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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발목 잡는 상법 개정안 "소송공화국 만든다"

기사입력 : 2024년10월30일 13:56

최종수정 : 2024년10월30일 13:56

"주주배당 늘려라" 요구하며 경영권 공격
헤지펀드 공세 4년 새 8곳→77곳으로 급증
이사 충실의무 확대·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상법 개정안 처리되면 "기업 근간 흔든다"
당국 개입보다 경영환경 개선해줘야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 2003년 분식회계 등으로 위기가 닥친 SK그룹. 헤지펀드 소버린이 1768억원을 투입해 SK㈜ 주식 14%를 매입하며 최대주주에 등극한다. 소버린은 최태원 회장의 교체를 주장하며 경영권 다툼을 벌였다. SK가 보유한 지분은 소버린 보다 적은 13%. SK는 1조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해 경영권을 방어할 수 밖에 없었다. 최 회장은 경영권을 지켰지만 소버린은 1조원 가까운 차익을 남기고 2005년 유유히 한국을 떠났다. 국내 대기업의 취약한 경영권 방어 구조가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다.

취약해진 한국기업의 경영권을 향한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횟수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영국 조사기관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공격받은 한국 기업은 2019년 8곳에서 지난해 77곳으로 늘었다. 특히 단기 차익을 노리고 들어오는 글로벌 헤지펀드에 유리한 상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기업 경쟁력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상법을 개정하면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을 하지만, 과도한 사법 리스크로 기업인들은 신산업 진출을 위한 투자나 인수합병을 주저하게 되고 결국 기업 가치를 훼손시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 주요 기업 [사진=뉴스핌 DB]

◆이사 충실 의무 확대, 부작용 우려 더 크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 후 기업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들이 다수 발의되고 있다. 한경협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 이후 지난 8월 말까지 법제사법위원회에 총 18건의 상법 개정안이 올라왔다. 이 중 14건이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핵심 쟁점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일반주주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추가 여부다. 경영진은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보호를 위한 임무를 충실히 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간 한국 주식 시장의 저평가,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이유에서다.

재계는 이사 충실의무 확대는 소수주주권 강화 효과 대신, 불만 주주들의 소송 남발로 기업들의 신산업 진출이나 M&A는 물론, 과감한 투자 집행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과도한 주주환원을 요구하며 KT&G 경영권을 확보하려 했던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가 대표적인 사례다.

행동주의 펀드가 내세우는 명분은 기업의 미래와 주주권리 등이지만 실상은 기업을 흔들어 수익만 챙겨 나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회사의 장기계획을 고려하지 않은 대규모 배당과 주주환원 등 주주제안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KT&G는 매년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펀드들의 공세를 막아냈지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쏟아야 할 에너지를 경영권 방어에 소진할 수밖에 없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인 원인을 경영진의 책임 여부에서 찾는 방식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강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앞서 "높은 상속세와 법인세 등으로 회사가 번 돈을 주주가 가져가지 못한다는 것을 시장이 알기 때문에, 미래 주가 예측에 큰 폭의 할인이 발생한다"며 "기업들이 미래 유망 사업에 투자하려 해도 반기업 정서나 각종 규제로 인해 투자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고, 결국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저평가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현행 상법과 개정안 주요 내용 [자료=대한상의]

◆'특정 이사에 몰표' 집중투표제, 주주제안 남발할 수도
학계에서도 상법 개정 반대 의견 커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도 논란이다. '집중투표제'란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하는 투표를 할 때 각 주주에게 뽑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제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주식 1주를 가진 주주가 5명 이사를 뽑을 수 있다면, 특정 이사에게 5표를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소액 주주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다.

재계는 일부 주주들이 기업 주총을 사회운동의 장(場)으로 변질시키거나 행동주의펀드가 주주제안권을 남발해 기업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집중투표제는 G7 국가 중 4개국만 채택하고 있고 채택국가의 경우에도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에 대한 선택권을 회사에게 부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제 표준에도 맞지 않는 제도라는 설명이다.

상당수 전문가들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는 설문조사도 나왔다. 한경협이 지난달 전국 대학교의 상법 전공 교수들을 대상으로 '이사 충실의무 확대'를 위한 상법 개정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2.6%가 개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법에 이미 소수주주 보호 조항이 있다는 이유(40.3%)가 가장 컸다. 회사법 근간을 훼손(27.4%)하거나 이사 충실의무 확대 시 필요 조항이 미비하다(24.2%)는 점도 들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10차 본회의 [사진=뉴스핌DB]

