고 시장 영향도 분명 있겠지만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며 "계엄령 전에도 강달러 기조로 그에 맞춰 대응하고 있었다. 2년여 전에도 1400원선을 돌파한 적 있지만 뚜렷한 이슈가 파생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인터넷은행 환전은 여행 목적 등으로 개인이 소규모로 이용하는 경향이 짙어 더욱 리스크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뱅크런 선례를 보면 기업고객 대상으로 많은 대규모 자금을 굴리는 대형은행이 많았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 7월 발간한 '대공황 이후 발생한 뱅크런의 특징 비교' 연구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뱅크런에서 예금인출을 주도한 것은 대기업의 대규모 비보호예금이었으며 가계 및 소기업 예금자들의 역할은 제한적"이라며 대규모 기업예금이 집중돼 있는 대형은행 등을 대상으로 인출 유인을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환율 급등 시 타격을 받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 준수한 것도 우려를 불식시키는 요인이다. LCR 비율은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순 현금 유출액 대비 고유동성 자산의 비율을 말한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파생거래 담보를 더 많이 내게 돼 외화예금이 감소하는 등의 경로로 LCR이 줄어든다.
인터넷은행들의 올해 3분기말 LCR 비율은 ▲카카오뱅크 661.8% ▲케이뱅크 179.0% ▲토스뱅크 697.7%다. 금융당국에서 내건 기준(97.5%)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들은 신생 은행이라 자금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LCR 비율을 보수적으로 관리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뱅크런 우려와 별개로 위험관리 차원에서 환율 흐름을 모니터링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애널리스트는 "(계엄령과 같은 ) 국가 거버넌스의 노이즈는 주식보다는 채권 자산에 부정적 재료로 판단되지만 외국인 채권매도는 환율 헤지 자금 비중이 높아 원·달러 환율의 직접적인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문제는 오늘 외국인이 주식을 얼마나 매도하느냐가 관건으로 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가팔라질 경우 주가 하락, 원·달러 환율 상승, 금리 상승의 트리플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금융시장 개장 이후 코스피가 1.97% 하락하며 갭다운 출발했으나 하락폭이 다시 축소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계엄령 이슈는 단발성으로 그칠 것으로 보이지만 위험관리 차원에서 당분간 외국인 자금 흐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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