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전세사기 사태로 경매에 넘어간 전세 사기 피해 빌라들이 특정 법인에 무더기로 넘어갔고 이들 임대인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돈을 갚지 않은 주택에 새로운 임차인을 들여 수익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스핌 DB] |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게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달까지 수도권에서는 9000가구 이상의 전세 사기 피해 빌라가 경매로 나왔다.
HUG와 같은 주택보증기관들은 집주인이 돌려주지 못한 전세보증금을 임차인(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자)에게 대신 돌려준 뒤 피해 주택을 경매에 넘겨 전세금을 회수한다.
이런 주택을 낙찰받으면 낙찰대금과 별도로 HUG가 피해자에 지원한 보증금(대위변제금)을 HUG에 되돌려줘야 한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 전세 사기 피해 빌라는 경매에서 여러 번 유찰돼 낙찰가격이 감정가의 10% 이내로 내려가는 등 헐값이 된다. 이러한 점을 노려 특정 법인들이 경매에 나온 피해 주택을 ' 무더기 염가낙찰'을 한 것이다.
해당 법인들은 HUG의 돈을 갚지 않은 빌라 수십 가구를 다시 임대했다. L법인은 감정가 1억5000만원짜리 빌라를 226만원에, 3억원짜리를 905만원에 사들여 한 가구 당 보증금 300만~500만원, 월세 30만~50만원을 받았다. S법인은 감정가 2억7200만원 빌라를 1124만원에 매수해 보증금 1000만원, 월세 70만원을 받았다. 감정가 2억3300만원짜리 신축 빌라는 483만원에 가져간 뒤, 보증금 1500만원, 월세 60만원에 내놨다. 피해 주택 경매를 이용해 법인만 돈방석에 앉은 것이다.
김은혜 의원실이 확보한 '경매 물건 낙찰자에 대한 HUG의 보증금 회수 매뉴얼'에 따르면 HUG는 '경매 물건 낙찰자에게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거나 그 밖의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해 HUG에 대금을 자발적으로 상환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낙찰자가 경매 물건을 재임대하도록 사실상 '권장'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김 의원은 "HUG가 제2의 전세 사기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HUG가 보증금 회수를 위해 재경매 절차에 들어간다면 새로운 세입자들은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이 된다. 통상 전세 사기 피해 주택에는 앞선 피해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 임차권 등기 ' 를 설정해둔다. 이는 피해 주택 낙찰자가 HUG에 보증금을 전액 상환해야 소멸한다. 낙찰자가 제대로 상환하지 않을 경우 해당 주택은 다시 경매에 넘어갈 수 있다. 새로운 낙찰자가 생기면 현 세입자 입장에서는 집주인이 바뀌는 셈이다. 현 세입자는 새 낙찰자가 요구하면 집을 비워줘야 할 수도 있다. HUG 에게도 돈을 갚지 않은 법인에게 보증금을 상환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HUG의 보증금 전액 회수 비중은 해마다 줄고 있다. 2022년 15%(1525가구 중 233가구)에서 지난해 약 9%(3258가구 중 303가구)로 감소했고 올해는 6월 현재까지 4146가구 중 단 11가구에 대해서만 보증금을 전액 회수했다. 해가 갈수록 경매 신청 물건은 늘어나고 있지만 보증금 전액 회수한 물건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낙찰자에게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해 피해 빌라를 다시 경매에 넘긴 건수는 지난 2년 6개월여간 11건에 그쳤다. 2022년 3건, 2023년 4건, 2024년 4건이다. HUG는 낙찰자가 보증금을 자발적으로 상환하도록 한 후 6개월이 지나도 갚지 않는 경우 재경매에 나선다.
HUG가 경매로 전세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해 '셀프 낙찰'을 받은 건수는 2022년부터 지난 9월 말까지 총 1244건이었다. 서울에서 659건이 나왔고 인천과 경기에서 각각 361건, 223건이 나왔다. 이외에 부산에서 1건이 있었다.
김은혜 의원은 "HUG의 보증제도가 제2의 빌라왕‧전세사기범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며 "신속하고 과감한 형사 조치‧행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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