재계 관계자는 "고금리·고환율, 보호무역주의 확산,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옥죄는 법안들이 통과될 경우, 국내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는 물론 기업가정신 훼손으로 한국경제의 체질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재계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당국의 개입보다 시장 자율과 기업의 자발적 참여, 경영환경 개선을 통한 기업 가치 제고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대다수의 상법 전문가들이 반대하는 이사 충실의무 확대를 추진할 경우 소송 증가 및 투기자본의 경영간섭이 우려된다"며 "기업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와 M&A 등을 저해할 수 있는 만큼 상법 개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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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콘 "AI 데이터센터, 단계 건설"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세계 최대 전자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함께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최대 100메가와트(MW) 규모로 단계적으로 건설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5 컴퓨텍스 타이베이' 기조연설에서 "이번 AI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 만큼, 단계적으로 구축할 것"이라며 "1차로 20메가와트 규모로 시작한 뒤, 40메가와트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며, 궁극적으로는 100메가와트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전날 엔비디아가 대만을 대표하는 제조 기업 TSMC·폭스콘 및 대만 정부와 함께 초대형 AI 생태계를 대만에 구축한다고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설명이다. 2024년 10월 8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폭스콘 연례 기술 전시회에 전시된 폭스콘 전기이륜차 파워트레인 시스템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2025.05.14 kongsikpark@newspim.com 류 회장은 "전력은 대만에서 매우 중요한 자원"이라며 "공급 부족이라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지만, 이를 감안해 여러 도시를 대상으로 부지를 분산하는 방식으로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시설은 대만 남서부 가오슝시에 우선 들어서며, 나머지는 전력 여건에 따라 다른 도시로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류 회장의 키노트 무대 위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황 CEO는 "이번 AI 센터는 폭스콘, 엔비디아, 그리고 대만 전체 생태계를 위한 시설"이라며 "우리는 대만을 위한 AI 팩토리를 만들고 있다. 여기에는 대만의 350개 파트너사가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AI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확보를 통해 AI 학습 및 추론 속도를 크게 높이고, 대만 내 AI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koinwon@newspim.com 2025-05-20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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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전자 '엑시노스 부활' 이 기사는 5월 21일 오전 10시04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 플래그십 모델에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를 탑재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7월 공개 예정인 폴더블 신제품에는 '엑시노스 2500·2400',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6 시리즈에는 2나노 공정의 '엑시노스 2600'이 적용될 예정이다. 시장과 제품 포지셔닝에 따라 퀄컴 칩셋과 병행 탑재하는 이원화 전략이 병행된다. 삼성전자 엑시노스 [사진=삼성전자] 21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오는 7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공개할 폴더블 스마트폰에 엑시노스 칩셋을 일부 탑재한다. 삼성은 또 내년에 출시하는 갤럭시 S26 시리즈에는 엑시노스 2600을 부분 탑재할 계획이다. 해당 칩셋은 2나노 공정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 Z 플립7에 엑시노스 2500, 보급형인 Z 플립7 FE에 2400이 각각 탑재될 예정"이라며 "상위 기종인 Z 폴드7에는 S25와 동일하게 퀄컴의 스냅드래곤8 엘리트가 들어간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6 시리즈의 경우 북미·한국·중국·일본 등 주요 시장에는 퀄컴의 새로운 칩(스냅드래곤8 엘리트2)을, 유럽 및 기타 글로벌 시장에는 자체 칩셋인 엑시노스 2600을 교차 탑재하는 것이 현재 계획"이라며 "단, 고성능이 요구되는 울트라 모델은 전량 퀄컴 칩셋을 탑재하는 방향으로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분기보고서를 통해 "상반기에는 3나노, 하반기에는 2나노 모바일향 제품을 양산해 신규 출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갤럭시 S25 울트라. [사진=삼성전자] Z 폴드7과 S26 시리즈의 칩셋 탑재 방식 차이는 제품 포지셔닝에 따른 것이다. 폴드 시리즈는 플립 보다 상위 라인업으로 분류돼 퀄컴 칩셋을 적용하고, 유럽 등에서는 엑시노스를 투입해 성능을 검증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울트라 모델의 경우 상위 기종인 만큼 지역에 관계없이 퀄컴 칩셋을 탑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이 엑시노스를 자사 제품에 탑재하는 것은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 실적 정상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올해 1분기 두 사업부는 각각 1조원대 적자를 낸 바 있다. 시스템LSI는 주요 고객사에 플래그십 SoC(System on Chip)를 공급하지 못했고, 파운드리는 계절적 수요 약세와 고객사 재고 조정으로 인한 가동률 정체로 실적이 부진했다. 하지만 자체 칩셋 적용은 내부 수요를 통한 생산 가동률 확보, 공정 검증 및 설계-제조 일원화 구조를 유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민감도가 낮은 시장을 중심으로 엑시노스 경쟁력을 확보하며 중장기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는 것으로 관측된다"며 "엑시노스의 성공은 사업부 실적은 물론 향후 시장 주도권 확보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삼성 입장에선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엑시노스 탑재와 관련해 "고객사와 관련된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aykim@newspim.com 2025-05-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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