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들에게 대통령·국회의원 선거 시 거소투표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관련 규칙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21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게 공직선거관리규칙에 거소투표 안내 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는 관련 법률 시행규칙 개정을 권고했다.
진정인 A씨는 지난 2020년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정신의료기관에서 입원 치료 중이었다. 의료기관으로부터 거소투표 안내를 받지 못해 병원에서 왕복으로 6시간 걸리는 자택에 가서 투표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진정에 대해 A씨가 투표 과정은 번거로웠으나 현장 투표로 선거권을 행사했으므로 인권침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진정은 각하했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 전경 [사진=뉴스핌DB] ace@newspim.com |
하지만 진정 사건 조사 과정에서 거소투표 안내와 관련한 법률이 갖춰지지 않은 점을 확인해 정신의료기관에 입원 중인 환자에 대한 선거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고 봤다.
202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정신의료기관 입원 환자는 5만 6,785명이며 이들 중 자의로 입원한 환자를 제외한 환자는 3만 2,389명(57%)이다. 정신의료기관에서는 자의로 입원한 환자에게만 단독 외출이 허용되는 점으로 볼 때 입원 환자의 과반수는 거소투표로 선거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거소투표는 병원, 요양소, 수용소, 교도소 등에 있어서 이동이 곤란한 유권자를 위한 투표 방식으로 공직선거법 제38조에서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 관련 세부 사항을 규정한 '공직선거관리규칙'에는 거소투표 대상자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입원 환자들은 병원 직원이나 회진 시 의사를 통해서 또는 복도 게시판 공지를 통해 거소투표 제도를 인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인권위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게 공직선거관리규칙 개정을 권고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으로 선거권 등이 입원 환자에게 서면, 구두로 고지될 수 있도록 조문을 신설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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