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한 의전 요구·회식비용 전가·모욕적 언행 등
"공직사회 내 갑질 행위 근절이라는 공익이 더 커"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부하 직원들에게 미용실 예약·중고물품 거래 등 사적 심부름을 시키고 회식비용을 전가하는 등 '갑질'을 한 경정급 경찰 간부가 강등처분을 받은 것은 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A씨가 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강등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앞서 지난 2017년 경정으로 승진한 A씨는 2022년 12월 '갑질 행위' 등을 이유로 강등 처분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A씨는 지난 2021년 5월경부터 2022년 7월경까지 부하 직원들에게 미용실 예약, 캠핑장 예약, 중고물품 거래, 자녀와 병원 진료 동행 등 총 22회 사적 용무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매일 아침 커피를 준비하게 하고 퇴근 시간에는 개인 짐을 주차장까지 대신 들게 하는 등 부적절한 의전을 요구했으며, 회식비용을 부하 직원에게 대신 계산하게 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A씨는 부하 직원들에게 모욕적 언행과 부당한 업무 배제 등 다양한 갑질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 측은 "직원들이 업무에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 도움을 받은 것이고, 부당한 의전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며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거나 사적으로 이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며 처분이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정당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미용실 예약, 중고물품 거래, 자녀와 병원 진료 동행 등은 직무와 관련이 없거나 직무 범위를 벗어나 부당한 지시를 한 것으로 직원들이 업무에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 도움을 받은 것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행위가 지속된 기간, 지시 내용, 원고와 직원들의 관계 등에 비춰보면 매일 아침 커피를 준비하게 하고 퇴근 시간 개인 짐을 주차장까지 대신 들게 한 행위도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사적 이익을 요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징계사유는 국민의 신뢰와 경찰 조직의 근무기강을 해칠 우려가 높아 비위행위의 정도가 중하고 비난 가능성 또한 크다"며 "특히 원고는 과거에도 동일한 이유로 징계 처분을 받았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처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직사회 내에서 갑질 행위 근절이라는 공익이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한 원고의 불이익보다 더욱 크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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